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홍정훈
작품명 : 월야환담 광월야
출판사 : 넥스비전
광월야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작가 홍정훈의 독자들은 반가움과 기대를 느끼셨을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죠. 단지 살 여력이 안되는지라 읽을 기회가 안됬는데- 양장본이라니!- 결국 지금에 와서 볼 수 있게 되는군요.
완독 후 만족감에 다른 감상평들을 쭉 훓어보니 월야 특유의 광기가 빠져 실망했다 라는 감상이 부정적 의견의 주를 이루더군요. 확실히 채월야에비해 창월야가 둥글둥글하고 그런 채월야에 비해 광월야는 더 무딘 느낌입니다 - 루스낀의 타락한 모습은 정말이지... 분명히 이런녀석이 아니었을턴데...
그렇지만 그런 감상은 광월야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래 해봅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뿐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월야환담의 광기가 빠진게 아니고 광월야에는 채월야의 특색이 많이 사라진것 뿐이죠. 엄연히 채월야의 주제는 창월야와 다르고 당연히 광월야와도 다르니까요. 오히려 광월야에서 잡은 주제는 휘긴경스러우면서도 상당히 공감간다고 봅니다. 제 입장에서는 차라리 채월야보다도 낫군요.
채월야에서는 우스게소리로 말하면 세건의 '렛츠 막장인생'이 주제죠. 자신을 용서할수가 없어서 결백증에 가까운 광기로 무장해 타락해간다는게 중심내용입니다. 월야환담은 그 광기의 충돌과 묘사로 본다지만 세건의 입장에 공감할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얼마전에 실제로 살인사건이 일어났을때 범인의 동기는 그냥 죽고싶어서 묻지마 살인을 한걸로 드러나 세간의 충격과 비난을 샀지요. 그런데 세건도 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가족에 죽음에 슬퍼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할수가 없기에 자신을 스스로 파멸시키면서 흡혈귀들을 처단합니다. 죽고 싶으면 혼자죽고 용서를 못하겠으면 혼자 괴로워하면 그만인 일을 애꿎은 남을 쳐죽여가며 광기를 뿌리는 주인공을 보고있자면 솔직히 오버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반명 광월야 1권은 이와 반대로 이사까의 '막장인생 사색'이 주제입니다. 짐승인간들의 왕(...) 이사까는 타락해가는 월야의 왕을 처단하기위해 어머니까지 죽이며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했지만 결과는 그게 삽질이었고 죽서써 서린주는 꼴이 나버렸습니다. 결국 그렇게 목표가 사라지고 신념이 거짓이되면서, 희생해 왔던것들과 그위에 있던 삶에 짓눌려버린 이사까의 삶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 주를 이룹니다.
자신의 신념을 내세우고 남과 투쟁해나가는 주인공들로 범람하는 장르문학에서 결국 신념이 깨져버려서 또 그걸 속죄하거나 극복하겠다고 생각하는식이 아니라 '죄를 짊어지고, 수치를 참으며 살아갈뿐' 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휘긴경스러운 면이 있어 좋았습니다. 나따샤를 도운것도 어설픈 정의감의 발로가 아니라 단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됬기 때문이죠.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나갈것인지에 달린 문제지만 캐릭터의 완성도는 채월야보다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퇴보는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다를뿐이죠.
그 외 전개를 질질끈다는 지적도 있었던거 같지만 초반 주인공의 내면묘사로 끄는건 채월야와 창월야의 공통적 특성인 만큼 별문제는 안될듯 싶네요. 조폭과 사이비신도 소재는 다뤘던것이 아니냐 말해도 뭐 주인공의 행보에 개연성있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거만한 소재가 없으니 개연성을 위한 참신함의 희생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리뷰를 마치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2권은 또 언제볼지 하는 막막함이 듭니다. 소장에 별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저에게는 양장본으로 내고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치명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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