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원호
작품명 : 프리매지션
출판사 : 뿔미디어
한 때, '인위인위'님의 감상문을 읽고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초지일관 여자를 찾으러 세상에 나온 먼치킨 이야기를 11페이지만에 살포시 덮으시면서, 그 압축된 스토리 묘사에 감탄하셨던 감상문인데요. 그 감상문을 읽어본 후로, 자나깨나 저에게도 그런 소설을 하늘에서 내려주시기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대박이 터졌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분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런 책은 그 첫마디 부터 다른책들의 존재감과 인과관계를 압도합니다. 그 첫번째 징후는 이렇습니다.
1. 시작부터 다른 주인공의 정신세계
때는 2382년 대한민국, 인세에 보기 힘든 오우거등의 몬스터가 난립하는 뉴스가 나오는 세계, 하지만 주인공은 그저 '괴상망측하고 재미없는'뉴스로 치부합니다.
그렇습니다. 소설에서도 아니고, 게임에서도 아니고 현실에서 오우거등의 몬스터 난동으로 특수부대가 출동하는 일이, 주인공에겐 아주 재미없는 일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왜냐? 주인공은 더욱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그것에 얽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인 것을 작가에게 언질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화자=주인공인 덕에 배경지식과, 복선을 숨기기 까다롭다는 점인데요, 그저 재미없고 따분하다는 감정 표현하나만으로 주인공이 뉴스에 나올만한 놀랄만한 사건의 배경지식이 이미 익숙할만큼 충분하다는 암시를 주고 있으니, 나중의 전투동료들이 주인공에게 오우거에대해서 억지로 설명해주는 씬 따위는 없어도, 어색함 따위는 없다는 최고의 효과가 나타남을 인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속해서 번호를 붙여가며 징후들을 볼까요?
2. 18세의 미모의 동거녀
먼치킨이고 싶은 여러분의 옆에 제일먼저 튜닝되어야 할 것은 동거하는 미소녀 임에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친 여동생이면 안되는 바, 생판 남이 같이 생활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이 혈연도 아닌 남자랑 단둘이 생활하게 놔둔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이런 스토리를 무작정 설정해버리면, 그 무시되는 인과관계는 소설의 재미반감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분은 이점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주인공의 집에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제공합니다.
간단합니다. 주인공의 부모님과 그녀의 부모님을 죽여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몬스터에게 무참히 살해된 주인공의 부모님, 그리고 혈기를 참지 못하고(당시나이 12살)몬스터를 향해 공격을 하는 주인공, 이때 그녀의 부모님이 주인공을 감싸고 죽어버리는 은혜를 입습니다. 다행이 유언을 남길시간은 갖고 돌아가신 그녀의 부모님들은 그녀를 주인공에게 부탁합니다.
은혜롭게 살려주시고 미녀를 남겨주신 부모님을 위해선 그녀와 같이 잘 살아주셔야 겠죠. 그리고 쑥스러운지 한마디를 남기는 주인공입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하지만 난 예림이와 같은 집에서 같은 밥을 먹고 산다."
결론지어버리는 첫마디는 역시 주연을 하고 봐야한다는 좌절감을 우리 평범한 독자들에게 안겨줄 뿐입니다.
3. 그에겐 힘이 있다.
부모님을 몬스터에게 잃었는데도, 몬스터뉴스를 보면 따분하고 재미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주인공, 앞 뒤가 맞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예 그렇습니다. 그는 힘이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 없는 힘입니다. 그런 비 인간적인 힘이 있으니, 인간의 입장에서 큰일나는 몬스터 뉴스들은 그에겐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상이었던 겁니다. 어쩌면 사심이 아주 조금 있다는 그녀와 아직 깨끗한 관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의 튜닝은 이렇게 계속 됩니다. 미녀와 힘, 그리고 아픈과거, 하지만 재미없는 일상.. 배경만 봐도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지 않습니까?
작가는 서문에서 3번째 작품인 이 작품에 전작들과 달리 스토리적 요소를 집어 넣었다 평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의 스토리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배경을 설명하는 몇장이 지나고 드디어 시간적 흐름이 시작되는 첫 신에서 등장하는 18세 동거녀 예림이
교복치마위에 앞치마를 두른 키 166에 어쩌고저쩌고 묘사되는 무척 예쁘고 그러면서 청순한 그녀가 그에게 말합니다.
"오빠 들어가도 되나요?"
그리고 그녀를 보는 그는 현 상황을 이렇게 평합니다.
"나만의 특권이다!"
드디어 소설의 주제가 나왔습니다. 19페이지만에 등장한 소설의 주제는 앞으로 일관된 이야기를 끌어나가리라 생각합니다. 더욱더 많은 미녀들을 튜닝해나가는 주인공은 그 도구로서 엄청난 힘을 사사받고 더욱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끌어가려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학교에 가면 설레발 치며 결국 주인공의 동거비밀을 알아 부러워 하는 단짝이 있을 것이고, 마법과 신성력에 소질이 있는 주인공은 검술도 전문 아카데미쪽에 가까운 실력일 것이며, 우연히 아버지의 자취를 통해 전수되는 정령마법은 주인공의 새로운 힘이 됩니다. 아! 물론 정령마법의 아버지조차도 주인공앞에서 죽어버렸을 때, 평범한 예림이 아빠가 주인공을 구한 사실은 잊기로 합시다. 그런 사소한 오류까지 일일히 기억하다간 이 책의 재미를 놓치게 될테니까요.
하여간 그런 준비된 주인공앞에 전투동료로 다가오는 미녀도 있고, 학교동료로 다가오는 또 다른 미녀는 사실은 알 수없는 미지의 제물이며, 특히 학교의 평범한 그녀는 주인공의 비밀스러운 힘들을 큰 설명없이 납득해버립니다.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말이죠
"그럼 우리둘 만의 비밀이네?"
11페이지만에 덮어버린 인위님의 감상문에서 저는 항상 그 뒷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발견한 대박에서는 그 궁금증을 해소해 보기로 하고 책의 절반까지 열심히 보았습니다.
뒤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여고 에피소드 입니다.
3여자로도 모자라서 기존의 그녀들과 새로운 그녀들의 섬싱을 만들 수 있는 그런 배경 말입니다.
절반을 읽고 책을 덮고 나니, 확인도 하지 않고 덥썩 빌려버린 2권이 눈에 띕니다. 읽지 못한 부분은 작가를 위한 경건한 마음으로 굳게 봉인해두기로 했습니다. 책의 주제와 그 주제의 현실적인 적용씬 까지 확인한 저로서는 그 스토리에 상당한 신경을 쓴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벌써 3권째 출판인데 이미 스토리를 녹여내며 마음에 드는 튜닝으로 소설을 전개하고 있으니, 이는 여느 프로작가들도 하기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아실 껍니다. 좋은 책은 읽어도 어렵지 않고 단숨에 그 주제를 알게 해주며, 목표를 향한 일관된 스토리를 전개해야 한다더니... 이 책의 소설적 배경이 판타지이건, 무협이건, SF건 작가에겐 그저 도구에 해당합니다. 그는 항상 인간과 사랑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이책을 무협과 판타지 매니아 모두가 볼 수 있는 이유 입니다.
물론 인위님이 보셧던 마법조사에 비하면 요점정리가 그리 빨리 되는 편은 아니지만 이는 스토리를 보강하다보니 어쩔 수 없던 일이고, 저는 이책이 마법조사에 못지 않은 책이라 자신합니다. 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분이라면 더욱더 필수지침서 이고, 인과의 당위성 보다는 최고에 다다르기위한 인과 자체만 중요한 분이라면 마치 게임 판타지를 읽듯이 이 책을 읽어 나가실 수 있겠습니다.
저로선 이미 주제를 알아버린 이상, 그리고 그 전개방법까지 맛 본 이상 더이상의 만족감은 경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에서 배운 이성관념을 실천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죠.
온 세상의 솔로여러분,
프리매지션을 통해서 사랑을 경험하고, 남자의 목적을 다짐해보세요.
정말 오랬만에 최고로 재미있는 글을 만나실 것이라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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