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영훈
작품명 : 절대군림
출판사 : 청어람
글은 모두 평어로 씁니다. 그리고 장영훈 님께도 편의상 이 글에서는 '장영훈'으로 칭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군림을 극찬하고, 장영훈을 극찬하고, 또 한편에서는 절대군림을 재미없다하고 장영훈을 발전이 없다 폄하한다.
절대군림이 재미없다 하는 이들은, 절대군림은 주인공 본인이 초극강 먼치킨인 데다가 배경 또한 엄청나다는 것을 미루어 알아채기 어렵지 않고, 성격까지도 가벼운 위트가 있어서 긴장감이 없고 따라서 몰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장영훈이란 작가는, 쳐녀작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모든 주인공이 극강이었기에, 모두 일개 조장이었기에, 그리고 모두 마교와 관련이 있고,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의 설정이 비슷비슷하였기에 발전이 없다고들 말한다. 이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자면,
일단 절대군림만으로 살펴보자면 절대군림은 긴장감으로 읽는 소설이 아니다.(물론 긴장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 궁금증으로 읽는 소설이다. 여기서 호불호가 일단 극명하게 갈린다. 이 책은 주인공 적이건이 천하사패를 어떻게 다룰지,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는 어떻게 처리할지, 결국 어떻게 천하제패를 이룩할 지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적이건이 어떻게 다치고 어떤 기연을 만나고 어떻게 무공이 성장하고 어떻게 적들을 섬멸하고 천하제일인의 위치에 오르는지는 이 글에서 애초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아니다. 그래서 긴장감을 즐기는 독자들은 재미가 확연히 떨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느끼셨을 듯 한데, 아직 3권밖에 나오지 않았고 따라서 완결이 나봐야 알겠지만, 이 글은 애초부터 진실하게 천하제패를 그리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릴 때, 내가 힘이 있다면 세상을 적이건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이라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서서히 나이가 들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게 아니며,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들을 좋고 나쁨으로 재단할 수도 없으며, 결국 옳고 그름의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것을.
이 글의 진짜 목적은 적이건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무공의 성장이 아니다. '마음의 성장'이다. 세상을 그야말로 일도양단하는 스무 살 어린 청년의 이분법스런 사고에서, 세상은 그렇게 쉽게 재단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 이것은 천하제패를 못할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 배워나가는 성장 소설인 것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도 이 책을 통쾌하다면 통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지만, 반면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그런 순수한 생각을 품었던 어린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리며, 또 성장하여 변해버린 너무 많이 알아버린 현재의 자신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장영훈 소설의 진짜 소설스러움이 드러난다. 소설은 그냥 글이 아니다. 비록 사실은 아니지만 있었음직한 일의 서술을 통해서, 혹은 상상의 세계를 펼임으로써 인간을 그리는 글이 소설이다. 그들이 아무리 초인이라도 그리는 세계가 무협의 세계라도, 혹은 판타지의 세계라도 그 속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전우치전 같은 것을 보아도 그 속에는 인간이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어떤 한계를 언뜻언뜻 보여준다. 장영훈의 소설은 비록 무협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래서 나오는 인간들은 초인이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진짜 인간을 그린다. 이는 비단 절대군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작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모두 마교와 관련이 있는 것 또한 결국 인간과 관련이 있다. 세상의 절대악이라 칭해지더라도 그것이 '진실'은 아니며 그곳에도 또한 결국 사람들이 사는 세상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단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이런 장치를 쓰고 있고 그래서 너무 진부하다고? 마인이 주인공인 소설이 얼마나 많으냐고? 겉으로 보면 다 똑같다. 하지만 다르다. 우리 다 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고. 요즘 세상에는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서 옛날이면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을 좋은 경구들이 널려있다. 하지만 이 경구들조차 요즘 세상에서는 인스턴트다. 각종 책에서는 이 경구들에 대해 설명해놓는다. 읽는다. 이해한다. 끝이다. 그건 이해한 게 아니다. 실천해야 한다는 소리하려면 집어치우라고? 그 정도는 안다고? 실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참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제나 그 경구들을 곱씹어야 한다는 말이다. 장영훈은 우리가 다 아는 "마인도 사람이다"라는 말을 곱씹어서 썼다.
여자친구 만나러 가야해서 여기까지만 합니다. 마구잡이로 쓴 글이 참 뭐 같은데 결국하고 싶은 말은, 혹시 긴장감이 떨어지더라도 어릴 때 중고생추천소설 읽는 기분으로 한 번 읽어보시라구요^^;; 장영훈님의 무협소설은 그저 자존심 때문에 "무협지가 아니고 무협소설이다!" 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무협소설"을 보여주니까요.
여친만나고 와서 전 오늘밤에 철산호나 읽어야 겠네요~ 좀 전에 빳빳한 새책으로 철산호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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