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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63 무림표국
작성
10.05.10 16:52
조회
2,978

작가명 : 서하

작품명 : 독왕전기

출판사 : 드림북

이 작품은 묵시록의 기사, 대하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서하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서하 작가의 전작을 접해본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독왕전기는 무협을 장르로 한 작품입니다만 무협 소설에 특화된 작품만 쓰시는 분이 아닙니다. 일반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소설을 비롯해서 장르에 구애됨 없는 작품을 쓰시는 분입니다.

독왕전기는 무협 장르의 작품입니다만 무협소설이 갖춰야 할 몇 가지 장치를 제거해 놓고 본다면 중원상단, 화운상단, 창룡상단이 할거하는 지역을 무대로 중원의 상계를 씹어삼키려는 포부를 가진 주인공 진조영이 등장합니다. 무협 장치를 제거해놓고 읽더라도 이것 하나만으로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협소설의 장치가 허술한 것도 아닙니다. 진조영이라는 주인공의 출생에 얽힌 비밀과 돈벌레라는 비웃음과 멸시는 당했으나 심중에 전체 중원을 경영할 큰 밑그림을 그려놓고 손자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를 한 그의 의붓 할아버지 되는 진추목. 그리고 진조영의 몸에 봉인된 만독불침의 비밀인 독각수와 독각수를 노리는 당문세가의 당가와 얽힌 지독한 악연. 그리고 그림자처럼 진조영의 뒤를 따르는 멸문을 당한 구음독교의 생존자들.. 그리고 진조영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는 용문의 존재..

이렇게 얽히고 설킨 스토리 라인을 보면 무협소설 애독자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갖고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무협 장르의 소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여주인공이죠. 주인공과 연관되는 히로인으로서 여성의 등장인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권까지 출판된 시점에서 보면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설리가 으뜸으로 꼽힙니다. 설리는 신분상으로는 진조영의 몸종이나 조영이는 설리를 장차 자기의 신부가 될 사람으로 점찍어놓고 있죠. 누나라고 설리를 호칭하지만 어쩌면 갓난 아기 때 고아가 되어버린 진조영에게는 설리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진조영이 10년간 금보당을 떠나있는 동안 금보당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혼자 떠나서 여자 혼자 몸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꼬박꼬박 부쳐줄 정도로 의리가 있는 여자니까요.

그 다음으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백화잔 객잔의 루주 냉요화를 꼽을 수 있겠네요. 진조영이 백화잔에 vip 손님으로 별원에 머물게 되면서부터 상계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운이 확짝 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한번 주라, 응?"

냉요화가 진조영의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엄청난 댓가를 받기로 약속받았는데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하는 멘트입니다.  

이 구절 읽고 얼마나 웃기던지. 진조영이 이 말을 듣고 벌레보듯 깜짝 놀라서 5층 누각에서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려 도망쳤죠.

암튼 이때의 거래로 인해서 진조영 덕분에 이 여성은 화류계에 머물지 않고, 상권의 지분을 갖는 당당한 여걸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 다음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여성 캐릭터. 채운정. 화운상단의 후계자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여성입니다. 진추목 이 자기 손자의 배필로 어릴 때 정혼을 했던 정혼녀이기도 하죠. 화운상단은 100년 이상 1위 상단으로서 독보적 인 위상을 가진 거대 상단이었고, 진조영음 금보당 진추목의 손자였지만 내세울만한 집안 배경을 가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채운정은 진조영을 무시합니다. 화운상단의 단주가 원행에 나섰다가 원행이 실패하고, 목숨을 잃는 바람에 한순간에 화운상단은 몰락하게 되고, 채운정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다가 상단이 몰락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 처해있을 때 진조영이 거지 행색으로 혼서지를 들고 찾아옵니다. 혼서지에는 파혼을 할 경우에 위액금으로 은화 만냥을 지불해야 된다는 조건이 걸려있었죠.

채운정은 거지행색으로 찾아와서 혼서지를 가지고 정혼할 것인지를 묻는 진조영을 보고, 단번에 거절을 합니다.  파혼시 은화 만냥을 지불해야 된다는 조건에 따라 마지못해 어음을 발행해 주지만 진조영은 그 어음을 빡빡 찢어버리죠. 그리고는 은화 1냥만 받아들고 나오죠. 진조영은 이미 이때 이미 할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을 되찾아온 상황이라 거부였지만 일부러 파혼을 당하기 위해 거지행색으로 찾아갔던 것인데 채운정은 진조영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했죠.

그 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2권 말미에 보면 채운정은 진조영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그리고 진조영의 조언을 받으며 무너져버린 화운상단을 다시 일으키는 일을 하죠. 이때 채운정은 진조영이 자기를 여자로서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자기의 과한 욕심이라 여기고 그마저도 단념하게 됩니다. 채운정과 진조영 사이에 전개되는 심리적인 관계들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진추목의 대행수 중에 한 사람이었던 황보승이란 작자가 있죠. 진추목을 모함하고 죽게 만들고, 그 재산을 모두 사취해서 창룡상단을 만든 자입니다. 진조영이 원수로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벼르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2권의 마지막 문장은 그 황보승이 진조영의 편지를 받고 백화루를 찾아온 장면에서 끝나있더군요.  진조영은 백화루와 화운상단을 내세워 일을 할 뿐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지요. 자기의 원수이자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는 황보승에게 자기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서 찾아오게 합니다. 말하자면 정식으로 한 판 붙자는 선전포고와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감동과 여운이 진하고, 강렬하게 남습니다.

3권이 하루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생기더라구요..

독왕전기는 무협소설의 몇 가지 장치를 제외하면 상계의 판도를 좌우하는 큰 밑그림을 그려놓고 스토리가 진행이 되는 것이라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업한지 10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만 사업하면서 여러 고객들을 대하게 되는데 감정이나 정에 이끌려서 합리적인 판단을 못할 때가 적잖게 있습니다. 채운정이 화운상단이 부도날 상황에 처해서 급한 돈을 빌리려고 금보당에 찾아온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이더군요. 채운정이 금보당에 찾아왔을 때 진조영은 석가장 내원주 라는 사람을 면담하고, 대출 여부를 심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그 사람을 보고서,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당장 내치하고 합니다. 진조영은 할아버지에게 배운 원칙이 있었는데 도박하는 자, 아침에 술취해서 찾아오는 자는 절대 돈을 빌려주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었던 겁니다. 처음에는 거만하게 석가장을 내세우던 자가 나중에는 비굴하게 매달려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데도 진조영은 아주 단호하게 쫓아내 버립니다. 채운정이 이 모든 과정을 뒤에서 지켜본 겁니다.

이 때의 만남에서 진조영은 채운정에게 화운상단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방법을 조언을 해주죠. 화운상단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다음에 채운정에게 등을 돌렸던 어물전 상인들이 창룡상단을 떠나 다시 돌아와 거래를 트고자 할 때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조언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런 부분은 사업자인 저에게는 색다른 관점에서 유심히 읽게 만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읽는 맛과 재미가 아주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3권과 4권이 같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언제나 출판이 될지 모르겠지만 출판 소식이 들리는대로 바로 구매해서-이 근처는 대여점이 없네요- 다음 권도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아마도 2권까지 읽은 독자라면 대부분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하 작가님의 <독왕전기>를 읽은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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