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마치 카즈마
작품명 :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Index)
출판사 : 대원씨아이
최근 애니화로 인기몰이 중인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Index)을 5권까지 입수했습니다.
솔직히 전에 한 번 봤던 거라 글을 쓸까 말까 내심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쓰는 편이 후회가 덜 남을 것 같아서 어렵사리 펜을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부럽고도 아쉬운 글은 처음이라, 어떤 의미에서 인덱스는 저에게 첫 순위로 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1. 흥미로운 설정과 전개. 너무나도 잘 짜여진 세계관.
인덱스의 세계관은 이분화되어 있습니다. 도쿄의 3분의 1 크기로, 초능력자들을 받아들여 입주시키고, 그 개개인의 능력 신장이나 개발을 위해 교육을 시키는 초능력자들의 도시 [학원 도시]가 그 첫째이고, 온갖 마술적인 신비와 오컬트로 무장한 종교 집단 [네세사리우스], [로마 정교], [영국 청교도] 등이 속한 마술 세계가 그 둘째가 됩니다. 초능력자와 마술사가 당연한 듯 공존하는 세계. 그 곳에서 초능력과 마술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선천적인 힘으로서 "이능이라면 신의 기적마저 지워버리는" 오른팔을 가진 소년 '카미조 토우마'가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작중에서는 이매진 브레이커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지요.
하지만 그 오른팔은 거리의 불량배를 해치우는데도, 학교 과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하잘것없는 이능일 뿐입니다. 카미조 토우마가 어느 날, 10만 3천권의 마도서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마술 세계의 수녀 '인덱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인덱스를 만나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급전개를 맞이하여 그녀를 쫓는 [네세사리우스]와의 화끈한 전면전 한 판을 1권에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국 청교도, 로마 정교, 러시아 정교 등등.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종교명도 눈에 띕니다. 작가가 이 글을 준비하면서 어떤 교재를 통해 공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던 지식과 약간 차이나는 부분도 있더군요. 그것은 역시 작가의 방대한 세계관의 일부로서, 이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개성에 추가되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멋지고 탄탄한 세계관을 소유하고 있는 글입니다. 읽는 내내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고, 몇몇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면 상당한 랭크를 줄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도 생각하게 되더군요.
2. 일러스트는 별 다섯개. 글 전체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인덱스'의 일러스트는 거의 모든 NT소설을 통틀어 단연 SS급이라고 할 만합니다. 개성이나 호불호 여부를 떠나, 이만큼 잘 그려진 일러를 꼽으라면 전격문고 일러부문 대상을 받으신 타우에 슌스케 님의 '키리'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루로 님의 '무시우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타케다 히나타 님의 '고식'도 포함할 수 있겠구요.
이 글의 소장가치 중 90퍼센트는 일러스트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일러스트의 수준이 압권이기 때문에, 인덱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겁니다.
애니화에도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군요. 이 책을 집어든 순간 심각하게 갈등하게 되는 게 바로 이런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정확히 '라이트노벨스런' 케릭터 설정에 찬사를.
'인덱스'는 능력자배틀입니다. 마술 결사에 소속된 마술사들의 전공 분야가 다르니만큼 개개인이 사용하는 술식에도 단연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드러나죠.
실제로 맨 처음 습격해온 마술사 스테일 마그누스의 경우는 룬 문자를 이용한 화염계의 주술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그의 파트너인 칸자키 카오리의 경우는 2미터의 일본도로 칠섬과 유섬을 사용하는 멋들어진 사무라이 누님이죠. 카미조 토우마의 이매진 브레이커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적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차이점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적들이 모두 일관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적은 일관된 명재를 다각도의 시선에서 분석하여 순식간에 파훼법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각자가 지니고 있는 술식이나 술법에 드러나는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카미조 토우마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는 거죠. 이매진 브레이커라는 불량배를 상대할 수도, 학교 과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쓸모없는 오른손으로 싸움이 전문이라는 프로 마술사들을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건 어찌 보면 전율입니다. 그만큼 독자는 약해빠진 주인공 카미조 토우마에게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겁니다.
그 외에도 12세 외모의 로리 교사라던가, 10만 3천권의 마도서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완전기억능력'소녀, 학원도시 내에서도 7명밖에 없다는 10억 볼트 전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전자포 레일건) 미사카 미코토, ETCETC. 그야말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두드러지는 개성을 지닌 케릭터들이 하나 둘도 아닌 전부입니다. 모든 케릭터 창조를 1권에서부터 확실히 끝마쳐 놓았기 때문에 이 책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작가의 철없는 농담을 독자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최초에는 약간 억지스런 설정 강요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잠깐 있었지만 꽤나 근사한 시도이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4. 하지만 문체에서 감점 -200점.
작가 특유의 필체인지 역자의 실력인지는 모르겠지만(전 후자 쪽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만.. 설령 전자라고 해도 그 점을 보완하지 못한 역자의 미숙함에 크게 마이너스를 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다보면 "괴롭습니다."
문체가 너무나도 딱딱합니다. 연결되는 느낌이 전혀 없고 현재형과 과거형을 들락날락하며 노골적인 번역체로 제 눈썹을 꿈틀거리게 하더군요. 제가 이와 아주 비슷한 문체의 글을 하나 알고 있는데, 나스 기노코 씨의 '공의 경계'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인덱스는 글 자체가 그렇게 인텔리한 느낌이 아니다보니 단순히 딱딱한 번역체의 라이트노벨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솔직한 말로 맨 처음 읽었을 땐 너무도 거슬리는 문체에 염증이 나서 몇 번인가 읽기를 그만두기도 했었습니다. 세계관과 스토리 그 자체에 빠져들기 전까진 절대로 호평할 수 없는 느낌의 첫 인상이었다는 걸 말해두고 싶습니다.
솔직히 책을 고를 때 민감하게 따지는 사람에겐 소장가치마저도 하락되는 문체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거의 100질 중에 한 질 나올까말까한 발번역이었다고 할까요.
글 자체가 갖는 작품성의 비중을 너무 높게 잡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을 때 가장 큰 장해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문체를 지적하게 되고 맙니다. 읽는 내내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4. 정의를 부르짖는 주인공. 당신은 어느 시대 아이돌인가?
페이트의 에미야 시로에서 유래된 '정의빠'라는 단어가 여기에 한 번 적용됩니다.
주인공 카미조 토우마는 엄청난 정의빠입니다. 올바르지 못한 일은 설령 관계없는 일이라도 무작정 끼여들어 다치고, 덤벼들고, 깨지고, 박살납니다. 그것이 무한 루프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려 하지 않는 주인공. 이는 독자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헛돌아갈 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부분이 조금 짜증났습니다.
같은 신이라도 훨씬 현실성 있게 실감나게 구사해낼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피식 들더군요.
주인공이 정의빠이다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정의로운 대사 한 마디씩 날려줄 때가 있는데, 이 때가 이 소설을 읽는 중 가장 큰 위기입니다.
작가는 자기철학을 모든 독자에게 '강요'하듯 말합니다. 멋있는 신이어야 하니까 멋있는 글을 썼다.. 라는 것일텐데, 지나치게 멋있다보니 오히려 유치하고 괴상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잘만 썼다면 이 시점에서 바로 '수작'에 등극될 수 있을 만큼 장면 연출은 잘 해놓고 대사 한 마디로 슬쩍슬쩍 말아먹는 걸 보니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대가 10년만 더 일렀어도 책을 부여잡고 눈물 흘렸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21세기잖아요.
뭐, 그런 이유로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Index) 1권에 대한 감상이었습니다.
나머지 권들에 대한 감상은 다음 기회에, 하지만 다음 권을 가질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될 만큼 수작인 글이므로 어느정도 단점들을 감내하고 읽는다면 만족할만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에필로그에 가까운 마지막 장면에서는 개연성 부분을 무시하면 살짝 감동적이기도 했고, 역시 두 번만 읽어보면 빠져드는 책이라는 평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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