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바보의 두 번째 감평입니다. 이번 글은 저도 상당히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 글입니다.
일반연재란의 LYH님께서 쓰신 내가 나를 잡아먹은 날 입니다.
저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딱 봐도 행복한 내용이거나 밝은 스토리는 아니라는 기분이 듭니다.
저 제목의 소설은 실제로도 암울합니다. 희망이 없는 스토리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은이라는 여학생은 소문으로 유명한 판자촌에서 누군가의 물음에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박한 희망을 말해봅니다. 그러나 그 소원을 들은 것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였습니다.
그저 평생 남들이 자신에게 험한 소리 좀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콤플렉스가 있던 소녀.
그러나 그 소원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잔인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소녀가 [평생]이라고 말한 덕분에 심각성은 더욱 커지죠.
악마와 계약해버린 소녀의 좌절하는 스토리. 자살도 소용없고, 악마를 죽일 수도 없는 와중에 끝없는 도피와 책임감, 불신과 좌절로부터 끝에는 배신마저 당하는 이 글의 내용은 가벼운 스토리를 원하는 분들은 절대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여고괴담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글이죠.
제가 이러한 글을 추천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야, 당연히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런 분위기의 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는 작가님의 엄청난 필력이 보입니다. 섬세한 묘사가 들어간 건 아니지만, 스토리가 딴 곳으로 세는 것이 전혀 없고 필요한 속도를 계속 유지합니다. 게다가 삼인칭이지만 일인칭처럼 감정의 이입과 몰두가 잘 되는 점은 누가 뭐래도 엄청난 강점입니다.
또한 이 글은 그저 대리만족만 요구하는 요소들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고 성공작입니다.
게다가 글이 표현하는 인간의 심리와 교활함, 글 속에 숨은 잔인한 진실은...
[악마보다 더욱 악마 같은 인간]. 이라는 말이 이 소설에서 와 닿게 하더군요.
늑대가 호랑이를 무서워하는 거 같습니까? 늑대는 자기 무리의 늑대를 더 무서워합니다. 우두머리는 항상 서열을 유지하려 들고, 서열은 언젠간 깨집니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해야 할 존재는 같은 인간입니다. 인간은 그걸 부정하려고 때로는 멀쩡한 사람을 마녀나 악마에 홀린 사람이라며 매도하거나, 상상 속의 괴물을 더 혐오하게 속삭이기도 하죠.
한 소녀의 가녀린 소망을 인생 채 잔인하게 망쳐버리는 악마의 횡포와...
그 악마를 막고 싶어서 악마보다 더 악랄하게 올가미를 준비하는 인간...
어느 쪽이 더 짐승만도 못하고 쓰레기 취급도 아까운 존재일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제가 여러분에게 낸 위의 저 질문을 직접 글을 읽으셔서 답해보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1권 형식의 단권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
깔끔한 문체나 심리적인 표현을 원하시는 분.
뭔가 깊게 생각할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를 필요하시는 분.
장르 소설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분.
현대악마물 좋아하시는 분.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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