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카키 이치로
작품명 : 이코노클라스트 1~7권
출판사 : 서울문화사 J노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구세주님."
고등학생 카시바 쇼고 앞에 다섯 명의 미소녀들이 무릎을 꿇는다. 여느 때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카린과 함께 등교하려던 일상으로부터 훌쩍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 가버린 것 같다! 희무녀라고 부르는 미소녀들 중에서도 가장 예쁜 멜라니의 말에 따르면, 그 세계는 세상을 만든 신의 저주 때문에 인간들이 멸망하고 있다고 한다. 저주를 실행하는 신의 '대행자'와 싸울 수 있는 것은 신의 창조물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자 뿐.
갑자기 '구세주'가 돼버린 쇼고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들을 목격하고, 싸우기로 결심한다. 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힘. '이코노클라스트'의 탑승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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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블로거 'ReSet'님의 추천과 Yes24에서 무려 '75% 할인'이라는 유혹에 못이겨 할인품목인 1~7권을 한꺼번에 질렀고, 1권부터 7권까지 쭉- 읽어버렸습니다. 신간을 한권씩 한권씩 구입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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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바 쇼고는 어디에나 있을것 같은 평범한, 그러면서도 영웅 이야기를 동경하는 약간 오타쿠적인 고등학생.
머리가 좋고 괄괄한 사촌 여동생 카린과 함께 다짜고짜 이세계로 전송된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500년 전 5명의 인간에게 살해된 신이 죽으며 내뱉은 '저주'로서, 오로지 인간을 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16개체의 '신벌 대행자'로 인해 끊임없이 멸망의 공포에 시달리는 세계.
5인의 후예들로 이루어진 비밀결사 레이게이드와, 다섯 부족에서 서 선발된 자신을 보좌할 아름다운 다섯명의 희무녀.
그리고 살해된 신의 유체를 사용하여 '기적술'로 부활시킨 강철의 거대 의사신, '이코노클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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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히 ReSet님의 감상글을 읽었는데, 왜 "로봇물"이라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몰랐던거지? 라고.
하여간 로봇물입니다. 이계 판타지 로봇물이요. 이세계에 용사로 소환된 평범한 고등학생이 세계멸망의 위기를 거대로봇에 타고 물리치는 거에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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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희무녀들은 소환된 영웅(남자 한정)을 유혹하여 잡아두기 위한 '사슬'로의 역할,
이 세계의 말을 모르는 주인공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철저하게 '레니게이드'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거짓 정보,
'영웅'인 쇼고를 두고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과 암투의 논의와 각종 음모들,
주인공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미쳐버려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구금되어 있는 선대 영웅'.
오로지 '우상'으로서의 꼭두각시, 그리고 '이코노클라스트'라는 절대무력의 부품으로서의 역할만이 주워지고, 그것을 위해 조종되는 '카시바 쇼고'.
'영웅'이 되었다는 안이한 도취감과, 주변상황에 휩쓸리는 유약한 정신, 그리고 이윽고 마딱드린 무력감과, 수많은 생명을 짊어진 책임감으로 인한 정신 붕괴적인 절망, 도피, 좌절.
그러나 그저 그를 부품으로서 원활이 활용하기 위한, 레니게이드의 가차없고 냉혹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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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그런겁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다크사이드입니다.
주인공을 미치도록 굴리고 굴리고 굴리고 가차없이 절규하게 하는 그런 소설입니다.
감각이 동조된 이코노클라스트를 탈때마다 정신이 붕괴되는 듯한 괴로움을 맛보고, 두번째 전투에서 자신이 직접 밟아죽인 수십의 인간들로 인해 미친듯이 발광하고, 그러면서도 억지로 싸움터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오로지 '부품'으로서의 역할이 강요되는 주인공.
솔직히 처음에는 '신'과 관련된 설정, 울부짓고 폭주하는 로봇 등 에반게리온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만... 에반게리온이 심리적인 압박으로 신지를 괴롭혔다면,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위협으로서 주인공을 괴롭힙니다. 주인공이 심리적으로 망가져가든 알 바 없다. 싸워서 우리의 목적을 이루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게 안되면 가차없이 교체해버리면 된다! 라며 철저하게 '냉혹한 조직의 사고'로서 움직이는 레니게이드. 죽음으로 가득차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세계의 모습등, 암울하기 그지 없어요.
좌백님의 인터뷰에서 "무협 소설은 현실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많이들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져서는 안돼요. 무술 대결에서 지는 건 상관 없는데, 정신적으로 농락당하고 이용당하는 그런 이야기는 절대 써선 안되죠."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자만, 이 책의 주인공은 오로지 '높은 사람들의 사정에 의해' 철저히게 이용당하는 말로서만 존재합니다.
그 속에서 구르고 절규하던 쇼고도 차츰 이 세계에 반항하면서 자기 자리를 잡으로 애쓰지요. 정신없이 도피만 하다가 그 도피가 자신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것은 좋습니다만... 이왕이면 좀 더 망가지지 그랬어(?!). 대강 5권 즈음부터는 앞 권의 암울한 면모들은 점점 없어져 갑니다. 주인공이 멋있어 지기 시작해요. 그것도 중2적인 성장이 아니라 자기 입장을 자각하고, 그 속에서 최대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상당히 호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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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여동생인 카린은 캐릭터의 매력에 비해 비교적 일찍 퇴장하는 바람에 조금 김이 새긴 했지만, 초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다섯 희무녀들이 부각되며 어느정도 회복을 해 주지요. 자신만을 따르는 5명의 미녀들 이라는 할렘적인 설정에 비해, 성실하게 감정의 교류를 이루어가고, 결과적으로 '사랑'을 만들어냅니다.
글공장 솜씨는 죽지 않는군요. 정석적인 전개입니다만, 그만큼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 전개. 다만 초반 부분에서 몇몇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장면들이 있습니다만. XXX이 XXX을 XX하는 소설. 이야 신난다~(스포일러 규제 및 심의 삭제)
다만, 근본적인 '필력' 수준에서는 이게 '스트레이트 재킷'을 쓴 그 사카키 이치로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약간 허술한 느낌. 애니메이션적인 호쾌한 묘사는 변함 없지만, 강철거신 '이코노클라스트'의 진중한 움직임이나, 다섯 희무녀들 사이의 미묘한 연애감정라인을 써내기엔 무리였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실제로 펠체타 외의 희무녀들은 감정 조절이 약간 억지란 느낌이 들거든요. 정히로인인 멜리니의 관계도. 개인적으로 희무녀들 중에서는 하쳇타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만, 제대로 된 묘사도 없이 어느센가 쇼고 편을 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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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구조와 에피소드의 흐름도 다분히 애니메이션을 의식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다만, 로봇물을 표방하는 주제에 제대로 된 '이코노클라스트' 풀 샷 일러스트조차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네요.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탓인지... 로봇물인데 로봇이 그다지 강조가 안됩니다. 슈로대에 튀어나와도 될 듯한 제대로 된 슈퍼로봇인데, 상당히 아쉬워요.
할인이 7권까지만 적용이라 7권까지 샀습니다만, 앞으로 남은 3권에서 이야기가 급속도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주인공의 반격이 시작되나! 라는 시점에서 끊겨버렸으니, 아루빨리 남은 3권을 읽어 보고 싶어 집니다. '스트레이트 재킷'과는 달리, 처음부터 10권 완결 예정으로 플롯을 잡았고, 작품 자체도 10권으로 이미 완결 났으니 깔끔한 마무리를 기대해도 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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