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2 알의생각
작성
13.04.12 14:03
조회
5,732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 경 무당을 주제로 한 소설을 썼던 사람입니다. 조판양식으로 약 9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죠.

음... 하지만, 인기는 없었어요.

 

그 첫번째 이유가 첫소설이었기 때문에 필력과 맞춤법 등이 엉망이었습니다.

특히, 문법에 맞추어 글을 쓰지만, 한 문장이 두세줄 정도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즉, 독자에게 너무 디테일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 많았죠. 그러다보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글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두번째로는 첫소설이라서 애착이 강한 나머지 불필요한 설정들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인 구도나 틀을 깨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복선과 설정들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져 독자가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저 역시도 분량이 늘어날 수록 힘들어졌죠.

 

그래서 전 소설을 쓰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제 미천한 재능을 탓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수십번을 탈고하고, 외울 정도로 많이 읽으면서 수정을 거듭했지만, 그런 과정이 진도를 빼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구요.

 

결국 마지막은 나약한 나의 멘탈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 4천자의 글을 쓰는데 보통 5~6시간이 넘게 걸렸죠. 바쁜 직장인인 저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쓸 수 밖에 없는데 1년 가량을 매일 2~3시간씩 글을 쓰다보니,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

 

사실 그 소설의 인물의 설정이나 시나리오는 솔직히 괜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속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역시 상당히 높기도 했고, 설정 자체가 실제 우리 집안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죠. 그 덕분에 저질 필력에도 불구하고 300분이 넘는 분들이 읽어봐 주시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저는 일정부분 남들보다 좋은 여건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론은 대 실패였던 겁니다.

- 뭐, 언젠가는 그 첫소설을 다시금 멋지게 써야겠다는 의욕과 각오는 지금도 충만합니다. ^^

 

그러한 실패를 거울 삼아서 지금은 자연란에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다른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인기는 없네요.

하지만, 그래도 뿌듯한 것이 과거 첫소설의 경험들이 몸에 녹아있더라는 겁니다. 글을 쓰지 않은 지 2년이 넘었음에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죠.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조회수가 한편 당 50이 안 되어도 정말 아무렇지 않구요. 댓글이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선작이 10분이 채 안되어도 그 분들이 고맙고, 연재가 늦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죄송할 따름이죠.

 

아래 어느 분께서 첫소설이 중요하다 하셨는데, 정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같은 아마추어 작가분들, 첫소설을 쓰고 계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질문 하나!

과연 많은 소설을 읽는 것이 좋은 소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전 다른 분의 좋은 소설을 읽으면, 그 스타일이 제 글에 배일 것 같아서 거의 읽지 않거둔요.


Comment ' 7

  • 작성자
    Lv.5 Calendul..
    작성일
    13.04.12 14:42
    No. 1

    정론이지만 저는 다른분 소설을 거의 안읽습니다. 애초에 집중해서 읽어야 할 글에 기억하고 메모, 생각하면서 읽으면 언제 재미를 느끼겠어요? .....라는 제 생각. 기억나는 것이나 인용하면 모를까.
    사실 읽고 지금까지 기억나는 거라곤 십지신마록밖에 없네요. 워낙 강렬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일반소설도 거의 안읽습니다. 라노벨은 몇권 읽었습니다.
    평소에는 생활중이나 TV나 영화 만화 등등 매체를 통해서 이거다 싶은 것은 메모하고, 시간날때 짧게나마 글로 만들어서 제 글에 사용합니다. 이건 버릇이 되서 편해요.
    어쨌든 그러면 조회수가 모든것을 말해주죠. 넌 망했어.
    사실 다독하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취미로 쓰는 글에 그렇게까지 내 시간을 할당하긴 싫어요. 이걸로 먹고살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제 소견으론, '좋은 소설' 을 쓰려면 다독도 좋지만 '완결' 을 많이 내어 보는게 답인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04.12 16:55
    No. 2

    전 취향을 많이 타는지라 좋아하는 [소설]이 한정되어 있습니다만 늘 좋은 [작품]을 읽으려고 애를 쓰지요. 늘 [완결]된 [글]을 읽다가 문피아를 알게 된 후 작가님과 호흡하며 읽는 습관을 조금씩 길들이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기도 하고 본인을 다그치기도 하지요.
    배우기는 하지만 배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해석인것 같습니다. 글쓰는 이는 자기의 문체와 서술방식을 모방할수 없다 생각합니다. 배워서 따라가고 싶다 하지만 늘 자신이 문체로 서술을 하기에. 안 그러면 베스트셀러 작가님들의 책을 읽고 바로 따라하면 쉬운 문제 아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자존심]이라 할수 있지요. 그래서 가끔은 독자로써 좋은 글 재미난 글을 읽으며 즐기기를 바랍니다. 업데이트를 신경 안 쓰면서 말이죠. 쿠쿠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레프라인
    작성일
    13.04.12 17:23
    No. 3

    늑대아빠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모계'는 저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알의생각
    작성일
    13.04.12 18:26
    No. 4

    역시 문피아는 정말 좋네요. ^^ 쪽지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댓글이어도 정말 꼼꼼하게 써 주기도 하시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레프라인님. 못난 소설의 이름까지 기억해 주시다니... 사실 '모계-무녀의 피'는 연재 중지 된 이후에도 상당한 분량을 썼죠. 자괴감에 올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포기도 못하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아직도 혼자 연재 중이기도 하구요. 언젠가는 꼭 빛을 보게 하고싶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3.04.12 19:36
    No. 5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in하군
    작성일
    13.04.12 21:52
    No. 6

    저에게도 실패했던 처녀작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처녀작은 애착이 안가네요. 지금보니까 투명 드래곤 저리가라니까..... 히히 (초딩때 쓴 글이라기엔 용서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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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 Lunia
    작성일
    13.04.13 09:41
    No. 7

    저는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많이 읽고있습니다. 제가 글을 쓸때 (가)라는 부분을 표현할때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고민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때에 다른 작가분들께서는 (나) 혹은 (다)라는 다른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계시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럴때에 '과연 이 작가분들께서는 어떻게 (나)와 (다)라는 표현 방식을 찾아 내셨을까?'라고 생각하게되고, 그냥 혼자 고민 할때에는 떠오르지 않던 (라) 혹은 (마)라는 저만의 표현방식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물론 그 표현방식이 다른 작가분들의 (나)혹은 (다)라는 표현방식과 닮아있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바), (사)등 저만의 색이 담긴 표현방식을 찾고자 고심하게되죠.
    아무튼. 결국 취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능이 있고 없고 등을 떠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고민해서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찾아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고민해도 안되다가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보고 영감을 얻는 분들이 계십니다. -뭐.. 그렇다구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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