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로부치 겐
작품명 : 아이젠 플뤼겔 上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고속 레시프로기(Recipro Plane) 에투피리카의 조종간을 쥐면서 카알 슈니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한 쌍의 날개. 비늘처럼 흩날리는 빛의 파편. 그것은 아직 인류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존재― 그렌츠 드라첸이었다. ‘그들이 춤추는 저 하늘 저편에는 고통도 슬픔도 없는 장소가 있는 게 분명해.’ 지금도 카알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것은 아직 용의 날개에 신비로움이 남아 있던 무렵의 이야기.
신들의 영역을 목표로 삼은 도전자들의 뜨거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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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부치 겐.
우로부치 겐.
우로부치 겐!
왜 이 책을 샀냐고 물어본다면 "우로부치 겐이 썼으니까!"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저에겐 "니시오이신이 썼으니까!"라거나 "교고쿠 나츠히코가 썼으니까!", "나스 키노코가 썼으니까!"라는 말이랑 동급이에요!
... 물론 위에 언급한 작가들이 쓴 책을 전부 샀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비유입니다. 알아먹지 못할 소리가 되어버렸지만요. 사실 우로부치 겐 소설 중에서 '블랙라군 - 샤이네타 바디'도 정발 되었지만 아직 안샀어요.
하여간 우로부치 겐입니다.
정신나간 남자과 우주적인 존재의 순애보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는 쌈박한 호러 로맨스 '사야의 노래'를 쓰신 그 분이고,
기사왕과 영웅왕과 정복왕과 두 남자와 한 소년이 신념과 소원을 두고 맞서고 깨닫고 성장하고 스러지는 최강 최대의 이야기 '페이트/제로'를 쓰신 그 분이고,
마법소녀물 사상 희대의 개X끼 마스코트 '큐베'가 나오는 본격 막장 계약 사기극(...)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시나리오를 담당하신 그 사람!
인간이 땅을 지배하듯, 하늘을 '용'이 지배하는 세계. 오로지 '빠른 비행'만을 추구하는 하늘의 지배자들을 동경하는 주인공 카알 슈나처.
그러나 용과 함께 날고싶다는 생각으로 공군에 입대한 카알은, 곧이어 벌어진 전쟁에서 압도적인 비행술로 영웅으로 치켜세워지고, '전쟁의 각오'보다 먼저 '영웅'이 되어버린 카알은 이윽고 완전히 망가져버립니다.
그런 그에게 다시금 내밀어진 권유. "용을 이길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고 있다네. 타고 싶지 않나?"
그야말로 '비행'에 대한 로망이 꽉꽉 들어찬 이야기.
오로지 순수하게 '나는 것'을 추구하고, 하늘에서 펼쳐지는 레이싱으로 서열을 나누는 '용'이란 존재. 거기에 비해 기껏 손에 넣은 날개- '비행기'를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인간들.
한 없이 용을 동경했으나, '인간'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 멋지게 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인간의 사정으로 '순수한 비행'을 할 수 없어 절망했던 한 남자가, 또다시 비행으로 희망을 얻고, 그러면서도 다시금 얽혀드는 '국가'의 사정에 절망하고 갈등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담하고 견고한 문장으로 펼쳐집니다.
솔직히 '비행' 자체에서 로망을 찾는다면 고전적인 분위기가 있는 프로펠러기가 더 분위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만, 하여간 이 이야기는 인류 최초의 '제트기'로 하늘의 지배자에게 맞서는 인간의 이야기.
각기 다른 역학적 원리로 '비행'을 하는 다양한 용들의 묘사나, 그 용들이 가지고 있는 '비행'에 대한 긍지, 초월자에게 '기술'로서 도전하는 인간의 열정, 속도감 있는 공중 레이싱 묘사 등 볼 거리도 충실. 그러면서도 인간 사이의 갈등을 비중있게 묘사하는 것은 우로부치 답다고 할까요.
특히 비행기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는 '전투요정 유키카제'정도의 집착적일 정도로 세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야말로 작가의 밀덕밀덕한 취향이 듬뿍 묻어났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야말로 쓰는 사람이 즐겁게 썼다는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접했던 우로부치의 다른 글들에 비해 그럭저럭 밝은 분위기이긴 합니다만, 아직 하권이 남아있는 만큼 이야기의 마무리가 어떻게 지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카알이 갈등 끝에 내린 답은 어떻게 될까? 용과 인간의 대결은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세계'는 그런 그들에서 어떤 변화를 이뤄낼까? 다양한 기대를 품게 하는 짧고 인상적인 로망 판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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