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촉루]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손에서 나온 '첫 소설'이라는걸 감안하면, 상당히 잘 나온 책이기도 하죠. 5권의 분량도 딱 좋아서,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섭섭하니, 몇 줄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위령촉루]의 기본 축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건'입니다. 설마 다들 기억하시겠죠? 자세한 내용은 넘어가겠습니다. 이 소설은 그 사건을 무림의 세력구도에 옮겨놓고, 자그마하게 늘어놓은 형태입니다. 일단 그 자체로도 관심을 끌만한데, '누구나 알만한 사실'에 '작가의 픽션과 변형된 세계관'을 가미해 재미를 더합니다. 잘 뽑혔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그 결과 우리가 다 안다는 거. 그 ***들은 not guilty(무죄) 먹고 돌아갔다는 사실 이미 다 아는데, 그대로 따라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때문에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되고, 주인공은 나름대로의 인간적 고뇌도 하며 괜찮게 전개됩니다. 솔직히 그 이후 이야기는 매우 훌륭해서, 저정도만 쓰는 작가분들이 많다면 이바닥의 장래는 밝다고 봅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거기서 괴리감이 생겨버립니다. 초중반까지는 '아. 그 얘기를 이렇게 바꿔놓으니 좋네!'라며 따라가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웬지 거리감이 생겨버리는 거죠. 물론 그건 작가의 창작 영역인게 당연하지만, 독자로써는 아무래도 바뀌어진 분위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 사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훌륭하다 생각할 책입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전모를 기억하고 있으니, 오히려 그 부분이 방해가 됩니다. 작가의 역량이나 소설의 완성도와는 상관 없는 갭인거죠.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그 외에는? 훌륭합니다. 정말 처음 쓴 소설인지 독대해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읽어보시길.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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