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천운필
작품명 : 영약사 금오
출판사 : (주) 대명종
4권을 넘어 출간 중인 천운필 작가의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출판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명종이라 하면 진산월의 종남파 재건기라 할 수 있는 군림천하를 출판한 곳입니다. 제가 직접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입한 작품이기에 확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출판사는 만화로 유명하지요.
어쨌든 영약사 금오는 표지가 나름 깔끔하고 크기가 요즘처럼 조막만하여 귀여운 책이지만 이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고자 한다면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고 누군가는 어떤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다른 어느 누군가에겐 별 느낌이 없는 그런 것들을 말하는 거지요.
여러분은 이런 경험이 많으실 겁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혹은 한참 읽던 중에 갑자기 확 깬다고 느끼는 그런 상황. 이를 테면 대표적으로, 시대적 관점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표현이 문장이나 대화에 있는 상황이 그것입니다.
영약사 금오에서는 주인공의 활발함과 장난기 어린 모습을 표현하고자 주인공의 노랫말이나 대화에 아주 일부에 통신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이 중에 "하이요 형씨들."이라거나 "하이루~", "방가방가"란 표현이 상당히 마이너스적인 분위기를 줍니다.
이 점을 간과할 수 없는 독자들이라면 아무래도 피하시는 게 좋겠지만, 그것을 일단 접어두고 출판될 수 있었다는 것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장점과 즐거움을 기다릴 수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책을 펴서 읽을 때 또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글씨 크기가 큰 것이 그것입니다. 아무래도 글자의 크기가 다른 작품에 비해 크다보니 마치 어린아이들 소설같다거나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될 텐대 이것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무협소설의 새로운 규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한 실험적 시도라고 생각하시고 넘어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뒷권부터는 글씨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니 잠시만 참으시면 됩니다.
위의 두가지 역경을 이겨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재미는 아무래도 다음과 같은 감상 포인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주인공의 능력에 있습니다. 주인공의 놀라운 의술실력과 그에 관한 지식은 그 능력이 절세신의라 자칭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큽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을 묘사하는데 사용된 상황이 비록 철중쟁쟁이라던가 의선이란 작품보다는 기술적으로 약간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약간은 만화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드럽고 가볍게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주인공에게는 지속적으로 여러 여인들이 꼬이는데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애증또한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주인공의 의술에 대한 신위를 얼핏 가리고 있는 발랄함과 경박한 말들과 돈독어린 모습.. 하지만 이 것은 금오가 가진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볼 때면 화악 풀어지게 됩니다. 또한 자존심과 신념이 강해서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고 자존하는 모습도 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한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모든 사람에게는 힘들겠지만 그 누군가에겐 분명 많은 재미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으므로 한번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지 안 맞는 지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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