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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3.27 00:43
조회
629

제목 : 소풍, 2006

저자 : 성석제

만화 : 김경호

출판 : 창비

작성 : 2006.06.03.

“아아. 배가 고파오는구나.”

-즉흥 감상-

  오늘하루 사무실 일과가 끝난 느긋한 토요일의 오후. 선선한 바람을 함께하는 그늘진 벤치에 앉아 있어봅니다. 비록 시내 한 복판의 도서관 근처라 할지라도 조용하면서도 탁 트인 공간에 있어보니 앞으로는 주말을 이용해 이런 개인 적인 독서와 감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그러다 문득 이번에 읽어본 책을 가만히 처다 봅니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게 퇴근을 하기 직전에 식사를 해버렸더니 그 역할의 중요성이 상실되어버린 가방 안의 도시락에게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드는군요. 책 제목 ‘소풍’에 걸맞게 도시락까지 준비해왔는데…… 에이 그냥 먹어버리렵니다(웃음)

  이미 느긋하게 식어버린 도시락.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남아있는 참치 김치볶음에 밥을 넣고 달달 볶아 도시락 통에 담고, 계란 하나 탁 깨어 구워 따로 올린 뒤, 그 위로 흰 절편 구운 것들을 사이좋게 넷 올려두었더니, 그렇게 험하게 가지고 다닌 가방안의 도시락일지라도 제법 그 모양세가 남아있군요.

  구울 땐 딱딱했다가도 비록 지금은 식었을 밥의 온기덕분인지 말랑말랑해진 절편구이에 볶여진 김치와 참치 쪼가리를 얹어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니, 이것 참 두부김치가 생각나버려 슬쩍 웃어봅니다. 이어서 나름대로 울긋불긋 윤기 나는 밥알에 계란 부침을 조금씩 찢어가며 슥슥 비벼먹고 있으려니, 마침 물을 뿜기 시작하는 분수대의 향연에 불러버린 배도 대충 만들어둔 도시락일지라도 진수성찬이라 말하기 시작하는군요.

  하핫. 이거이거 특히나 이번 책을 읽고 나서인지 못 쓰는 글 솜씨일지라도 시인이 되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렇듯 이번 책은 제목마냥 소풍을 가는 듯한 즐거운 기분으로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도 아니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속에 음식에 얽힌 그저 그런, 그러면서도 저도 모르게 킥킥 거리며 읽어볼 수 있었던 작품. 사실 지난 31일 투표를 끝내고 강변 둔치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출발 전 친구 집에서 만들었던 조금 짭게 만들어져버린 유부초밥을 먹으며, 이번 책을 빼앗아 먼저 읽고 있던 친구가 왜 킥킥킥 거리며 읽고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를 해버렸다 랄까요? 특히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각 이야기의 내용에 또 다른 방향으로의 묘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듯 했던 그저 그랬던 삽화들 또한 자꾸만 머릿속을 배회하기 시작합니다.

  문득 ‘모든 물건에는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이야기는 사람 수만큼 존재하며, 사람 수는 하늘의 별만큼 존재 한다’라는 말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버렸습니다. 분명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뒤죽박죽이 되어 자기 입맛대로 조합되어버린 것일 태지요. 하지만 이번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 또한 여행과 음식에 대한 땔 레야 땔 수 없는 다양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것을 생각해내게 되었습니다.

  혼자 먹는 밥만큼 맛없는 것이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고 거기에 비록 실력이 부족할 지라도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이 함께 할 때의 그 기분은 정말이지 그 무엇보다도 맛있다고 하고 싶군요. 거기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나름대로의 요리를 만들어보거나 새로운 식단으로의 시도를 같이 하는, 그 순간을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저를 발견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소풍. 그것의 진정한 맛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는 나름대로의 답으로 혼자서 떠나는 것 보다 불평이 없을 이와 함께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할 때야말로 소풍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 다들 그렇게 생각하신다구요? 하핫. 아무튼 저는 앞으로 자주 책을 벗 삼아, 그리고 도시락을 맛 삼아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으로의 맛있는 소풍을 결심해 보렵니다.

  그럼 이 책을 소개해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밝히며 감상기록을 마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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