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를 쓰려하다가 인물이 책을 읽고 있다고 쓰려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책이란 게 등장한 것도 그렇게 오래 된 일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덜컥 ‘책’이란 게 있다고 말하려니까 어쩐지 설정에 구멍이 날 것 같아서...
일반에 책이 보급된게 어느 정도 된 일인가요? 동서양을 아울러서.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판타지를 쓰려하다가 인물이 책을 읽고 있다고 쓰려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책이란 게 등장한 것도 그렇게 오래 된 일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덜컥 ‘책’이란 게 있다고 말하려니까 어쩐지 설정에 구멍이 날 것 같아서...
일반에 책이 보급된게 어느 정도 된 일인가요? 동서양을 아울러서.
종이 자체는 14세기 말에 유럽각지에 퍼졌습니다. 다만 책이 일반화 된 것은 역시 본격적인 활자인쇄가 시작된 16세기 중반이후의 일이겠지요. 물론 근대적인 보통교육이 시작되기 전에는 서양에서도 책은 보는사람만 보는 물건이라 보는게 맞을 겁니다. 애초에 문맹률이 높으니 책의 수요 자체가 적으니까요.
그리고 동양에서는 책이 무척 비싼 물건이었습니다. 조선후기에는 책이 일종의 사치품이자 투기품으로(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물건들) 취급되어, 그걸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중간상인들을 규제한 일도 있었죠.
양인이 놀란 이유는 '미개인'의 국가에서도 책을 찾아 볼 수 있어서 놀랐다. 라는 식의 뉘앙스가 아니었나 싶네요.
조선의 경우 상업적으로 출판이 발달하지 않다보니 그랬다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흔했던 것 같습니다. 당송대에 권질이 많은 유서류 책이 많이 써지기도 했고, 장서가들 사이에서 교감을 통해 내용을 바로 잡은 책을 내는 게 자랑스런 업적이 되기도 하고 해서 상업적인 출판이 꾸준히 발달했습니다. 명말에는 조선말기와 마찬가지로 민간에서 소설-삼국지연의나 수호전이나 홍루몽 같은-이 많이 출판되기도 했고, 요즘 제일 잘 팔리는 책이 문제집, 교재이듯이, 과거시험에 합격한 문장을 모아다 편집하고 이름 난 학자들이 감수해서 파는 경우도 많아서, 나중에는 목판에 새기기 좋은 글씨체가 자연스레 생기기까지 했는데, 이게 명조체입니다. 출판으로 돈 꽤나 벌었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제법 있고요. 여러 모로 우리나라보다는 책이 흔했던 것 같습니다.
아뇨 조선시대에도 책은 의외로 흔했습니다. 종이도 그리 구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요. 최소한 노비나 천민 계층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사람들이라면 몇 권이라도 책을 구비하고 있을 정도는 되었지요. 다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쓰는 것처럼 손쉽고 싸게 구입해 쓸 수 없었다는 것 뿐이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에도 기술이나 그런 것들은 비인부전이라고 해서 구두로 전해지거나 집안에서 집안으로만 전해지던 그런 것들이 있었지요. 이런식으로 제대로 된 지식들에 대해서 흔하지 않았지 일반 서책은 꽤나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특히 언문으로 된 소설이 나돌기도 했고요. 그리고 국가 시책으로 유교를 널리 알려 위에부터 저 아래까지 완전하게 물들게 하기 위한 방책으로도 그런 문에 관한 서적은 널리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즉,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공부하기 진짜 싫어했거나 정말 하층으로 진짜 굶어죽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던 삶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어느정도는 읽고 쓰기가 가능했지요. 훌륭한 언문을 만들고 그것을 안쓸 이유는 없으니 널리 퍼뜨리기도 했고요.
세계 어디를 가도 문에 관해 그정도로 그 시기에 발달한 곳이 드물다 싶을 정도로 서민에게까지 글은 널리 퍼져있었고, 책도 그러했습니다. 다만 지금도 좀 배운 사람들이나 잘난체 하려면 외국어 쓰거나 영어 사용하는 것처럼 윗사람들 스스로가 한문이나 그런 것을 사용해 잘난 척 하거나 유식한 티를 내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록물의 많은 부분이 한문이 된 것 뿐입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자존심이 있었고, 여유가 있어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았으니깐요.
더군다나 중기 이후 양반사회가 고착화 되기 전까지 조선시대에는 일반 양민(평민)까지 과거를 볼 수 있었고, 그 들 중에서 가끔 장원이 나오거나 해서 지방 관리나 왕이 그 지역에 혜택을 부여하거나 비를 세워주기도 했습니다. 중기 이후에도 이것은 규정이 남아있었으나 반쯤 사문화 된 사항이 되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초반에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에서도 그리고 기록상 등록된 급제자의 면면을 보더라도 의외로 많은 이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았으며, 그것을 하기 위한 서책의 보급도 잘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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