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물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윤민혁님의 한제국 건국사.
최근 천룡전기가 바람몰이를 하고 있지만 그렇게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년쯤 읽을 때에도 확실히
재미있게 읽었었구요.
허나 과연 최고봉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있을는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듯 합니다.
한제국 건국사가 최고인 이유는 그에 근접하는 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이죠.
제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소설적인 재미
한제국 건국사는 소설적인 재미가 떨어집니다.
이는 이해하실 겁니다. 조선말의 여러가지 상황들...
왕조의 행태와 외국의 침탈, 이런 과정들이 현실감이 있게
엮어지는 재미일 뿐, 실상 시간이동을 한 주인공들의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대원군이 시간이동한 이들을
이용한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최대한의 고증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매우 현실적으로
엮어내었고, 이러한 측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트윅 보다는 고증의 재미라고 할까요?
즉 한제국 건국사는 고증의 미학과 리얼리티에서 오는
재미를 주로 하는 작품입니다.
2. 작품의 주안점
이 작품이 사실은 대체역사보다는 밀리터리물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는 것을 간관해서는 안됩니다. 조선시대 후기의
여러가지 병기들, 그리고 서양의 군함과 최신식의 화포를
비교함으로써 절대적인 군사력의 역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기에 소설의 묘사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고증은 어떠한가? 저는 그 이외의
역사, 문화적인 고증은 미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최근 학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학계의 정설인
반도조선설의 취약점을 전혀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허나 이는 결코 작가의 잘못이 아닙니다.
시대를 잘못 만났을 뿐이죠.
3. 역사인식의 한계
어디까지나 모든 역사물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재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한계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가지 증거를
통한 개연성에 바탕을 두고 있을 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허나 위의 사실과 연계하여 한제국 건국사는
왜곡된 조선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가님의 잘못은 아닙니다. 단지 때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한제국 건국사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페르트의 남양군 묘 도굴사건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설한 게시물을 소개합니다.
http://www.coo2.net/bbs/zboard.php?id=con_4&page=2&sn1=&divpage=3&sn=off&ss=on&sc=on&keyword=솔본&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4819
저자는 비교언어학 전공자시죠.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자는 수메르어에도 정통한 국내의
몇 안되는 학자시니까요.
4. 한제국 건국사의 위치
그럼에도 현시점에서 한제국 건국사는 최고의 대체역사물입니다.
이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정도 고증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후대에 물려줘야 할 자리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제 생각에 오류가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작품을 거론하다뇨. 허나 제가 생각할 때 대체역사물의 가치는
역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개연성을 읽은 작품이
후대에도 계속적인 가치를 누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생략된 강화도 조약, 병인양요, 신미양요,
도굴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대체역사물이란 유연한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주장을 하기 위해 제가 한제국 건국사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려한 사실은 벌받아 마땅합니다.
제 자의적인 주장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위치로 전락해버린 한제국 건국사... 허나 이는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 역사의 심판을 받은 견해는 아닙니다.
사실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한제국 건국사는 현재 최고의
대체역사물입니다. 허나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대체역사물이
나와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주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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