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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3.01.27 11:01
조회
2,020

바로 아래 '협객 공수래'를 집어던지고 한숨을 쉬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저는 '놀라운 소설'로 생각합니다만..^^

우연에 일치인지 지난밤 '협객 공수래'  다섯 권을 한달음에 읽었는데, 마침 한숨섞인 감상문을 보았습니다.

지금 제가 망설임없이 이 글을 쓰는 건, 딱히 그 분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때문은 절대 아니랍니다. 다만 제가 그랬다가 미처 돌이키지 못할 뻔 했던 실수(1권을 읽다가 휙-집어던지기. 저도 그랬었거든요.^^)를 그 분 역시 하시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지요.

그리고, 작가의 의무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면, 그 좋은 글을 보여준 작가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이야말로 독자로서의 의무라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협객 공수래'를 읽는 내내 '아- 이건 정말 감상문이라도 쓰지 않고서는 작가에게 미안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답니다.

하지만, 아직 다 완결되지 않은 소설을 두고 무슨 감상문을 쓸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다른 독자분들에게 '여러분들도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추천이나 할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에 대한 독자의 취향이란 얼굴 생김생김만큼이나 서로 다르게 마련이니 누가 봐도 훌륭한 소설이라는 건 애초부터 있을 수가 없겠지요.

그런 까닭에 저는 일단  '협객 공수래'가 '저'의 취향을 어떻게 만족시키는 소설인지를 밝히는 방법으로써 다른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려 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1권,

위에서 말했듯이 저 역시 이 작품의 1권을 집어던진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흘려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두 권만 빌려왔다가 차마 읽지 못하고 마음만 상해버린 까닭이었습니다.

저는 인생과 근원적인 가치라든가 사람의 감정이 기인하는 원초적 정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표현해내는 소설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 소설을 읽고나면, 적어도 그 소설을 읽기 전의 나보다 조금은 더 충만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야말로 제가 소설의 호오를 가르는 제일의 판단기준입니다.

당연히 읽어서 해가 되는 소설은 싫어하지요.

'협객 공수래'의 일권은 제가 싫어하는 소설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어처구니없이 희화된 주인공의 아비와 어미, 그보다 더 어불성설인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고 감흥도 없으며 전혀 있을법 하지도 않은 사건들. 특히나 '협객(脅客)' 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유치하면서도 상술적인 말장난에의 의심, 그것을 더욱 강조해주는 표지글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집어던졌다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걸 소설이랍시고 내놓았을까, 작가소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가 더 어이가 없어졌더랬지요.

67년생, 법대졸업, 현재 미국 칼리지의 인스트럭터..

수치를 모르는 인텔리던가, 가난으로 뻔뻔해진 유학생일거라는 것이 그 때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차피 읽지도 않은 것이면서 대여기일을 꽉 맞춰서 반납했습니다.

적어도 그만큼의 기간동안이라도 동네 사람들이 읽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놀라운 소설

도저히 볼 게 없다..

차라리 만화책이나 보자며 책을 고르는데 주인장이 묻습니다.

'이거..나머지는 안 보시네요?'

'그거요? 머리나쁜 애들이나 좋아할걸요?'

'음..이상하네. 머리나쁜 애들이 이걸 이해나 할까요? 어디 보자..특히 이런 부분들 말이예요..'

'....?'

잠시 뒤 저는 다시 1권부터 5권까지를 모두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권을 읽으면서 조금 놀라고, 3권을 읽으면서는 몰입되고, 4권을 읽으면서부터는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의 이야기 자체가 어떤 분들에게는 아무리 해도 좋아할 수 없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는 술법이 난무하고, 천년을 지내온 정령이 등장하며, 산 자가 죽어 나무의 영이 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라고 해도 고작 열 네살밖에 안된 주제에 머리로든 손발로든 아무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사실 그 열 네살이란 부분은 저 역시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주인공이 열 네살이라는 걸 잊으려고 노력했지요. 저 자신에게 주인공은 스물 네 살이라고 최면을 걸었습니다. 작가분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너무나 황당하다, 만화조차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욕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만화보다도 황당한 이야기를 참으로 좋아합니다.

소설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인 거지요. 더구나 무협소설은 현실과 다르기때문에 더욱 무협소설인 것입니다. 제가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그러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야기가 현실로부터 멀어질수록 더더욱 좋아합니다. 무공보다는 술법이 나오고, 마인보다는 요괴나 악마 자체가 나오는 극한의 상상력의 세계를 저는 좋아합니다.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것은, 신과 요괴와 인간과 세상의 온갖 물상들이 더불어 존재하던, 그리하여 인간이 인간 이상의 존재로 진화할 수도 있었던 전설속의 언젠가를 꿈꾸는 것입니다. 근원을 알수 없는 향수병처럼 저는 언제나 그런 전설속의 언젠가를 그리워하면서, 정말로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도 가지고 있지요.

문제는 그렇게 확장된 상상력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역량또한 확장되어야만 할텐데 실재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역량이 얼마인지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겁도 없이 감히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상상력을 마구 써버리는 것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박'이라는 작가는 그 반대의 경우에서 제외됩니다.

그는 극한의 상상력을 그 상상력의 향기가 물씬 나는 분위기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럴듯하게 형상화하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야기 자체의 아득하고도 신비한 옛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이 이상 적당한 문장과 분위기와 인물들을 나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저는 과거 처음으로 무협소설을 읽기 시작하던 사춘기 시절에 막연히 동경하던 신화와 전설의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척이나 오랫동안 맛보지 못하던 흥취였고, 그러면서도 다시 맛보기 위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무협소설을 읽게 만들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우기 저를 기쁘게 만드는 것은, 권수를 더해갈수록 작가의 역량이 점점 상승해간다는 점입니다.

1권은 열외로 치고, 2권부터 본격적으로 보이는 작가의 옛스런 미문(美文)적인 문체는 가장 최근에 쓰여졌을 5권에 이르면 마치 모든 문장들이 향기로운 한시를 번안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려해 집니다.

적어도 저는, 지금껏 '협객 공수래'만큼 문장이 아름다운 무협소설은 읽어보지 못했다고, 감히 단언하겠습니다.

아..문장만 좋으면 다냐, 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시겠군요.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문장이 좋다는 것은, 그 문장들로 이루어진 것들, 인물과 사건과 가치관과 감정의 흐름등의 모든 요소들이 그 문장들로 인해 가장 적합하게 형상화되었을때에나 가능한 말입니다.

저는 그 모든 요소들로 이루어진 소설속의 세상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바보 출판사, 불쌍한 작가. 분노하는 독자

저는 궁금합니다.

도대체 '협객 공수래'의 1권은 어째서 이 모양일까?

명색이 광고카피라면서 표지에 실린 글귀는 어째서 그 따위일까?

과연 '신박'이라는 작가는 그 자신의 의지로 그런 1권을 썼고, 그런 카피을 동의한 것일까?

통신연재로 시작된 작품이니만큼 작가 스스로가 그런 1권을 썼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작가는 처음부터 그렇게 쓰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렇다기엔 2권부터의 수준이 너무나 다릅니다.

1권같은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절대 읽어내지 못할 수준이고, 반대로 2권 이후 같은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절대 참아내지 못할 1권입니다.

저는 10대의 경박함을 겨냥하고 부추기는 출판사를 비난합니다.

그것에 동의한 작가를 비난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더 써가면서 본래의 역량과 하고픈 이야기를 되찾은 작가가 처음의 1권을 되돌아볼 때마다 느낄 아쉬움이 불쌍합니다.

독자인 나는 그 모든 것에 분노할 따름입니다.


Comment ' 4

  • 작성자
    해검
    작성일
    03.01.27 13:30
    No. 1

    앞에 협객공수래에 대한 감상을 저도 보았는데요.

    저는 최근에 협객공수래를 읽었읍니다. 오랫동안 망설이다 읽었는데....
    읽기는 6권까지 단숨(이말은 쓰지 말아야 할것 같은데-,-)에 읽었읍니다.

    사실 몇가지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읍니다. 2살때부터라니...그리고 주인공이 14살이라니... 무림 2대 재녀중의 한명은 왜 그모양인지...

    사실 중간에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그러한 스토리 라인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표변도와 공통점도 느껴지고...

    하지만 읽으면서 이 작가분은 촉산기협전(저는 읽지 않았음)을 탐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6명의 꼬마는 어디선가 본듯하기도 해서 사랑스럽죠.

    이야기 전개 솜씨는 몹시 뛰어난 듯 합니다(제 생각에-,-). 그리고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6권 말에 갑자기 나온 미인론은 자잘한 재미도 있고.

    그런데 둘째 아들은 왜 안나오지? 글을 길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글에 각주가 나오면 이 작가는 성실하구나 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제 생각은 요즘 나오는 많은 글들 중에서 나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3 한운
    작성일
    03.01.27 18:26
    No. 2

    작가님이 20권정도면 완결된다고 한걸 어디서 본기억이......(아닐수도 있습니다)

    공수레를 끝으로 무협소설을 내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20권이상은 나와야 돼지 않을까........후후후후......+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서석교
    작성일
    03.01.28 02:52
    No. 3

    음.... 글을 읽어보니 읽어보고 싶군요....

    근데 공수레를 끝으로 무협소설을 안쓴다니.... 혼불이 생각나는 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3.01.29 01:19
    No. 4

    헐~
    그럼 저는 고무림서 연재되는 걸루다가...

    후다닥~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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