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란에서 화공도담의 주인공 성격이 화제가 되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시절의 생각이 납니다.
전 지금도 특이하지만, 옛날에는 더 특이했거든요. 항상 웃었고, 절대 타인을 미워하지 않는 것, 언제나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고집에 세서 친구와 자주 다투었지만, 항상 반성하고 다음날 친구에게 달려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것...공자가 하루에 3번 반성하면 군자가 될 수 있다길래, 군자가 되어보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제가 노력하면 누구와도 잘 지낼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잘 지냈기에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어요. 일진한테 1달동안 매일 맞고 죽고 싶은 적도 있었고,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삶의 위협 속에서도 그래도 제 믿음이 옳다고 믿고 싶었고, 그렇게 살았답니다. 많이 울고, 슬픈 일도 많고,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저는 남을 미워하지도, 원망하지 않았어요. 실수로라도 마음에서 남의 험담을 하거나 나쁜 생각이 들면, 그 아이의 장점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사과하고(실제로 만나서 사과할때도 있었어요.),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나쁜 생각을 해서 그렇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와 싸울때, '속으로 내 험담했지.'라고 말을 들으면, 발끈해서 한번도 그런생각 안했다고 나는 속으로도 남을 험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곤 했답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결국 허무하게 깨져버렸어요. 고등학교 때 여학생과 짝이 되었는데, 첫 인사 때 부터 저를 인사를 받지 않고 싫어하더군요. 노는 시간에 제가 들어오면 그 아이는 저를 한번보고 밖으로 나가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2년간 어떻게든 좋아지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뭐랄까요. 제 삶은 고등학교가 되어 이전보다 더 위태로워지고, 매일같이 자살하고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아버지와 불화를 겪고, 숨쉴때마다 느껴지는 폐부의 고통에 결국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어요. 결국 저는 그 여자애가 나를 손 쓸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싫어한다는 걸 인정했어요. 제가 놓고싶지 않아서 끝끝내 부여잡던 세계는 너무나 큰 현실의 괴리에 파괴된거에요.
고등학교 3학년 처음으로 험담을 했어요. 첫 험담이 바로 그 여자애 였습니다. 제 친구들이 그때서야 그 여자애가 저를 싫어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놀랄 때, 저는 3년간 계속된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친구들에게 놀랬습니다. 그리고 실망했습니다.
문득 그렇게 남을 험담하고 뒤돌아본 세상이 너무나 황량해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 같아서 그렇게 펑펑 울었어요. 아무 것도 그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믿었던 것은 사라지고 마음속은 공허했어요.
그렇게 어느새 10년 가까이 흘렀어요. 하지만 삶은 아직 행복하다고 믿게 되요, 물론 이전처럼 누구나 친해질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아요. 이제는 제가 싫어하는 사람도 생겼고요.
예전 세계는 부서져 조각이 되었지만, 그 조각 사이에서 드물지만 빛나는 사금파리들을 찾을 수 있었고, 퍼즐처럼 그것을 엮어 예전보다는 튼튼한 세상을 짜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직도 여러분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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