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최지인
작품명 : 원고지 위의 마왕 3권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시드노벨
여름방학이 끝나고 카토르바슈 신성학원에 학생들이 돌아오는 시기가 찾아왔다.
레이리아는 가인이 학원에 계속해서 머무려면, 카토르바슈의 ‘성녀(聖女)’ 크라우리제와 그 집사 미네트를 포섭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 방법을 고심하던 가인에게 집사소녀 미네트가 뜻밖의 부탁을 한다.
“부디, 크라우리제 아가씨가 ‘연애’를 경험할 수 있게 해다오!”
그리고 이어지는 거짓말 같은 로맨틱한 사건.
과연 가인과 크라우리제가 그리는 연애소설 같은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진실하지 못한 마음이 소설과 교차되면서 시작되는, 성장의 노벨 판타지 제3권「연애소설」편!
----------------------
원고마 3권입니다. 그냥 서론 생략하고 바로 감상 들어가겠습니다.
1권은 '에리스가 쓰는 소설', 2권은 '추리소설'. 3권은 '연애소설'입니다. 소설이라는 매체를 주 장치로 삼은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만, 이번 3권의 '연애 소설'은 앞의 것들보다는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느낌.
1권의 경우 에리스가 쓰는 소설 자체가 사건의 중심이었고, 이 소설의 진행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고, 갈등의 해결도 소설 자체에 의지했습니다.
2권은 그냥 주제가 추리소설인 만큼, 책 자체가 추리 소설이었지요.
3권은 '연애 소설'을 주제로 하고, '연애'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앞의 권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책 속에서 '연애'를 다루는 것과, '연애 소설'을 다루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그런 면에서 '소설'이란 장치를 이야기에 녹여내는 그 감각은 앞의 권들보다 많이 아쉬웠어요. 애초에 크라우리제의 고민은 '연애 소설'과는 기실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이었으니.
책을 전반/후반으로 나누었을때, '연애 소설' 파트라고 할 수 있는 크라우리제와 미네트의 이야기는 기실 큰 의미가 없었거든요. 오히려 마녀왕과 사신 콤비와의 배틀이 주가 되었고,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스토리 진행'을 위해 희생된 권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후반에 배틀이 등장하는 것은 다 같습니다만, 1권의 경우 에리스가 쓰는 소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앞을 제시하는 것으로 배틀을 해결하는, 금서목록풍의 '심리적, 신념적 배틀'을, 2권은 추리소설이라는 요소에 맞추어 '두뇌적 배틀'을 벌였습니다만, 3권에서의 배틀은 '연애 소설'이라는 중심소재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지요. 오히려 두뇌 배틀의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미네트의 '정검'은 뜬금없는 장치였고.
소설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서 '문학소녀'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등장한 크라우리제에서 그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문학소녀 1권인 '죽고싶은 광대'의 오마쥬인지, 열화 버젼에 가까운 캐릭터로서, 전후반의 차이가 극심하지요.
장면 장면에서의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그럭저럭 살아있습니다만, 캐릭터의 설득력은 다른 문제. '그냥 이 애는 이래요'라고 성격을 단정하고, 거기에서 다시금 가능성만을 열어둔다는 것은 조금 안이한 진행이 아닌가 합니다. 솔직히 이런 캐릭터에 제대로 된 구원을 던지는건 어려운 일이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문학소녀 시리즈의 '다케다'의 경우도 문학소녀 시리즈 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편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여전히 재밌습니다. 평이하게 읽어갈 수 있는 문체와 톡톡 튀는 장면장면의 포근한 재미와 유머, 튀지 않고 각자의 매력을 발휘해주는 캐릭터들과 에피소드에 묻히지 않고 이루어지는 스토리 진행. 특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인 세피아가 조금씩 두드러지기 시작하는게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공 가인의 동정드립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인생을 걸고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고, 몇백년을 마왕으로 살아온 주제에 동정이라니 이건 뭐 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생전에도 고자였다'는 결론 밖에는 안나오는데... 인간 시절 연인과 도피행중일때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건가? 말도 안 돼.
작가 후기를 참고할때, 다음 권은 단편 에피소드들을 모은 외전편이 될 것 같습니다. 잡지연재 따위 없는 작품이니, 외전이라 해도 '완전 번외편'은 아니겠습니다만. 이렇게 매 에피소드마다 각자 장르를 바꿔 소설 소재를 꾸준히 써 먹는데, 다음에는 무슨 장르를 다룰려나? 라는 생각을 하는것도 꽤나 재밌는 작품.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