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강현
작품명 : 뇌신
출판사 :
김강현님의 차기작 뇌신. 마신을 재미있게 읽은 많은 독자들이 마신을 읽으면서 느꼈던 통쾌함과 시원시원함을 기대하면서 뇌신을 집어들었을터이고, 나 또한 그러한 사람들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뇌신을 읽어본 후, 뭔가 기대 이하라고들 한다. 나 역시 그러한 느낌은 마찬가지. 어째 마신때보다 퇴보한듯한 이 책을 보다보면 한숨밖에 안나온다. 처녀작이었다면 좀 좋게좋게 얘기할수도 있겠지만, 이번이 네번째 작품이니만큼 아쉬운점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겠다.
뇌신을 읽다보면 많은 조연들이 등장한다. 단순한 무사도 있고 미남, 미녀도있고 세가의 가주도 있고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히로인을 보고 하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미녀다. 주물럭거리고싶어 옆에 약장수는 뭐야.'
'미녀다. 나보다 예뻐, 짜증나. 옆에 약장수는 뭐야.'
'미녀다. 내 손자한테 줘야겠군. 옆에 약장수는 뭐야.'
남자는 에로늑대요 여자는 자존심센 바비인형이고(조연기준) 늙은이들은 임금님들밖에 없는거같다. 몊몊이 그러면 현실적이라고 말할수도 있겟는데, 등장하는 대부분의 조연들이 이러면 할말이없어진다. 주인공이랑 최종보스 빼곤 다 바보가아닌가 이건.
특히 보면서 눈물을 쏟을뻔했던 3권의 독약이벤트. 의선각 부각주라는놈이 여자랑 자리 안만들어줬다고 명문세가의 여식들에게 독(내공까지 소실시킬수있는)을 유포한다음, '치료해드리지요'라면서 손을 주물럭거리다가 적발되서 어느샌가 뇌옥으로 끌려들어갔다더라 라는 이 사건. 무개념 조연과 허술한 설정이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랄까. 만약 이 이벤트가 '봉황단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라면 정말 한숨이 나올일이다.(부각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더 큰한숨이다. 이런 억지전개말고도 방법은 많았을텐데.)
사실 이러한 인물들의 부족한 깊이는 뇌신과같은 먼치킨물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수있다. 사실 마신의 캐릭터들이 뇌신보다 더 나았던것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마신에선 별로 드러나지 않았고, 뇌신에서는 나의 뇌신경을 콕콕 쑤셔대고있다. 이 중심에는 뇌신 최대의 문제아(...)화무영이 이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들을 가득 안고 대리만족을 체험하기 위해 뇌신을 집어든 사람들은 주인공의 거침없는 언동을 보며 아연질색한다.
약장수라고 무시당하면 '그런거엔 익숙해요.' 뭔가 말하고싶을때는 '에이, 괜히 나서지 말자.' 화가나면 '내가 참자.' 칭찬받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걸...'
독자로서는 속이 탈수밖에 없는 이 순돌이 주인공. 위에서 내가 말한 단점은 이 얕보일수박에 없는 주인공의 성격과 함께 찬연히 개화해서(개화하지마!) 내 마음을 콕콕찌른다.
만약 단지 저런 성격일 뿐이라면 그냥 답답하고 만다. 어째서 저런 성격인지 미약하게나마 설명도 있고 하니까.(아마 신선인 사부의 영향이 크리라.)
그러나 한 마디만 더해도 생기지 않을 오해를 수십개씩 찍어내는 주인공과 조금만 생각해봐도 풀릴 오해를 수십가닥으로 꼬아대는 조연을 보고있으면 가슴속에서 열불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3권 중반. 주인공은 약사들의 피로를 풀기위해 신선주를 한잔씩 돌리고, 맛이 궁금한 약왕문의 누군가가 말한다.
"한잔만 주게."
"안됩니다.(약사들의 피로를 풀기위해 주는것입니다. 양이 얼마 없어요.)"
"날 무시하다니! 괘씸한놈!"
깊어가는 달밤, 깊어가는 오해. 대충 이런구도. 비슷한 구도가 참 많다. 이와 같은 과정을 수십번을 거친 후, 남는것은 '주인공과 여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적.' 이라는 씁쓸한 상황뿐.
나중에 한번에 폭발시키기 위해 그런다는건 알겠는데, 이를위해 희생하는것이 너무 많다. 나중에 저 조연들이 주인공한테 박수를치며 따봉!을 외친다면 오히려 기분이 나쁠것같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것은 스토리 자체. 아까도 말했듯이 주인공을 위해 희생하는것이 너무 많다. 그것은 스토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의선각에서의 스토리. 독약사건이야 아까 언급했으니 말하지 않겠지만, 여러가지 납득이 안가는요소가 많다. 주인공을 철저히 감시하면서도 남들은 약초를 빻는데 주인공은 손가락으로 비벼 가루로 만드는것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가지지 않는다던가,(최소한 무공에 대한 의심은 해야할것아닌가.) 여행중 신선주항아리에 기운을 넣어 보호하는걸 알아채고도 '하찮은 약사'라는 인식에 변화가 없다던가, 히로인들은 뛰어난 눈썰미로 다 알아채는것을 다른이들은 우연히 못보고, 의식을 잃고, 보고도 무시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결국 주인공의 능력은 드러나지 않는다던가...결국 나중의 주인공의 한방을 위해 인물, 스토리, 모두가 희생하고있는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것들중 사실 고치기 힘든것은 별로 없다. 깊이 있는 캐릭터를 원하는게 아니라, 얼굴찌푸리지 않을정도의 캐릭터를 원할뿐이고, 작품의도에 맞는 주인공을 원할뿐이며, 개연성있는 스토리를 원할뿐이다.
이제 중견작가라고 불릴 시기를 거치고 있는 작가님이라면 조금만 노력해도 더 좋은 글을 쓸수있을것이다.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하면서 뇌신은 이만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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