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작품명 : 고검추산 3권 -암옥의 제왕-
출판사 :
* 미리니름 어느정도 있습니다 *
* 피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_-*
* * * * * * * * * * * * * *
두 사형제가 난세(亂世)를 헤치며 만들어 나가는
기이막측(奇異莫測)한 강호(江湖) 이야기!
천하가 사패(四覇)의 대립으로 혼란스러운 시기,
세상이 혼탁해지자 강호(江湖)에는 온갖 은원(恩怨)이 넘쳐난다.
그러자 금전을 받고 은원을 해결해주는 돈벌레가 나타난다.
그런데… 비천한 황금충(黃金蟲) 무리 가운데
천하팔대고수(天下八大高手)가 나타나니…
천검(天劍) 능운백(陵雲白)!
천하팔대고수이자 강호제일 청부사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가 두 제자를 들이니,
고검(孤劍)과 추산(秋山)이 그들이었다.
훗날 강호제일의 해결사가 되어 무림을 진동시킬 이들이었다.
* * * * * * * * * * * * * *
◇ 탄탄하다 ◇
두 청부사 사형제를 내세워 옴니버스식 무협이라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형식으로 글을 쓰고 계신 허담님의 '고검추산', 그 세번째 이야기다. 앞서 두권이 도입격이었다면 3권은 본격적으로 두 사형제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옴니버스식 무협을 표방한 만큼 3권에서 깔끔하게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된다.
최근 무협소설의 상당수에서 강렬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허담님께서 보여주는 강호는 매우 마음에 든다. 영웅문을 시작으로 대본소 무협, 신무협 시절을 거쳐오며 나름 형성된 강호관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쉽게 생각하면 '무협소설에 탁자가 아닌 테이블이 나오면 안된다'던가, '후기지수가 강호의 대선배에게 초딩짓거리를 하는 건 안된다'같은 막연한 개인적 기준들의 집합이다. 이런 강호관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어색함을 느끼게 되고,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허담님께서 보여주는 강호는 매우 '그럴듯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위화감이 없다. 청부사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무협에 접목시키는 어려운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검추산의 강호는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렇기에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작품 속에 쉬이 빠져들 수 있다.
게다가 대화 하나하나가 각 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해 주기 때문에 읽고 있는 와중에 쉽게 이미지를 잡을 수 있다. 고검과 추산의 대화를 읽다보면 어느새 두 사형제의 성격, 사고방식, 가치관의 차이, 서로에 대한 감정 등이 점점 손에 잡힐 듯 명확해져 간다. 그들 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타 등장인물에게도 적절히 개성이 부여되어 있다.
이런 부분부분을 뭉뚱그려 표현하면 '글이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읽기 편하고 위화감이 없다.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읽다보면 캐릭터가 쉽게 그려진다. 이런 부분이 허담님 글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요즘 무협에서 이런 글을 쓰는 분은 정말 흔치 않다.
◇ 조금은 아쉽다 ◇
그러나 이번 3권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허담님이라면 이 정도는 해내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몇몇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앞의 두권은 말하자면 서론이다. 천검이 어떻게 고검과 추산이라는 두 제자를 들이고, 그들이 성장해서 무림에 나서는지를 보여주는 도입부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의 매력을 조금 줄이더라도 고검과 추산 두 사형제, 그들이 속한 무불장, 무불장이 속한 강호, 강호를 사분 하고 있는 사패의 갈등과 대립 등에 대해서 풀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 부분은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3권에서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결국 이 이야기의 축은 고검과 추산이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시작하는 본격적인 에피소드에서는 두 사형제가 어떻게 각자의 특기를 발휘하고, 어떤 식의 콤비 플레이를 펼치고, 앞으로 얼마나 멋지게 파트너로써 강호를 종횡할 것인지를 어필해야 한다고.
그 형태가 결국은 기본골격이 될 터이고, 그 후의 이야기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테니까. 단순한 장편 무협이 아니라 각 권이 독립된 옴니버스식 청부 무협의 형태를 표방한 이상, 이런 기본골격의 제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약간은 무리수를 두더라도 강렬한 반전을 배치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아하, 이런 식으로 나가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고검과 추산 페어의 실질적인 데뷔전인 것이다.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앞서 두권에서 상견례를 마쳤으니 이제 두 사람은 자기 존재감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3권이란 그만큼 미묘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제멋대로인 기대였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것을 충족시켜줬다면 고검추산에 대한 나의 평가는 매우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3권을 본 나의 느낌은 '잘 썼지만 약간 맹맹하다'는 것이었다.
◇ 희미한 추산 ◇
고검은 워낙 캐릭터가 단순하고, 그 형태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별다른 조치는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기본적으로 진중한 성격, 중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아는 안정감, 다년간의 경험을 통한 노련함, 막강한 무공, 청부사로써 선을 확실히 그을 줄 아는 냉정함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도 별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그럴 필요도 없어보인다.
문제는 추산이다. 3권에서 보여주는 추산의 모습은 매우 수동적이다. 대화할 때는 톡톡 튀는 입담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행동할 때는 전혀 적극적이지 못하다. 3권 전체를 통틀어서 그가 한 역할이라고는 진 하나 설치한 것과 누군가를 칼로 위협한 것 밖에 없다.(물론 중요한 역할이긴 했지만)
나는 미숙하고 경험부족인 추산이 고검 하는 일에 이것저것 참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작가의 입장에서, 추산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각인시켜줄 만한 구성을 짰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제목은 고검추산이지만 3권에서 추산은 없었다. 고검만이 있었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무공은 비록 딸리지만 임기응변과 잔재주가 뛰어난 추산이라면 얼마든지 활약의 장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검이 네개나 되는, 시간제한까지 붙은 험난한 관문을 통과하는 와중에 추산이 한 일이라고는 고검의 뒤를 책임진다며 옆에서 구경한 것 뿐이다. 조사과정에서도 그저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것 이상은 하지 않았다.
독자가 3권을 읽은 후 「추산은 어떤 캐릭터였나? 」하고 자문했을 때, 과연 '매력적이었다'고 답할 이가 얼마나 될까?
◇ 평이한 이야기 ◇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서 하나씩의 사건을 해결해 가는 형식이라면, 최소한의 반전구조 정도는 있어야 한다. 독자가 흥미를 갖고 읽다가 마지막에 아하 감탄하던가 오오 놀라던가 으앙 슬퍼하던가, 뭔가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암옥의 제왕'편은 실망스러웠다.
2권 마지막 부분에 등장해서 흥미를 돋아 준 괴물이 있다. 물론 정말 괴물이라곤 나도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근두근 하며 그 트릭이라던가(많은 목격자들이 확실하게 괴물로 인식했으니), 정체라던가 이런 걸 기대했다. 자 그럼 허담님이 내준 답을 보자.
[부하들이 모여서 한거야. 끝.]
아놔... 이게 뭔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것 같다. 그 괴물은 그냥 '범인의 부하 몇명이 모여서 한 짓이다' 이걸로 끝이다. 떡밥은 화려하게 던져놓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거다. 내가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후에 재등장하여 상세하게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일단 3권이 나름의 완결성을 가지는 이상, 이런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뒷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몇몇 암시와 복선이 깔려있는데, 그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친절해서 삼분의 일 정도 읽었을 때 이미 사건의 내막을 다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로는 추측한 것이 사실이라는 걸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뒤통수를 망치로 내려찍는 듯한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투명한 이야기도 문제는 있다는 느낌이다.
◇ 총 평 ◇
옴니버스식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각권의 독립성이 아주 큰 것은 아닌 듯 하다. 대략 완전 옴니버스 소설과 그냥 장편소설의 중간쯤 되는 위치라고 보면 되겠다. 각 사건은 어느정도 완결성을 가지지만, 상당 부분은 커다란 틀 안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후의 전개에 대한 암시도 많이 나오고 있고.
글 자체는 아주 탄탄해서 술술 읽혔지만 추산의 깊이 부족, 평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등은 아쉬웠다. 기왕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거라면, 에피소드마다 확실하게 독립된 플롯을 짜서 어필하는 편이 나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3296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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