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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5.05.06 01:20
조회
1,237

몇십년 만에 팬들을 브라운관으로 모은 세기의 빅매치

 

 파퀴 1.jpg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역사적 이벤트 성격마저 띄고 있었던지라 유행이나 이슈에 민감한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
ⓒ SBS 중계화면 캡쳐

 


가장 오래된 격투스포츠 중 하나인 복싱은 한때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어지간히 유명한 세계챔피언이 언급되어도 모르는 사람 투성이지만 과거에는 정말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7080 전후를 오가는 세대라면 한번쯤 복싱에 열광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의 주인공 홍수환은 당시 '박치기 왕' 김일(프로레슬러) 이상가는 인기스타였고 '짱구' 장정구는 파마머리 스포츠 스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80년대 초중반 토마스 헌즈, 슈거레이 레너드, 마빈 해글러, 로베르토 듀란 등 이른바 '빅4'가 펼치는 라이벌 전은 국내선수가 끼어있지 않음에도 매 경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대머리 복서 해글러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유달리 많은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머리를 빡빡 깎은 친구가 보이면 "너 해글러같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였는데 대머리의 대명사같은 캐릭터가 바로 해글러였다. 각종 만화나 영화에서도 앞 다투어 복싱을 소재로 썼다.

그 뒤 국내에서의 복싱인기는 거짓말처럼 수그러들었다. 그나마 많은 이들이 동시에 관심을 보였던 복서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정도다. 헤비급치고 작은 신장이었지만 무시무시한 속도로 파고들어 꽂아버리는 한방에 거구의 상대들이 고목나무처럼 픽픽 쓰러지는 모습에서 팬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타이슨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주먹이 센 사람의 대표격으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역시 타이슨이 워낙 비정상적으로 인기가 좋았을뿐 복싱 자체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해글러 시대 이후 인기스타로 떴던 '신이 빚은 복서'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 등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명성을 얻었지만 그들을 아는 일반 국내 팬들은 많지 않다.

반짝이지만 모두를 집중시켰던 세기의 빅매치

'팩맨(PACMAN)' 매니 파퀴아오(37, 필리핀)와 '프리티 보이(Pretty boy)'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 미국)의 웰터급통합챔피언 타이틀전이 의미가 깊은 것은 오랜만에 국내 팬들의 관심을 하나로 묶었다는 사실이다. 복싱에 굶주렸던 열혈 팬들은 물론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적던 일반 팬들까지도 일제히 시선을 집중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복싱경기에 관심이 쏟아진 것은 과거 마이크 타이슨이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이후 처음이다.

워낙 세기의 대결로 홍보가 된 탓도 있지만 역사에 남을 거물들의 격돌, 이웃나라 필리핀의 국민영웅에 대한 관심, 각기 다른 캐릭터가 펼치는 다양한 스토리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딱딱 들어맞았다. 물론 단발경기에 몰린 관심인지라 복싱 붐과는 큰 관련이 없을지 모르지만 복싱을 사랑하는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이 정도라도 감격스럽다는 반응일색이다.

 파퀴 2.jpg
 단체 대화방 등 어딜가도 두선수 얘기가 빠지질 않았다.
ⓒ 윈드윙

 


아쉽게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는 말처럼 둘의 충돌은 예상보다 강한 스파크가 나지 못하고 "실망스럽다"는 혹평만을 남기고 있다. 깔아놓은 판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경기내용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은 복싱도 홍보가 잘되고 캐릭터+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나오면 얼마든지 남녀노소의 고른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현재 실정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엿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부산에 거주중인 여성팬 강의정(42, 백화점 판매원)씨는 "그동안 복싱이라는 단어를 잊고 있다가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파퀴아오를 보면 어려운 시절 전 국민이 다함께 텔레비전 앞에서 한목소리로 응원하던 과거 복싱영웅들이 떠오른다"며 향수어린 감회를 표현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혜선(38, 학원장)씨 또한 "어른들은 물론 주변 학생들까지 큰 관심을 보이는지라 간만에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얘기를 할 수 있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지역신문기자인 남성훈(33, 디지털김제시대)씨는 "경기를 며칠 앞두고는 어디를 돌아다녀도 복싱얘기뿐이었다"며 "주변 사람들이 이정도로 복싱에 관심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말로 지역 반응을 전했다.

나이지긋한 60~70대 어르신들이 마을회관 등에 함께 모여 전문용어 등을 써가며 토론을 하는 것을 비롯 복싱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만 같았던 부녀회에서도 파퀴아오나 메이웨더의 이름이 언급되는 모습이었다.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밴드 등 각종 온라인 공간 역시 복싱은 최고 화두중 하나였다. 덕분에 과거의 전설적인 복서들이 다시금 회자되는 것은 물론 한국계 괴물복서 게나디 골로프킨(33, 카자흐스탄)같은 다른 유명선수들까지 덩달아 알려지는 시너지효과가 나고 있다.

물론 모든 계층이 고르게 관심을 보였던 배경에는 단순히 스포츠적인 요소 외에도 사회적 핫이슈를 같이 공감하고 즐기려는 집단문화적 이유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역사적 이벤트 성격마저 띠고 있었던지라 유행이나 이슈에 민감한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번 경기의 효과가 단순히 단발성 이슈로 끝날지 아니면 골로프킨 등 다른 복서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수십년동안 잠자고 있던 복싱에 대한 열기를 잠깐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Comment ' 5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5.05.06 08:43
    No. 1

    완전 반대 인거 같은데요? 다시는 권투 따위 안보겠다는 사람만 주변에있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황신
    작성일
    15.05.06 14:04
    No. 2

    솔직히 드림매치때 처음 복싱 봤을 정도면 애초부터 복싱에 큰 관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신규팬 유입에 실패했다는 점이 복싱계에선 아쉽겠지만, 애초에 복싱계는 잃을것도 없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5.05.06 10:42
    No. 3

    1. 복싱은 미국을 중심으로 팬층이 두꺼운 몇몇 나라에서 아직도 인기가 많습니다만, 이번 메이웨더 전을 계기로 세계시장의 전체 파이는 10~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합니다. 재미 없는 경기로 챔피언을 하고 있는것도 어느정도까지죠. 최근 막장드라마로 승승장구하던 모 드라마작가가 끝내 임계점을 넘어 은퇴수순을 밟게 된 것과도 유사하다고 봅니다.

    2. UFC가 얻는 반사이익이 있을 테지만, 그리 크지는 않겠지요. 전 그렇게 봅니다.

    3. 복싱에 대한 관심은 이제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마무리가 되었다고 봅니다. 기존에 팬이었지만 잊고 지내던 분들은 왜 복싱을 차츰 안보게 되었는지 재확인을 했을 것이고, 새로 관심을 가졌던 분들은 싱거운 결과에 그냥 관심 자체를 가지다 말게 되었을 겁니다.

    4. 가장 큰 3개의 단체는 복싱룰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복싱경기에 얽혀 있는 수 많은 이해관계는 지금보다 시장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다해도 바뀌지 않을 철옹성이라고 봅니다. 악순환은 시작되었고, 메이웨더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5.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있는 어그레시브에 더 채점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 부분도 사실 쉽지 않은게 단체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높지 않다고 봅니다.

    6.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복싱 붐이다시 불 가능성은 기존에도 낮았지만 이번 경기로 인해 대폭 낮아져서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에 가까워졌다고 봅니다.

    7. 복싱은 가장 지지기반이 높은 미국및 몇몇 나라에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5.05.06 10:45
    No. 4

    인간이 육체를 단련하고 그 강함을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는 끝이 없고 계속 될 것이지만 그 분출 방법이 이미 MMA로 상당부분 이동했고, 앞으로도 조금 더 이동하리라 봅니다. 물론 UFC의 성장이 아주 클 것 같지는 않고, 일정 부분 아직 갈 길은 더 있다고 생각하고 있씁니다. 이번 메이웨더 전으로 인해 UFC가 약간의 성장을 더 하리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5.06 14:38
    No. 5

    지루하다 반댓말이 신나다. 즐겁다 아닌가요?지루했지만 즐거웠다가 뭔말인지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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