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률 작가의 트루베니아 연대기를 읽었습니다.
캐릭터들도 별로고, 주인공이 너무 강해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덤으로 수많은 오타와 설정 바꾸기까지.
1. 매력이 없는 캐릭터들.
독특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습니다.
잠깐 나오는 조연들 대부분이 두가지 패턴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주인공인 레온에게 뭔가 뜯어먹으려고 하는 깡패나 꽃뱀(?) 혹은 성격 더러운 귀족들이고,
나머지는 레온에게 별다른 이유없이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아니 뭐, 이런 사람들이야 정말 잠깐 나오는 사람들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레온이나 좀 비중이 높은 캐릭터들도 대부분 성격이 단순한것 같았습니다.
또한 10대 그랜드 마스터니 뭐니하는 자들도 매력이 없기는 마찬가지. 이 사람들은 딱 두가지 분류로 설명됩니다.
"그랜드 마스터중 A는 명예를 아는 진정한 무인이었다." 혹은 "그랜드 마스터 B는 레온을 깔보고 있었다." 이게 다 입니다.(...) 대륙에 열명뿐인 그랜드 마스터라길래 처음에는 각자 뭔가 특별한 캐릭터성이 있을줄 알았는데 말이죠. 하다못해 여자 그랜드 마스터를 넣어볼 수도 있지 않았나 싶은데.(전작 하프블러드에서 '아르카디아 대륙에는 여성 기사도 있다.' 대충 이런 대사가 나왔는데도 여기사는 커녕 여검사도 안나온듯.ㅡ.ㅡ)
다시 말하지만 엄청 단순해요.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의 다른 생각이 있고, 10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0가지의 다른 사상들이 있는건데 그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니 참...
2. 무적에 엄청난 행운아인, 하지만 인격은 갖추지 못한 레온.
주인공인 레온이 엄청나게 강하고 운도 엄청나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성격은 좋지가 않더군요.
일단 무지 세기 때문에 10대 그랜드 마스터들과 크로센 제국이 소유한 다크 나이츠를 제외하면 레온과 겨룰 수 있는 자가 거의 없습니다. 레온에게 시비를 건 지나가던 깡패나 불한당들이 레온을 얕잡아 보다가 레온에게 두들겨 맞거나, 죽임을 당하는건 소설에서 몇번은 넘게 나온것 같네요. 이런 장면에서 긴장감은 전혀 없고...
게다가 이놈은 힘만 센게 아니고 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초중반에는 레온을 '얕보고' 덤비는 깡패나 악당들이 몇몇 있습니다. 근데 나중에(한 8권, 9권 즈음.) 레온이 힘을 잃는 때가 나오는데요,
이때 몇몇 현상금 사냥꾼이 레온을 잡으려 드는데, 이놈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아십니까?
(레온을 보고)"대단한 놈일지도 몰라. 좀 더 사람들을 불러야 겠어."
?!
이 때문에 현상금 사냥꾼들이 시간을 끄느라 레온을 놓칩니다. 만약 그들이 시간을 끌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레온을 사로잡을수 있었을텐데...
초중반에 나왔던 해적이나 도적들은 왜 단 한번도 신중하지 않았으면서, 레온이 위기에 닥치자 나오는 악당들은 괜히 쓸데없이 신중해져서 다 잡은 레온을 놓치는지...
게다가 레온이 크로센 제국의 후작인가 하는 놈에게 사로잡혔을때 후작의 계획이 이상합니다.
"레온을 고문하는것보다 친절하게 대해줘서 호감을 얻어야 겠다."(정확하게는 레온의 아이를 만들고, 인질로 삼아서 정보를 캐내려는 계획이었지만.)
?!
이 후작이라는 놈, 친구였던 귀족도 별의별 트집잡아서 고문한다는 놈이라던데요?
그런데 왜 레온을 잡으니까 갑자기 착해(?)지는걸까요?
덕분에 레온은 상처 하나 안 입고 알리시아랑 만나서 도주하는데...이건 뭐, 그 후작에게 레온이 절해야 할 판.
이런 식으로 레온이 위기에 닥쳐도 '우연히' 혹은 '운 좋게' 위기를 지나가는 장면이 상당히 됩니다.(위기에 닥쳤을때 능력좋은 지인들이 도와주는 장면도 제법 나오고요.) 거의 마지막 권에서 크로센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들과 다크 나이츠가 레온네 왕국에 침입했을때만 해도...
게다가 이놈은 스스로 "난 힘은 세지만 머리는 나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레온이 가장 머리가 좋아보이던데요?(...) 크로센 제국의 후작이라는 놈, 작중 똑똑하다는 말이 몇번 나오는데 솔직히 전혀 똑똑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강한 주인공에게서 뭔가 배울 점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레온이 좋은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한 적도 있긴 하지만...제 눈에는 살인마로 밖에 안 보입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었으니까요.
물론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들 대부분이 범죄자이거나 무례한 놈들이기 때문에 조금 이해가 가긴 하지만...그런다고 살인이 정당화 되나요?
예시를 들어보죠. 만약 레온이 죽인 사람의 가족이나 친구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서 레온에게 복수하려 한다 칩시다, 그리고 이 사람은 선합니다.
그럼 레온은 그냥 죽어줄까요? 아님 이 사람을 죽일까요?
이건 레온의 태도 문제라기 보단 작가가 만든 단조로운 캐릭터 문제겠지만(대부분이 악질 범죄자거나 과거에 악하게 살았다거나...). 레온과 마찰을 빚는 인물들 대부분이 '그냥 악'으로 나왔다는것 말이죠. 좀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갈등을 부를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Comment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