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설봉님의 추혈객 마저 읽고...

작성자
Lv.3 비진립
작성
04.02.13 23:57
조회
1,672

설봉 작가님 작품을 한 편 보고나면 나는 진이 빠진다.

마치 맛있는 중국음식을 포식하고 난 후에 느껴지는 느끼함이랄까? 이번에 읽은 작

품인 ' 추혈객 ' 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설정과 스토리는 나무랄데 없이 가위로 재단

한듯 깔끔하지만, 처음의 몰입감과는 달리 글을 다 읽고 난 지금엔 조금씩 아쉬움이

밀려온다. 내가 본 설봉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1 치밀한 설정, 비단 전투장면의 묘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접선되는 부

  분이나, 요소에 지뢰처럼 깔아둔 복선들이 후에 연쇄적으로 폭발하는듯한 절정단

  계에서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존의 무협소설에서 개연성없이 두리뭉실하

  게 다루어졌던 무공경지 라던가 인체의 혈도에 관계된 지식이나 그에 편승한 독특

  한 무공의 창조등등..작가님의 한계가 어디인지 측정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러

  나 그런 송곳같이 날카롭고 치밀한 설정에만 치중한 나머지 마치, 그 사람이 이렇

  게 하면 이렇게 되게 되있고 뭐든지 계획한 대로 미래의 일들이 퍼즐처럼 짜맞춰

  지는 전개가 매 작품마다 반복되어 독자들을 지치게한다. 그 예로 등장인물 중 머

  리가 좋은 사람이 이건 이렇게 될 것이다 하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곧바로 이루

  어지고, 마치 현대의 매스미디어 체제를 갖춘 시대처럼 소문이나 평판의 전달속도

  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라 하겠다. 물론 이것은 어찌보면 무협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재미의 요소이겠지만, 작가님의 작품내에 흐르는 분위기 자체가 현실과 진

  지함을 일관되게 고수하는 차에 이런 전지전능한 일들이(이것마저도 치밀한 설정

  을 포장하여.)계속 벌어진다면 독자로서는 결국엔 혼란함과 식상함을 느낄 수 밖  

  

  에 없다는 생각이다.

2 무공의 분류와 체제, 이제껏 설봉 작가님만큼 수많은 무공의 창조와 그에따른 부

  가설정 마저도 완벽하게 서술해놓은 작가분을 뵌 적이없다. 특히, 위에서도 잠시

  설명한 바와같이 인체의 혈도나 신비한 부분을 새롭게 해석, 그것을 소재로 인용

  하여 독특한 무공을 창조해내는 분야에서는 작가님을 따를 분이 없다고 감히 생각

  한다. 하다못해 단순한 이름이긴 하지만(그래서 더 인상적인지도...)항상 구파일

  방이나 오대세가 같은 진저리나게 등장하는 문파들을 배제하고 독특한 행동양식과

  문규를 지닌 새로운 문파들을 매번 작품상에 등장시켜 활약하게 만드신 부분은 높

  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어느것도 도를 넘으면 부담이 되는 법, 하나의  

  

  작품에서도 넘처나는 많은 무공과 수많은 상황의 설정등을 하나하나 설명하듯이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방식은 차라리 그것의 설명과 익히고 배워가는 과정을

  생략하고 빨리 이야기가 전개되길 바랄 지경이 된다. 머리속에 세워두신 설정들을

  

  모두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음이신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분들에 대한 친절이

  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물가에 내놓는 심정으로 키우면 응석받이가 되듯, 조

  금은 독자들에게도 스스로 생각하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끔 숨통을 트여 주셨으

  면 좋겠다. 처음엔 대단하고 새롭게만 보이던 설정들도 자꾸만 반복되다 보면 이

  내 식상해 지기 마련이기에...

3 주인공이나 조연급 인물들의 몰개성화.

  남해 삼십육검의 비건, 사신의 종리추, 추혈객의 사령운, 대형설서린의 독사, 이

  들, 설봉님 작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외따로히 등장하여 기다렸다는 듯이 합류

  한 여러 조연들과 함께 거대한 음모를 꾸민 집단에 맞서 항쟁한다. 이렇게 큰 갈

  래로만 본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과 얽히는 인간  

  

  군상들이 모두 비슷비슷 하다는 데엔 이제는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주인공은 모두 냉철한 이성에 외유내강하며 대국을 바라볼줄 아는 안목을 지니고

  사람을 이끌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라고 억지로나마 정의할수 있는 지경에 다다

  르지 않았는가? 주인공이 있고 그 아래에 머리쓰는 군사가 있으며, 여러 고수들이

  

  주위에 운집해 있다는 가정이라면 종리추가 이끄는 살문이나 독사가 수장인 패거

  리나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겠는가? 더이상 집단과 집단이 힘을 겨루는, 음모론에

  서 비롯한 이야기 구조를 벗어나 이제는 좀더 다양한 주제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

  고 본다. 등장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이 요즘말투인데 반해, 배경은 음모와

  귀계가 판치고 전지전능한 요소들이 군데군데 보이는 식이라면 더 이상의 감정이

  입은 기대키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례로 대형 설서린에서 요빙이 독사를 위해 죽

  는 장면에서도 나는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글의 내용은 머릿속에서 생각

  으로 슬픈 장면이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주인공인 독사를 강호로 내몰기 위

  해 계획된 수순이라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판단이 든 것이다.

  설봉 작가님은 이 시대에 다시없을 최고의 무협작가중 한 분이시다.

  그 분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불평을 털어놓았지만, 한낱 헛소리로 치부해

  도 좋을만큼 작가님의 역량과 재능은 감히 생각해 볼 수 조차 없을 지경이다.

  존경하고 또 무궁한 발전을 바라는 만큼 평소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섭섭한 점들

  을 드러내었으나 차마 누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보다 많은 독자분들이 설봉

  님의 작품을 접해보길 바라며, 그분의 신간을 기다리며 나처럼 목이매이길 기대해

  본다.  


Comment ' 10

  • 작성자
    Lv.1 세검(洗劍)
    작성일
    04.02.14 00:31
    No. 1

    말씀하신 부분 중 새로운 문파와 무공의 설정...이란 대목.
    정말 공감합니다.

    특히 남해삼십육검에서 해남도라는 섬을
    마치 실존하는 곳처럼 그려낸 솜씨에는 감탄할 따름입죠...

    그 이후 설봉님의 소설에 좀체 손이 안가는 것도
    아마 비건님이랑 비슷한 이유때문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거기가기
    작성일
    04.02.14 01:41
    No. 2

    설봉님 초심으로 돌아가야해요
    처음 산타 쓸때쯤으로요 지금나오는 글들은
    꼭 습작가들의 글에 조금 덧쒸우는거 같해요
    내용 질질 끌고 ........
    남해삼십육검.추혈객.또뭐지 최근에 나온책들 보면
    정말짜증나요 책읽다 잠이 깹니다(짜증나서)
    한장면이 왜그리 오래갑니까
    그리고 상황설정이 앞뒤가 안맞아요
    책그만쓸때 됬나......내공이 바닥났나(주화입마든거같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앨류
    작성일
    04.02.14 07:23
    No. 3

    3번은 정말 공감합니다..
    사신, 추혈객, 대형 설서린, 남해 삼십육검, 천봉종왕기등을 봤는데..
    다 비슷합니다. 확실히 좀더 다양한 주제로 나아가야할듯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설봉님의 장점중 하나가 더있습니다
    독특한 문체..이상하게 정이갑니닿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반여랑
    작성일
    04.02.14 09:28
    No. 4

    설봉님의 간결하고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는 정말 정이 가죠.

    정말 좋아하는 무협 소설 작가님입니다. 제 아이디만 봐도 알수 있죠.

    설봉님의 작품은 항상 초반엔 기대 이상의 재미와 몰입감은 안겨주지만

    후반이 갈수록...좀 늘어지고 미흡한 부분이 느껴지죠.

    좀더 힘내셔서 훨씬 더 좋은 작품들 쓰실길 바람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파천검선
    작성일
    04.02.14 10:23
    No. 5
  • 작성자
    Lv.8 니코
    작성일
    04.02.14 11:10
    No. 6

    흠.. 비건님 정말 글을 잘 쓰시는 군요..^^
    정말 공감 공감 그리고 또 공감가는 표현들이..와닿네요.

    마지막에 '이 시대에 다시 없을 최고의 무협작가'중의 한 분이라는 점...
    저 또한 설봉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특히나 최근에 나온 사신,대형 설서린,추혈객등을 읽으면서) 많이 아쉽고 섭섭한(?) 부분(비건님이 너무 잘 찝어주셨던..^^;;)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설봉님은 설봉님, 설봉님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이지요.. ^^*

    처음 좌백님의 작품들을 읽고, 또 진산님의 작품들을 읽고, 많은 분들이 추천해주셨던 용대운님,금강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무협에 한창 빠져들다가 설봉님의 천봉종왕기,독왕유고,산타등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그 충격(?)이 생각납니다. ^^;;
    뭐랄까..다른 작품들과는 너무나도 독특했던, 읽으면서 너무나도 빠져들게 만들었던 그런, 독특한 긴장감들..
    그 후로 광팬이 되어서 동네 책방,만화방 다 돌아다니면서 설봉님의 작품들을 찾을려고 너무나도 노력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요즘 나온 사신,대형설서린에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거 같은데,..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신, 대형설서린,추혈객, 이런 소설들은 아직 무협에 눈을 뜨지 못한 주위분들에게 권해보면 정말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제 약혼녀에게 (정말 무협소설의 무자도 모르던;; 로맨스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은 정말 좋아하던;;) 설봉님의 사신과 대형설서린, 초우님의 호위무사를 사서 선물했던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대형 설서린과 사신을 호위무사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고 했던 적이..^^;;
    요즘은 제 약혼녀도 설봉님의 팬, 그리고 무협소설의 팬이 되어 열심히 무협을 읽고 있답니다. ^^

    아..설봉님께서 부디 이런 비건님의 글 같은 멋진 감상/비평 글을 보시고 또 설봉님만의 멋진, 더 좋은 작품 써내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와이키키
    작성일
    04.02.14 22:50
    No. 7

    오랜만에 보는 균형잡힌 비평입니다.
    이런 비평이라면 보는 이의 눈이 즐겁고, 작가에게도 큰 도움이 되죠.
    되도록 이런 식의 비평이 늘어갔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불사조
    작성일
    04.02.15 01:32
    No. 8

    설봉님에대한 님의 평가, 공감 가는 부분이 많네요.
    저도 평소 아쉬워 하던 부분을 잘 지적해 주셨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우놔군
    작성일
    04.02.15 22:57
    No. 9

    사신 초보자에게 권하면 1,2 권 읽다가 때려칩니다...(제 친구가 그랬음..)재미가 없어서? 절대 아닙니다....
    그 친구 왈이...어려워서 못 읽겠다더군요....먼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먼 놈의 한문이 일케 많냐고 저한테 욕하더군요..ㅡ,.ㅡ;...그녀석...한참 후에 무협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다음에 사신을 다시 빼어드는걸 봤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강쪼무적
    작성일
    04.08.11 08:14
    No. 10

    저희 누나도 사신 처음에 잼없따고 절 죽이려 -ㅁ-;;;;;;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693 무협 [해원] 읽어 보세요. 재밌어요. Lv.6 롤플레잉 04.02.14 1,088 0
2692 무협 위령촉루 4권을 읽고 +2 Lv.1 비오니라 04.02.14 874 0
» 무협 설봉님의 추혈객 마저 읽고... +10 Lv.3 비진립 04.02.13 1,673 0
2690 무협 군림천하!!! 추천합니다!! +11 Lv.1 진치시 04.02.13 2,110 0
2689 무협 백준님의 초일을 읽고... +14 Lv.14 취검取劒 04.02.13 1,471 0
2688 무협 숨어 있는 무협명작. +12 Lv.1 담사 04.02.13 4,045 0
2687 무협 여러분의 추천서 쟁선계를 읽고.... +13 Lv.1 하루가조타 04.02.13 1,738 0
2686 무협 강호제일 숙수를 끝까지 읽고..... +1 Lv.23 어린쥐 04.02.13 1,124 0
2685 기타장르 기억나는 예전 무협중에서.,... +7 Lv.61 독심마수 04.02.13 1,676 0
2684 무협 그 때 그 시절의----- Lv.1 담사 04.02.13 698 0
2683 무협 영웅독보행을 다시 읽고서 +1 류하연 04.02.13 1,006 0
2682 무협 괴선 +1 Lv.1 豚王 04.02.13 1,064 0
2681 무협 조돈형님의 '운한소회'를 읽고 +8 Lv.11 향수(向秀) 04.02.13 1,521 0
2680 무협 괴선의 마지막을 붙잡고서... +3 Lv.1 一始無始一 04.02.13 1,277 0
2679 무협 [감상+추천] 아수라 - 한수오 +8 Lv.11 風蕭蕭 04.02.13 1,472 0
2678 무협 나한님의 귀면탈..고요하게...추천합니다. +5 Lv.1 문맹인 04.02.13 1,239 0
2677 무협 도살 도법 아쉬움,... +1 Lv.1 나는이다 04.02.13 1,051 0
2676 무협 40년의 무협인생 +5 Lv.1 담사 04.02.12 1,405 0
2675 무협 나에게 신선함을 주었던 기억되는 작품들..... +7 Lv.76 통제불능 04.02.12 1,359 0
2674 무협 유쾌함의 향기를 입가에 머물며, 자연란의 ... +3 Lv.19 R군 04.02.12 1,194 0
2673 무협 혈리표4권을 읽고..어둡고 비정한 강호..우... +18 Lv.1 남훈 04.02.12 1,658 0
2672 무협 [추천]자보세동,병검무림 +9 유성검제 04.02.12 1,632 0
2671 무협 윤극사전기 를 읽고 추천합니다 +10 Lv.57 엔시쿨 04.02.12 1,377 0
2670 무협 [호위무사]를 읽고 +9 Lv.1 묵객 04.02.12 1,391 0
2669 무협 마도예검 +1 Lv.15 염환월 04.02.12 864 0
2668 무협 풍운 제일보 1권을 읽고 +4 Lv.49 타짜형 04.02.11 724 0
2667 무협 야차귀문을 읽고.. +1 Lv.1 유도지 04.02.11 911 0
2666 무협 [청천백일] 무엇이 부족한가 ? +37 Lv.79 남양군 04.02.11 3,702 0
2665 무협 풍종호님의 광혼록을 읽었습니다. +8 Lv.11 접여 04.02.11 1,747 0
2664 무협 패왕초이4권을 읽고. .. 지금까지 본 류진... +23 Lv.1 남훈 04.02.11 1,739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