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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전 종횡기. 처음 나올때부터 무척 유명한 소설이었고 수많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건 좀 별로다 싶어서 안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완결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책이 너무 띄엄띄엄 나와서인지 대여점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더군요. 사라전종횡기를 물어보면 반품했다는 곳이 대부분이라서리^^
이제 이제 글의 중반 정도까지를 읽고서 감상을 써보려 합니다.
초반부는 조금 진부한 전개인듯 합니다. 그러나 1권이 넘어가면서 점점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결국 주루룩 읽게 됩니다. 계속해서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이어지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
그런데 중간에 잠깐 쉬고 다시 읽으려고 하니까 이제 더 읽기가 꺼려지더군요.
분명히 재미는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내용이 나올것이 충분히 예상됩니다. 그러나 더 읽기는 싫습니다.
왜 그럴까요.
글의 중반이 넘어서는 분량을 읽었지만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작가의 의도를 대강 알긴 알겠는데 동의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는 전장이다. 피와 땀이 흐르는 전사의 대지다.
이 처절한 현장에서 피어나는 사나이들의 의리와 투지를 보라. 아름답지 않은가. 가슴이 뛰질 않는가.
순수하게 목숨을 내걸고 힘과 힘으로 맞부딪히는 이 전장에서 죽음을 두려워 피하는 것은 전사에 대한 모욕이다.
말재주가 없어서 잘 요약을 못하겠지만, 뭐 이쯤 될까요.
에.. 물론 제가 안 본 더 뒤편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 제가 본 곳 까지만의 감상이니까요.
어쨌든 작가님은 제가 보기에 이런 입장에서 처절한 전장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서술해가고 계십니다.
근데 계속되는 전투를 따라가다가 보면 뭔가 이상해집니다.
바로 이들이 왜 저렇게 싸우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동료들이 전장에 있기 때문에 싸운다고 합니다. 다른 주변인물들은 뭐 돈에 팔려서, 당당하게 인정받기 위해(13조였나요? 그들은 이런 동기가 큰것같더군요) 혹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서 싸웁니다.
그런데 그런것이 과연 그렇게 절박하게 싸울만한 건덕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동료들이 있기때문에 살인도 불사한다? 전사로 인정받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또 죽어간다? 그냥 동료들하고 전쟁을 벗어나면 안될까요? 차라리 막노동을 뛰고 말지 왜 남한테 인정받기 위해 사람을 죽입니까? 자신의 목숨조차도 내놓은채로요.
저야 마초스러운걸 경멸하는 쪽이라서 그런지, 전사랑은 담쌓은 겁쟁이라서 몰라도 공감이 안가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작가님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듯 합니다.
그게 어쨌다는거냐.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전쟁중에 서 있고, 이러한 와중에 보이는 동료애와 삶을 향한 투쟁은 아름답지 않은가.
예. 글을 보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죠.
하지만 단지 그것뿐입니다. 오래도록 여운을 주지는 못하죠.
주인공은 나중에 이런 전쟁속에서 뭔가를 이뤄낼 듯 하지만(아마도 주위 몇몇고수들과 하급무사들을 모아서 뭔가 이루겠지요. 글의 흐름상...) 작가님은 주인공의 이루는 어떤 것보다도 오히려 전쟁씬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주인공의 목표나 목적은 그저 결말을 위한 들러리이고 전쟁장면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안그렇다면 이정도로 세밀하게 전투묘사에 힘쓸 필요는 없겠지요.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쟁씬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을테구요.
하지만 맘에 안드는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이들의 전쟁이 명분없는 소모전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무인들이 죽어가고 그 와중에 무인의 투혼을 보여주기도 하던 이 전쟁이 결국은 권력을 잡기위한 집안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핑계를 대더라도 그 싸움은 자신의 싸움이 아니고, 고작해봐야 높으신 분의 대리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남의 싸움에서 악을 쓰면서 그저 윗사람의 적이기 때문에 전의 동료였던 자들을 아무 생각없이 죽여버립니다.
이런 추악한 싸움에서 고작 눈 앞의 전쟁만을 보면서 어떻게하면 더 적을 잘 죽일까 골몰하는 인간들이 그 와중에 동료애를 보여주건, 뛰어난 무용을 보여주건, 공감할 이는 별로 없죠. 최소한 저는 별로 공감이 안갑니다.
적이 착한넘이건 나쁜넘이건, 아군이 착한넘이건 나쁜넘이건, 적은 그저 윗사람 혹은 주변 사람들이 적이라고 하니까 죽이고 위에서 아군이라고 하면 그놈 행적이 어찌 되었든간에 또 같이 싸울 뿐입니다.
그저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워서 계속 싸웁니다. 마땅한 대의도 명분도 없는 자신의 싸움도 아닌 대리전의 연속...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중간에 한번 멈추니까 더이상 볼 마음은 안생기는군요. 뒤에 내용이 궁금하긴 하지만, 좀 지친다고나 할까요.
마지막으로 몇가지 지엽적인 걸 지적해보자면, 쓰이는 용어가 좀 너무 현대적인 티가 확 나더군요. 전술, 전략 이런 용어 내지 개념은 근세 이후 서양에서 확립되어 들어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념은 있었을지 몰라도 용어는 아마 없지 않았을까요.
또 초반에 13조에 관한 이야기중에 보면 피흘리면서 싸우지 않는 자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것이 그리 부당하지 않다는 식으로 나오더군요. 이들에 대한 구타나 학대를 어느정도 정당화시키면서 '이게 싫으면 너희도 전사로 죽어라'는 식의 표현이 계속 나오더군요. 말하자면 요즘 소위 왕따 당하는 아이들한테 니들이 왕따 당할만한 짓을 하니까 왕따당하는 거라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몰아붙이는 논리와 흡사해 보입니다. 이런 관점이 계속해서 눈에 뜨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전사와 전사가 아닌자로 나누는 이분법을 은근히 드러내시던데, 일본의 사무라이 의식이나 군국주의를 보는것 같아 좀 섬뜩했다면 제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요.
으음.. 써놓고 보니 너무 안좋은 이야기만 쓴 것같아 좀 그렇긴 하네요.
결론은 이 책 충분이 재미 있습니다. 요즘 범람하는 대충대충 써내려간 성의없는 책도 아니고요. 다만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작가님의 관점 혹은 세계관이 저와 같은 일부 독자에게 안맞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말이 좀 횡설수설에 한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거 같은데, 어제밤을 새고서 좀 비몽사몽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해주세요^^ 차라리 한숨 자고서 맑은 정신으로 고쳐 올릴까 하다가 걍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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