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라고 해도 몇 달 전이 된다. 그때 당시 나는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일명 말년 병장이었다. 하지만 보직은 취사병, 취사병이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취사병에게는 말년이든 뭐든 부식이 오면 무조건 일해야 하는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 이것을 규칙 아닌 규칙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매너상 예의상 하는 경우가 더 크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그렇게 일을 다 끝내고 조금 주어진 쉬는 시간에 나는 군생활 동안 놓고 있었던 펜을 들어서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때 막내가 나한테 와서 말을 걸었다.
“XXX병장님, 뭐하십니까?”
내 프라이버시상 이름은 XXX로 해뒀다. 어찌됐든 나는 그 질문에 곧바로 ‘글쓴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예전에도 몇 번이고 그렇고 지금도 문피아에서 열심히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려고 열심히지만 현실에서는 왠지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얼굴을 알려지지 않은 것과 알려지는 것의 차이가 이만큼 크구나.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숨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는 ‘글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막내 녀석이 신기하단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에! 대단하세요! 글도 쓰세요!”
그런데 옆에서 책을 보고 있던 내 친한 후임도...
“와. 대단하네.”
나로써는 식은땀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심심풀이로 쓰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고 글쓰는 행위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알았지만, 책을 잘 보지 않는 보통 사람들(책을 보는 것이 별나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한국에서는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겠다.)에게 독서를 취미로 두는 것과 작문이란 것은 뭔가 엄청난 고차원적인 취미로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도 아침에 수업을 나와서 책을 보고 있다보면 친구들이 와서 “와. 오늘도 책이냐? 질리지도 않냐? 오늘 아침에 내가 본 글자라고는 음료수 이름밖에 없는데.”라면서 책을 보는 것조차 뭔가 특별한 일로 만들어낸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책을 보는 것도, 작문을 쓰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물론 나는 한낱 아마추어 작가이기 때문에 작문을 쉽게 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쓰는 행위를 뭔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보고 자신으로써는 결코 다가갈 수 없는 것이란 벽을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독자분들 중에서도 글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일단 내용이나 그런 것은 둘째 치더라도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했고 경험과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20만자까지 쓰게 되었으며 지금은 연참대전의 통과도 눈앞에 둘 수 있게 되었다.
글쓰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밥 먹고 싶으면 밥 먹고, 놀고 싶으면 노는 것과도 같은 행위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나 글을 그대로 밖으로 표출해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여기서 명작가와 아마추어 작가가 나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이미지와 글을 정확하고도 알맞게 묘사해내는가에 따라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의 말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께는 우선 일기를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일기의 양은 노트 한 페이지를 꽉 채워야만 한단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오늘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절반이 되어있고 어느새 꽉 채우게 되어있다. 그리고 어느새 오늘의 교훈까지 쓰고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선 자신의 일상을 글로써 표출해는 것부터 시작하면 나중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글로써 표출해낼 수 있게 된다.
“벽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벽을 부수는 것도 인간이다.”
정말로 작가들이 부러운 분들이 계시다면 우선 자신이 만든 벽부터 부셔야 한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