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동신
작품명 : 불량학사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중
별 일이 없는 한 꾸준히 비평글을 쓰려고 했지만 저번에 큰 실수를 하고나서 반성과 참오의 시간을 좀 가졌습니다. 그러고나니까 제가 왜 비평글을 쓰나 싶더군요.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언가를 까대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출판작을 비평하자니 돈 주고 빌려야하는데 돈 아깝게 그게 무슨 짓인가 싶고, 지뢰를 밟으려고 해도 꼼꼼히 읽고 빌리니 밟아지지가 않고, 인터넷 연재분이야 보면서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다른 것 하는게 더 생산적이지 않습니까. 개중에는 입과 손이 근질거리는 글도 많았지만 전업작가도 아니고 출판목적도 아닌 취미로 글 쓰는 사람도 태반인데 진지하게 태클 걸어서 뭐하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대체 내가 왜 비평글을 쓰는 거지...?
그래서 목적의식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전업작가의 글을 해부하자.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가는 걸 짚자. 안일하게 글 쓰는 것을 경고하자. 나름대로 신경을 써도 보이는 허점을 지적하자.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쓰는 비평글 1탄. 불량학사입니다. 보는 이들에게 작은 지침 내지 생각할 화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불량학사. 딱 봐도 어디서 학사 노릇을 하던 고아한 인격의 주인공이 기연을 만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와 보국안민輔國安民의 길에서 벗어나 칼 들고 이름난 무림인들과 어울리는 스멜이 풍겨옵니다. 제 책장 한켠에 곱게 진열되어 있는 학사검전 전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케릭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쪽은 일반인들에게 가깝지 않은 분야라서 문제점이 생기고는 하지요. 뭐 가깝건 멀건 문제는 항상 생기지만요. 너무 자잘한 문제점이 많아서 다룰까 말까 고민했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아시라고, 작가분은 보고 고치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번거롭고 글 진행에도 지장이 있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1화에서 주인공은 동경을 보며 할아버지의 지인인 '염노인'이 알려준 점창파 도인들의 호흡법을 합니다. 그러다가 '내면까지 봐야 진체를 알 수 있는 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眞諦(살필 체)가 아니라 眞體(몸 체)입니다. 진짜로 살핀다는건 말이 안되잖아요? 그리다가 '명상의 단계를 넘어서 묵상의 단계에 이르렀다'는데 명상이나 묵상이나 비슷한겁니다. 작 중에서 몰아일체 수준의 깊은 명상 단계를 묵상으로 표현했는데 보통은 천주교 성당에서 기도할 때 쓰는 말입니다. 거기다가 그런 트랜스 상태에서 주인공이 속으로 '어?!' '어,어라? 내 눈이 침침해진건가?' '이,이게 도대체 무슨...' 같은 생각을 하는데 몰아일체의 세계에서도 잡생각을 하는건 좀 그렇네요. 어찌되었건 특별한 능력으로 명상을 하며 보고 있었던 동경을 깨버린 주인공, 수습을 하러 대장간을 갑니다.
그런데 동경을 만드는 법이 나오면서 '주석과 수은을 결합해 아말감을 만들고...'라는 말이 나오네요. 아말감. 예, amalgam입니다. 붙여넣기를 할 때는 신중하셔야합니다. 그리고 거울 만드는 장인을 경사師라고하는데 순수창작인 것 같습니다. 그냥 '장인'이나 '~장이'라고 하시지 왜 사師자를 붙이셨는지는 모르겠네요. 보통 師는 군사, 스승 등 존칭의 의미로서 저 시대 기술자들이 불리울 수 있는 호칭이 아닙니다.
배가 고픈 주인공. 한창 자라나는 나이에 고기가 먹고 싶어서 돈을 벌기 위해 할아버지 몰래 사서오경 상권에 주석을 다는 작업을 맡습니다. 일을 주선한 브로커 칠만(만물상 주인)은 사서오경 같은 어려운 책에 주석을 다는 일을 주인공 같은 어린애가 할리가 없다, 한림원 학사 출신 할아버지가 하고 있겠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사서오경은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중용 정도고 나머지는 중요하고 반드시 읽어야한다해서 사서오경으로 모아논 것이지 읽기 어려워서 부르는 호칭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사서오경은 맹자, 논어, 대학, 춘추 등인데 그게 다 상, 하권 2개로 나뉘는게 아닙니다. 중용은 한권으로 끝이고 맹자는 천,지,인으로 나뉘어저 있거든요. 여기에서 수도 곤명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곤명성이라면 운남 지방 아닌가요? 왜 수도 곤명성이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부터는 좀 축약해서 진행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일거리를 부탁한 것이 적가상단의 아들내미인데 향시를 위해서 주석본을 구한답니다. 알아두실 점이 있는데 사서삼경은 한문의 기본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글을 쓰고 볼때 사서삼경을 바탕으로 각종 고사와 서적들에 능통을 하여야 가능한 것이고 그것만 달랑 안다고 향시에 붙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거기다 사서오경이라는 말이 정립될 시기면 주희(朱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달은 판본이 통용될 때인데 굳이 다른 것이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서오경 쯤 되는 책에 주석을 달려면 당대의 석학, 말그대로 학문에 능통하여야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 열 다섯살인 주인공은 선비들이 기독교인들 성경 생각하듯이 생각하는 사서오경에 주석을 잘만 씁니다-_-
이 대단한 주인공은 어렸을 때 한림원을 자기 놀이터로 삼았답니다. 그리고는 온갖 권모술수와 비리와 음모와 음해와 살인이 판치는 곳이며 그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다시는 관리가 되지 않겠다네요. 세상에 신성한 직장에 직원 자식이 까르륵거리며 놀이터 삼아 돌아다녔다니. 너희 부모님 너가 죽인 것 아니니?
거기서 더 나아가 주인공은 적가상단의 주인이 눈을 보자마자 '아니 대단한 상재의 눈빛!'이라며 감탄하게 만듭니다. 근처에 있는 사람의 눈을 한 번 쳐다보세요. 예쁜가요? 덤덤한가요? 초롱초롱한가요? 의지가 상실된 동태눈깔인가요? 그럼 이번에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기를 모은 다음 한번 쳐다봅시다. 저 사람의 재능을 읽어보세요. 아 이 눈빛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재능이로구나!
눈빛 한번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상단주인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후회하게 만듭니다. 얼굴에서 빛이 나더니 득도하네요. 아니 도통하다니!
....-_- 판타스틱하네요.
이건 상대 세력 후루룩 말아먹고 붙잡은 상태에서 '내 밑으로 오지 않겠나?' 한마디하니 '우훗 좋은 배포. 목숨을 다 받치겠습니다'이러는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통~ 하였느냐?
통한 상단주인*-_-*은 자연스러운 절차로 '돈이고 뭐고 다 퍼주겠네. 갑자기 돕고 싶어. 자네는 주인공의 별을 타고 났나보네'이럽니다. 당연히 주인공의 별을 타고난 주인공은 촌장댁의 개밥그릇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 비싸고 귀한 도자기로 보이고 지나가는 조약돌도 어떻게 포장해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팔면 큰돈을 받을 것 같다고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는 토끼를 닮았다는 조약돌을 가지고 브로커 칠만(만물점 주인)에게 받침대를 사서 초록색으로 칠한 뒤 경매시장에 냅다 팔 준비를 하지요. 아 나도 이제 주인공으로써 능력을 하나 얻었구나. 뿌듯하다.
이걸 팔려고 하는데 뒷골목 양아치가 뺏으려고 들고, 그걸 알아챈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근처에 있는 낭인무사를 단숨에 공중부양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이벤트를 겪게 한 후 호위계약을 채결합니다(이 부분은 앞에서 상단주인에게 깨달음을 준 부분보다는 설득력이 있으니 간단히 넘어갑니다)
이제 이 할아버지에게 무공을 배우는 일만 남았는데, 피부호흡으로 고기를 먹어서 생긴 탁기를 그때 그때 배출하는 주인공을 경악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낭인 할아버지는 주인공에게 변태냐는 오해를 받고, 마을 사람에게 돌을 맞고, 주인공 할아버지에게 호통까지 듣다가 끝내 할아버지 엉덩이를 훌렁, 뽀얀 엉덩이를 찰싹....
......-_-;
찰,찰지구나. 죄송해요.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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