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타야마 켄타로
작품명 : 전파적 그녀 1권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저의 몸은 당신의 영토. 저의 마음은 당신의 노예. 저의 왕, 쥬자와 쥬우님. 당신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라며 불량소년 쥬자와 쥬우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충성을 맹세하는 전파녀 오치바나 아메. 쥬우는 그녀의 기묘한 언동이 시간이 갈수록 싫지만은 않은데….
그러던 어느날,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에게 쥬우네 반 학급위원인 후지시마 카나코가 살해되고, 쥬우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 그녀의 사체를 제일 처음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쥬우는 며칠 전 아메와 카나코가 심하게 다투던 걸 기억해내고, 혹시 아메가 연쇄살인범이 아닌 지 의심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연쇄살인은 계속 되고, 쥬우는 범인을 찾기 위해 혼자만의 수사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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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 3회 슈퍼 대시 문고 신인상 '가작' 수상작이며, '쿠레나이'로 유명한 키타야마 켄타로의 데뷔작입니다.
쿠레나이의 원작 소설은 읽은 적 없고 애니메이션과 만화책만 접한 상태라 이 사람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사실 이 책, 발간 직후 바로 구입했습니다만(즉, 2007년 10월이네요),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아 책장에서 먼지만 쌓고 있던 책입니다.
요즘 신간 구매가 힘들어 사 둔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메모장 다음에 뽑아든 책이 마침 이것. '쿠레나이'는 애니메이션을 무척이나 재밌게 봤었고, 만화책 또한 재밌었기에 '쿠레나이'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이 책에는 꽤나 기대를 했었지요.
그리하여 마침내 이 책을 읽어나가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뭐냐, 이 지옥도는..."
입니다.
피해자가 10여명이 넘는 무차별 연쇄살인사건이 뉴스에서 크게 다뤄지지도 못할 정도로 엽기적 범죄가 끊이지 않고, 그것을 그저 '요즘 세상 참 험하다' 정도의 인식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세계라니, 저곳의 배경이 과연 '현대 일본'을 모사한 세계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고, 저정도로 음울하게 일그러진 세계를 당연하다는 듯이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에서는 살짝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이런 식의 음울한 세계를 그리는 소설이야 한두개가 아닙니다만, 보통 그런것은 평화로운 일상/기괴한 비일상을 명확하게 나눠 놓으며, 이 '경계'의 얄팍함('나의 일상은 참으로 쉽게 붕괴되었다'류의 묘사)과 그것을 넘었을때에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당혹감, 충격등을 묘사하는 형식, 혹은 애초에 비일상에 소속된 자들의 이야기가 됩니다만, 이 소설의 경우 그냥 '일상'의 배경 자체부터 무척이나 기괴하게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그것을 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작 중에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여러 인물들 또한 극단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니시오 이신'의 소설같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정상인이라곤 없는 류'의 소설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쪽이 '일그러진 인물들'만을 묘사하기에 그런 느낌을 준다면, 전파적 그녀는 그야말로 세계 자체가 일그러져 있는 광경을 묘사합니다. 허나 그것을 책을 읽는 독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면 그것은 다른 문제. 오히려 억지스럽게 강요되는 세계관이라는 느낌이 더 큽니다.
인물로 넘어가자면,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전파녀' 오치바나 아메를 비롯, 주인공인 쥬자와 쥬우, 미야, 베니카, 히카루 등등 모든 인물들이 각자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나, 이 중 그나마 자신의 인간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인물은 주인공이기에 그나마 내면 묘사가 충실한 쥬자와 쥬우 정도입니다.
소설의 묘사 방식 자체는 현실적인 느낌을 띠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인물들의 배경도 현실감 혹은 설득력 있게 그려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만화적으로 과장된 느낌이 큽니다.
그나마 오치바나 아메는 그 자체의 입지상 말 그대로 '정신나간' 매력을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으로서 발산합니다만, 여러 장면에서 그 인간성에 대한 근거를 제공해주려 한 시도가 오히려 그녀의 개성을 흔들게 하고, 그녀라는 캐릭터 자체를 상투적인 느낌으로 만드는 느낌입니다.
미야에 와서는 이거 뭐 그야말로 얄팍하다 이상의 설명이 부족한 캐릭터지요. 그럴듯한 이야기를 덧 붙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그 캐릭터를 정당화 할 정도로 강렬한 호소력이 있지도 않고, 막판에 나온 쥬우와의 대화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을 보여줘 캐릭터가 잡혀있기나 한건지 의심이 되고... 뭐 그 장면은 미야보다는 쥬우의 말 자체가 그 시점에서는 황당한 것이었다는 점이 큽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스토리 구조 도한 지금 와서는 꽤나 흔한 노선을 타고 있고, 범인에 와서는...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접해본 탓도 있겠습니다만, 애초에 그다지 범인을 감출 생각이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짐작이 가고(추리로가 아니라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범인을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
뭐, 나쁜 말은 이정도로 하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별 상관 없는 감상이라면.
'쿠레나이'에도 등장하는 쥬자와 베니카. 애니메이션에서는 나름대로 인간적이고 상냥한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만화책에서는 꽤나 무섭게 그려집니다만,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남아있어 별 신경 안썼는데... 이 전파적 그녀에서는 그야말로 이해 불가능할 정도로 쿨하고 비정한 인물상으로 등장하는 군요. 살짝 충격.
뭐, 거슬리는 점이 꽤나 많아서 감상글에는 나쁜 말을 써 두긴 했습니다만, 소설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어 내려 갈 수 있었습니다. 아메를 비롯해 확고한 매력을 발휘해 주는 캐릭터가 존재하고, 문장이 안정되어 읽기가 편하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2,3권도 구입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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