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작품명 : 오렌다의 제국
출판사 :
저는 대체역사 소설류를 참 좋아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도 좋아하고 근미래의 SF적인 요소가 섞인 내용도 좋아하죠.
장르소설중에서는 너무 가볍지도 않고 참 즐겁게 읽을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도 풍부하고요.
특히 무협의 중원만세라는 내용 대신 한민족만세라는게 역시 마음에 듭니다. 껄끄럽지도 않고요. 조선시대 꼴통 유학자들도 아니면서, 지저분한 떼놈들 뭐가 그리 좋다고 중원만세를 외쳐대는지 원.. 기왕 만세를 외치려면 중화 만세보다야 한국만세가 훨씬 맘에 들죠.
몇번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그래서 저는 김용의 은근한 중화주의를 인정합니다. 중국인이 중국만세를 외치는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보거든요.(다만 지금 김용 소설을 다시 읽으라면 아마 지루해서 못볼것 같습니다. 최근 장르소설의 빠른전개에 익숙해졌기에..)
미국만세인 할리우드 영화역시 그런면에서 재미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당연히 한국만세가 나와야 한다는게 제 입장입니다. 뭐랄까 한국만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만세나 중국만세가 나온다는건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만..
그런 면에서도 역시 대체역사소설이 마음에 듭니다.
잡설은 그만두고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이 오렌다의 제국이란 글도 5권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6권 7권을 읽으면서 참 불쾌하더군요. 내용전개상의 개연성이나 이런면에서는 그다지 흠잡을게 없습니다. 그런 사건을 일으키고 그렇게 행동하는게 어쩌면 힘을 가진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게 왜 불쾌하냐면 꼭 요즘 미국놈들이 하는짓거리랑 같거든요. 이건 오렌다의 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체역사류의 소설에서 나라에 힘이 생기고 하는 짓거리가 뭐냐면 주로 음모와 첩자질이죠.
다른 나라가 기술이라도 좀 발전할거 같다 싶으면 연구소를 폭파한다든지 암살이나 납치에, 이간질이나 계략으로 서로 전쟁 붙이고 그걸로 뭔가 이득을 얻으려고 하고, 멀쩡한 주변나라를 나중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 가지고 망쳐놓고..
오히려 요즘 미국놈들보다 악랄하면 했지 덜하지는 않은일들을 심심찮게 저지르면서 겉으로는 평화를 사랑하느니 어쩌고 하는거...
현실적으로는 그럴수도 있겠죠. 우리나라가 전세계 최강대국이 된다면 어쩌면 지금 미국놈들보다 더한 깽판을 치고 다닐수도 있겠고, 국가간의 관계에서 음모와 첩보는 어쩌면 필수적인 일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게 과연 옳다고 생각하냐면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역사 소설을 보면서 이건 대체역사의 탈을 쓴 미국 옹호론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이 종종 눈에 보입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그런 글들을 잘 뜯어보면 국제사회에서 힘이 있으면 미국같이 될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그 근저에 깔고 있는 것같습니다. 역사가 바뀜으로 나름대로 이상에 가까운 한국이 하는 짓은 결국 요즘 미국이 하는 짓이거든요. 은연중에 우리나라가 지금의 미국과 같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글쎄요.
대체역사소설이라면 뭔가 조금 더 나은 이상에 가까운 대안을 내 놓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ps. 한마디 더하자면 저는 요즘 대체역사쪽의 지나친 민족에 대한 강조는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군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 혈통으로 따지는 민족이라는 개념은 이제 사라져야할 구시대의 유물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상 혈연으로서의 민족이란 것이 과연 그 실체가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민족이란 단어의 뜻을 정신적, 문화적인 면을 중심으로 새로 재정립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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