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반말로 했습니다. 양해 바람....
김정률 소설은 주인공의 미모나 성에 있어서 과도한 자기 만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대체로 주인공을 존내 미소년, 미소녀로 설정해놓는 외모 때문에 무작정 어드벤티지를 마구 얻기 마련인 요즘 판소와는 달리 김정률 소설은 주인공의 외모에 대해서 그런 과도한 수준을 추구하지 않는다.
소드엠펠러의 한성은 그냥 적절한 수준으로 생긴 놈이었고,
다크메이지의 데이몬은 초반에 꼽추에 추물이었다가 중반에 미소년의 몸을 얻게 되지만 너무 여자들이 달라붙자 낯간지러워서 평범한 외모로 변신하고 산다.
하프블러드의 레온은 오우거와 인간의 혼혈로서 매우 추한 외모였고 환골탈태를 해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수준의 외모로 변할 뿐이었다.
데이몬에서도 데이몬은 대단한 미남이지만 중원에 왔기 때문에 색목인이라는 인종적 핸디캡으로 인해 외모로 인해 그렇게 큰 어드벤티지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작중에 등장하는 미소년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경향을 자주 볼 수 있다.(다크메이지에서 호모 성노예로 쓰인다던가. 얼굴은 미남인데 정신은 백치인 왕자가 나온다던가.)
성에 있어서도 김정률은 상당히 절제를 하는 편인데 무수한 히로인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요즘 판타지와는 많이 다르다.
소드엠페러의 한성은 많은 여자들의 호감을 사지만 여동생 같이 돌봐주어야 할 존재, 의남매, 사제지간 등으로 여자들과 가깝지만 연인과는 차별화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더 많았고, 그는 늘 외계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여자들을 과도하게 가까이 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 차원을 다니다보니 그가 어쩔수없이(...) 관계를 맺은 여자들도 그리 적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소설처럼 과도하게 여자에게 껄떡거리지는 않는다.
다크메이지의 데이몬도 여색에 대단히 초연한 인물이다. 미남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여자들이 잔뜩 달라붙자 여성에 대한 혐오를 보이며 얼굴을 평범하게 바꾸는 모습이라던가. 여자 마법사를 공중에 메달아놓고 일부러 벌레등으로 만든 악식처럼 보이게 환영을 건 요리를 먹이는 새디스틱한 모습에서 우리는 여색에 초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모처럼 보이면 곤란하기 때문에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애절하게 사랑하는 성녀를 인물로서 배치해두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 생각에 데이몬은 게이같다.
하프블러드의 레온도 오우거 암컷이나 인간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지만 자신과 같은 하프블러드가 태어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여색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데이몬에 와서도 데이몬은 계속 여색에 초탈한 인물로 그려져서 마계에서 뱀파이어와 서큐버스가 사방에서 그를 유혹했지만 별로 관심 없었다고 서술하고 있으며, 사천당문의 딸의 유혹에도 혼혈은 좋지 않다면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설정은 매우 적절한 독자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내가 그렇게 까지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 미남인 건 사실이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주인공=미소년을 강조하는 작품들은 생크림 케이크처럼 달콤한 대리만족에 빠지기 쉽지만 너무 달콤한 환상이기 때문에 질리는 것도 빠르다.
하지만 소드엠펠러처럼 "적당히 잘 생겨서 여자들이 좋아해주는 수준"으로 설정하면 마치 된장국이나 김치처럼 한국 남자의 입맛에 착착 달라붙게 되어 대리만족과 감정이입을 적절히 할 수 있게 된다.
다크메이지의 경우 미남이 되니 갑자기 여자들이 꼬이는 상황 등으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풍자"를 하고 있으며, 그 외모를 스스로 포기하고 평범한 외모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난 사실 때뺴고 광내기만 하면 존내 잘생겨서 여자들이 질질 싸게 생겼지만 귀찮아서 그렇게 하지 않는 거야."라는 대리만족 심리를 자극시킬수 있다.
다만 하프블러드의 경우 과도하게 외모를 추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많아서 감정 이입이 좀 힘들었다는 점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데이몬의 경우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성에 대해서도 적절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아 무절제한 껄떡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 판타지와는 달리 "한국 남성 보편의 도덕적 기준에 맞는" 성적 상황 묘사를 적절히 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관계할 수 있는 여자가 즐비함에도, 사제라던가 의자매라던가 여동생같다던가 하는 식으로 관계를 자제하고, 대의를 위해 관계를 미루는 한성을 보면서 남자들은 도덕적 만족감을 느낄수 있다. "난 그렇게 여자한테 껄덕거리는 놈 아냐. 하지만 여자들은 날 좋아하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변장 때문에 어쩔수 없이 여자와 관계를 가져야 할 상황에서는 역시 거절하지 않고 관계를 나눔으로서 "상황 때문에 어쩔수 없었어. 사실 난 그리 쬬다도 아냐."라는 심리적 안전장치도 마련해주는 매우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다크메이지에서는 여성의 심리를 아주 단순하게 묘사하고 데이몬이 자신의 외모에만 끌려오는 여성을 은근히 경멸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넣어서 남성 우월주의를 시원하게 만족시켜주고, "난 진정으로 내 마음을 좋아하는 여자만 사랑한다."라는 도덕적 만족감을 불어넣어 준다.
말하자면 남성의 도덕심을 안정시켜 주기 때문에 과도하게 성적으로 껄떡거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하프블러드에서는 이것이 적절하게 나타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레온의 아버지인 로보는 아무튼 즉시 목을 베어죽여도 상관없을 법한 강간마 짐승 오우거이긴 하지만.... 강간한 후에 자기 새끼를 가진 레온의 어머니인 공주를 "내 암컷"이라고 여기고 먹을 것을 주고 인간 마을에 데려다주는 등 잘 대해준다던가, 아들인 레온에게 아버지로서 본능적으로 친근하게 대해주는 등의 묘사를 통해 남편노릇과 아빠노릇으로 강간이라는 중대 범죄를 상쇄시켜주는 적절한 도덕적 안정감을 심여주게 된다.
이처럼 미와 성에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이 김정률 소설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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