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금강
작품명 : 풍운만장
출판사 : 뫼
무진장 옛날에 읽은 무협이다. 대략 10년쯤 되었다.
그때 풍운만장을 읽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무협계를 풍미하던 기존의 스타일과는 많이 달랐었다.
우선, 주인공스러운 캐릭터는 따로 있었다. 신주일룡 황보장청.
다른 무협에 등장했다면 100% 주인공이었을 이 멋진 청년에게
왕천기는 한눈에 매료되고 만다. 그의 옳바름과 강함에.
그리하여 무(武)의 길로 가기로 마음을 잡은 왕씨 소년에게
적당한 기연이 이어지고, 그는 상당히 강한 무력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당장 황보장청처럼 협객의 길로 들어서는 건 아니다.
사실 풍운만장 안에서 앞장서서 의를 실천하는 건 황보장청이고,
왕씨 소년은 이리저리 튀면서 윤활유를 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주인공의 독특한 포지션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성격도 활달하고, 의기를 품고 있고,
그러나 거기에 목숨걸지 않고 자유분방한 그가 좋았다.
왠지 이런 녀석은 하늘에게도 사랑받을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차례로 이어지는 기연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너무나 젊은층 위주로 묘사되는 요즘 무협과는 달리
신구세대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요인이다. 분명 신주육기와 우내칠대마존의 제자들이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 커다란 축이 되는 것은 육기와 칠마였고,
그 포스는 젊은이를 능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감탄하게 한 건 원흉의 정체였다.
혹 지금이라면 수많은 소설을 읽은 연륜으로 알아챌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에는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_-
분명히 몇몇 복선과 암시가 이어졌음에도,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그의 연기에 홀랑 넘어갔었던 거다.
종횡무진하는 왕천기를 따라 나도 강호를 헤메면서 모험을 즐겼다.
몇몇 전투장면- 잔월총단전투, 마지막의 전투 등 -은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고, 복마곤룡장같은 무예는 아직도
그 묘사가 기억날 정도로 좋아했었다.
마치 처음 신조협려를 읽고 양과의 암연소혼장에 감탄했던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황보장청과 함께 꿍짝을 맞춰
큰 일을 해내는 그를 보고 얼마나 만족을 느꼈는지 모른다.
요즘 들어서는 왠지 옛날의 명작들 생각이 자꾸 난다.
어린 주제에 아저씨들 담배 뻑뻑 피우면서
산처럼 책 쌓아놓고 밤새워 보는 만화방의 구석에서
재밌는 무협에 푹 빠져 탐독했던 기억이 어제일같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4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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