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문제자- 신용사회로 가는 길
"천년을 이어오던 삼류문파 풍뢰문이 망. 했. 다"
뒷 겉표지의 표문(表文)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대여점에서 책을 고르든 서점에서 책을 살 때든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경우(한성수라는 작가님이 신인은 아니지만서도 제가 지금까지 그분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관계로) 책 겉표지의 뒤에 나오는 구절들에 눈을 돌립니다. 혹자(或者)의 감상평이든 책 내용의 개략적인 서술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나서 목차를 참고하며 제 나름대로의 내용을 추측하죠. 위 '파문제자'의 경우도 위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첫 구절부터 심상치 않더군요. 풍자극(諷刺劇)처럼 특유의 비틀림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했다'에 강조점을 둠으로써 뭔가가 틀리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더군요.
보통의 '멸문지화(滅門之禍)'라는 표현에 익숙해있던 저에게 '망했다'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신무협적 표현임을 감안하더라도 뭔가 소극(笑劇)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게 하더군요.
다음의 '파문제자~ ' 의 구절에서는 김석진님의 '삼류무사'가 떠오르더군요. 또 한편의 '삼류무사'식의 사회 마이너리티들의 주류에 대한 도전과 모험 활극(活劇)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이어지는 '쌓이느 빚~ ' 이라는 표현에 또다시 '재미'를 생각했고 마지막의 '영웅전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이야기'라는 구절에서는 '코믹무협'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작가님 특유의 비틀린 시각으로 세상 바라보기 아니면 남과 다른 각도로 사물 인식하기 그것도 아니면 독자들의 재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관점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코믹적 상황연출과 심리묘사가 이어지고 풍부한 어휘를 바탕으로 한 색다른 상황묘사와 표현이 주를 이루더군요.
개인적으로 무협에 대해 굉장한 편식을 하는 저로서 '파문제자' 같은 코믹무협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진중한 무협(확실한 정의를 내리기 모호하지만)을 선호하는 저로서 별로 달갑지 않은 내용과 전개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3분의 1정도만 읽고 덮어버렸는데 그렇기 때문에 위와같은 저의 평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또 실제 그렇다고 한다면 여지없이 인정하겠습니다. 동시에 내용을 봐선 요즈음 시사성과 관련하여 '신용위기'에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내용구상하시는 데 있어서 가문재건과 명예회복이라는 중심축에 예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작품이 있는 것에 따른 고리타분함을 벗어나고 거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신용'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어느정도의 사회풍자식의 내용전개와 표현방식을 추구하신 것이 아닌가하는 저만의 막연한 추측도 생겨났습니다. 어찌됐든 저의 취향과 전혀맞지 않은 무협소설이었다는 것이 주된 포인트였음을 밝혀드리고 아울러 '제취향이 아닌 것은 재미없다 혹은 잘된 작품이 아니다'라는 등가공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2. 곤륜백설 - 이틀내내 내린 폭설 본적 있어?
안종선이라는 작가가 생소하실 줄 믿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약력을 살펴보니 전에 '종린(宗燐)'이라는 필명으로 활동을 하셨더군요. '종린'하니까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던 편린(片鱗)하나가 번쩍하고 선을 보이더군요. 연전에 야설록 프로의 뫼 출판사에서 '종린'님의 작품을 여럿 본 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그러나 기억에 남는 작품의 제목을 자신있게 언급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저의 기호와는 상극(相極)의 길을 가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작품이 꽤 되는 중견작가임은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런 기억이 있었기에 한번 빌려 읽어보았지만 이것 역시 중간에 손을 놓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 전개부터 질리게 만들더군요. 중국문학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부터 줄줄 이어지는 감상적 표현에 기가 질리고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책에 대한 몰입 같은 경우는 내용 뿐만 아니라 책의 외적요인(독서환경, 몸의 상태, 심리상태 등)도 어느정도 작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다지 특출난 방해요소가 없던 걸 보면 내용상의 허점이 있지 않았나 봅니다. 눈 덮인 절경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어휘와 표현과 작가님만의 느낌이 다르다 뿐이지 같은 장소에 대한 묘사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 내용대로 이틀 간 쉬지도 않고 눈이 내렸기에 또 그만큼 드문 일이기에 눈에 보이는 정경들이 특이함을 강조하고 싶으신 것일까 아님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듯 독자들 머리에 확연히 연상되로록 표현을 하고싶었던 것이었을까? 작가님 당사자가 아닌 이상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초장부터 질려보긴 처음인 작품이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 대입해 봤을때 이 작품은 저에게 '시작이 전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어찌됐든 '중도하차'라는 표문으로 시작하긴 했지만서도 과연 다 읽지않고 감히 감상/비평을 쓸 자격이 있을까라는 고민했던게 사실입니다. 또한 중간에 손 놓는 자세에 대한 저 자신의 인내력 없음에 대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하나의 '시행착오'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듯이 위와같은 과정을 거쳐 작품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봤습니다.
즐거운 설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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