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말하자면 영웅의 발걸음을 그린 서사시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위버라고 불리는 '영웅'이 어떻게 성장해나가고, 어떤 위업을 달성해나가며,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적는 이야기라고 말입니다. 물론 큰 골격상의 내용만으로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세부적인 군살, 그러니까 일상적인 부분들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현재 주인공인 위버는 스승으로서 제자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 두 아이와의 관계를 전형적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과 별개로 이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하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여러 사건을 마주하면서 그런 서술과 주인공의 고뇌 같은 것이 많지요. 특히 주인공인 위버가 소위 말하는 '고결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 큽니다.
그 외에도 메카물이라던가 주인공이 호쾌하게 적을 쓰러뜨리는 이야기가 좋다던가, 둔감남을 욕하면서 주위의 연애상황을 보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이 있다면 찾아가 보기 좋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서술에 흠뻑 빠져들어보는 거지요.
좋은 점에 대해서는 제가 부족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그럼 아마 나쁜점을 말한달까, 그보다는 어디까지나 솔직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위버는 초초초초초…(생략)…초!둔감남입니다. 너무나 둔감남인데다, 금욕적이라 엄청난 개객기가 되었죠. 덕분에 읽는 독자분들께 계속 욕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무작정 욕하기만 하기도 그런게, 그의 주위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분도 하나도 없습니다.
예, 물론 고백하는 거 부끄럽죠. 거절당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겠죠. 이런 건 여자보단 남자가 먼저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하나쯤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 요즘 여자가 적극적인 코드의 이야기도 많잖아요? 네?
끈질긴 애정공세와 스킨십으로 솔직하게 위버를 공략하려고 들면서, 주위에 있는 다른 히로인들을 멘붕시키는 여성 캐릭터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합니다. 세계관이나 배경상 그런 건지, 메타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요.
그리고 두번째로는 이 소설에서는 악마에게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물론 현 상황에서는 악마가 엄청 유리해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 그런 상황이라는 거 뿐이라는 거죠. 그냥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재보기 위한 측정기들이랄까?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인 위버는 엄청난 천재에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졌고, 현재도 계속해서 폭풍성장을 하며 세계의 판도를 뒤흔들도 계십니다. 정말 대단하죠. 너무 대단해서 그가 끼어들면 어떻게든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세계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점에서는 문제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없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주인공이 너무…대단하달까? 그래서 긴장감이 떨어진달까?
단적으로 말해 위버가 등장하면 '아, 여기서는 다 이렇게 되겠구나!'하고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전개가 많습니다. 좀만 위기에 몰린다 싶으면 금방 포텐 터져서 힘으로 헤쳐나가버리는 거죠. 그런 부분 때문에 좀 더 긴박하고, 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전개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전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윈윈하겠구나, 악마들이 져버리겠구나 하는 결말이 뻔히 보여서 조금 김새는 기분이 든달까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서는 악마와의 싸움보다는 히로인들간의 연애의 결말이 어떨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 보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다고 느끼고 말이죠. 또는 1부의 진상이 궁금하다던가?
결론적으로 말했을 때 현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위기가 너무 없어요. 위기가 있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지. 실패, 패배, 갈등, 실수, 상실 등이 부족하고, 너무 주인공의 계산대로 차곡차곡 일이 진행되는 거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하긴 그 정도가 되지 않으면 현재 설정된 상황으로는 단숨에 주인공이 죽어버릴 테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요.
정말 주인공 쪽이 패배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 또는 그 이상의 뭔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확 왔으면 한달까요? 최근 연재판에서는 드디어 전투력이 라스보스급 아니면 적수가 없다시피 되어가지고 더욱 그런 바램이 커집니다. 주인공이 손바닥에서 굴리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손바닥에서 굴릴 수 있는 적수는 정녕 없는 것인가?
뭐, 악마가 승리하는 엔딩도 내심 기대하고 있는 저이기에 쓴 길이기도 하지만요. 주인공이 무조건 다 옳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승리로 장식하라는 법도 없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좋아도, 위버라는 캐릭터 자체는 싫기도 하고. 단지 개객기여서만이 아니라. 그러니까 조금 삐뚤어진 결말을 원하기도?
제 나름의 감상은 여기까지. 이러니저러니 했지만 제 취향에는 꽤 맞는, 그리고 여러가지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는 매우 흥미롭고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보신 분들은 한 번 와서 보시길 바랍니다.
ps - 그냥 이 소설부터 읽으셔도 되겠지만, 가능하면 1부인 [잃어버린 이름]부터 보시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되도록 만드는 점이 있겠지만, 그런 1부와의 상황과 대조해보면서 진상을 추리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위버는 전투중에 '역장'이라고 하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그 기술은 근본적으론 사실 관점에 따라서는 '세계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는 전투 중에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서 그것을 디딛는 것이 주로 나옵니다.
왜 '세계를 모독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래 문장을 발췌
「체스 도구는 체스로 놀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것을 사용해서 트럼프를 하는 일은 “할 수 없는 것”. 그러나, 체스의 말을 상대에게 내동댕이쳐서 부딪친다던가, 체스판을 낙서해 본다던가.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체스에 대한 모독이므로, 누구도 “하지 않는 것”. 」
어쨌든 이런 역장과 비슷한 장면이 [RWBY - White] 트레일러 영상이란 것에서 나옵니다. 봐보시면 위버의 전투장면을 상상하시기 좀 더 용의할 것입니다. 그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실제 보면 꽤 볼만하기 때문에 봐보시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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