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씩스
작품명 : 용인기8
출판사 : 파피루스
씩스님의 용인기에 대한 말이 많더군요. 이 글이 그렇게 까여야 하나 하는 생각에 대해선 뭐라고 할까 좀 말씀드리기가 미묘합니다. 장르소설은 독특한 맛을 추구하는 매니아 보다는 보다 많은 수의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용인기가 망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명작이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제 생각엔 좀 엇박자가 난 글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독자의 기대와 작가의 의도가 미묘하게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씩스님의 처음 의도는 이랬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을 쓰자 그러면서도 뭔가 주제를 담고 이야기를 펼쳐보자'고 말입니다. 그 주제는 '용이되 사람인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을 그려보자'정도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런 의도 덕에 담천이란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고 말입니다. 사람이되 용의 사고 방식을 가져 그가 하는 말은 독특합니다. 그런 독특한 성격 때문에 등장한 희대의 명언이 있지요. "여기가 황보놈의 레어냐?"란 말 말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말에 빵하고 터졌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 말이 왜 그렇게 독자들이 즐거워 하는지 몰랐죠. 의도한 장치에선 반응이 오지 않다가 다른 부분에서 반응이 오니 좀 의아해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예전 작가님 블로그의 반응을 보고 말입니다.) 그렇게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풀어오고 있었기에 용인기의 이야기는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전 8권까지의 이야기 속에 나온 사건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몇몇 장면이 극대화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용인기에서 전투 장면이 주가 아니라 마테카이저이자 담천인 용인이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그의 말,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주였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야기 속에서 담천은 나름의 시련을 겪었고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니 독자들은 큰 힘을 얻었으니 다른 무협처럼, 적들과 싸우는 장면으로 몇권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싸우는 장면은 별로 없고 이야기는 광속으로 흘러버립니다. 광속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용이자 사람인 담천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이 용인기의 목적이었고 그 이야기는 다했으니 말입니다.
애초에 작가분도 분량을 정해 놓고 이야기를 풀었고 말입니다. 자신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글을 몰고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독자의 기대와 작가의 의도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고 말입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독자들의 기대, 정확하게는 담천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길게 해 한권 정도의 이야기를 더해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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