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뢰도를 읽었다.
문득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비뢰도는 읽어보면 내용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13권 처음부분을 보면, 우리의 궁상이가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거의 50페이지 가량 궁상을 궁상을 떤다.
정말 이름 그대로 궁상이다.
이 것은 확실히 글을 늘여 썼다... 라고 말하기가 좀 뭐하다.
솔직히 궁상이의 궁상떠는 장면이 50페이지 정도 된다는 것에 화가 나긴 난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케릭터를 생동감있게 표현할려고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글을 읽어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케릭터에 대해서 세세하게 그렸다.
그러나 케릭터를 그렇게 세세하게 그림으로써 좋은 점도 있다. 케릭터가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더욱 애정이 간다. 그들의 행동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소설의 케릭터의 행동에 비해서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이번 13권에서 비류연이 혈겁의 원인이 슬슬 자신의 스승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 분명, 똑같이 써도 인물 묘사가 적은 5권 소설에서 4권째 비류연이 혈겁의 원인이 자신의 스승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에서 나오는 감흥과는 틀릴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감흥은 소설 외적인 요소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13권 길이를 같이 했다는 소설 안에서의 시간이 아닌 소설 밖에서의 시간...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애착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거기다 많은 인물들이 일본 만화에서 많이 본듯한 인물이라, 쉽게 이해가 가고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데 일조하는 것일수도...(가즈나이트의 사례)
어쨌든, 나는 작가가 그렇게까지 늘여쓰고 있다는 생각은 안든다. 단지 조금 설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인물들이 너무 많이나왔다. 그리고 인물을 세세히 표현하려다 보니, 분량이 많아진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인물 묘사에 소홀해질 수도 없고, 내용을 바꿔 주연급 인물들을 다 죽여버릴 수도 없다.
내가 읽은 무협 소설중에서 등장인물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중 하나가 설봉님의 사신이다. 사신은 분명, 모든 인물들의 묘사에 소홀하지 않고, 등장인물들도 많으며, 거기다 사건 전개가 신속하니, 비뢰도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다 비뢰도의 유일한 단점을 보완한 소설이다.
사신에서 사용된 문체는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비뢰도에서 이런 문체를 쓴다면 소설이 짧아지면서 사건 전개도 빨라지지 않고 좋지 않느냐는 의견을 친구가 낸 적이 있다.(사실은 친구가 아니지만, 그냥 친구라고 하겠다.) 내 생각에 짧고 직설적 문체는 비뢰도에 안어울린다. 남궁상을 같은 속편한 인물을 표현하는데 짧고 직설적이고 딱딱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심한 괴리감을 일으킬 것이라고 추정한다. (소설이 중간에 문체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시간을 되돌려서 처음부터 글을 쓰는 거라 치고...)
나는 이 글이 특별히 늘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설정이 잘못됬다고 생각한다. 글이 길어지면, 등장인물들이 더욱 친근감이 드는 것 까지는 좋다. 근데 어떤 일이 일어날 때 마다, 군중들이 똑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짜증이 난다. 예를 들면, 정사의 거두가 언급됐을 때, 비류연이 모르고, 장홍이 "자네 정말 모른단 말인가?" 라고 말하는 부분은 중간에 읽다가 지쳤다. 그리고 비류연이 늙은 사람한테 불손하게 데하고, 후기지수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화를 낼 것 같았던 늙은이들은 모두 허허 웃고... 이 부분도 짜증난다. 설정상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읽는 사람들은 짜증이 난다. 그래서 작가는 유머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것은 대성공이었다. 실로 목정균님의 유머감각은 이영도님과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아닌거고...;;)
그러나 아쉽게도 권 수가 늘어남에 따라 신선했던 유머가 식었다. 케릭터는 똑 같은 식으로 반응하고, 똑같은 스타일의 유머가 반복되고... 무슨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감동을 더해줄 것 같은 설정이, 발목을 잡고 만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건이 터질 때 느끼는 감흥과 인물들의 생동감을 유지하면서, 시종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궁금하다.
판을 너무 벌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거지로 글을 쥐어짜내고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전부 저의 의견입니다.... 위에서 제가 너무 부동의 진리처럼 얘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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