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시 하
작품명 : 여명지검, 무제본기, 윤극사전기
출판사 :
"한 사람이 나아간 영역은 곧 전 인류의 영역이 된다."
여명지검에 대한 감상문들 속에서 흔히 인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여명지검에서 저 말을 누가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누가 이야기했던 나는 작가가 하는 말로 듣습니다. 최근의 감상글과 댓글에는 시하가 계몽적이거나 교조적(교훈을 말하는)이란 지적이 있었는데요, 나는 저 문장을 이렇게 바꾸어 생각했습니다.
‘작가 시하가 지금 나아가는 무협이야기의 영역이 다른 작가들이 지나갈 영역이 되는가, 아니면 신비스런 일인전승의 문파처럼 시하와 함께 사라질까?’
시하씨가 발표한 세 작품을 죽 보면 생각나는 무협작가가 없습니다. 글 잘 쓰는 그가 무협을 쓰는 걸 보면 분명히 영향을 받은 무협 걸작의 흔적, 웃자고 말하면 명작부스러기라도 있어야하는데 나는 그의 작품에서 차갑게 이야기를 피어가는 빼어난 작가, 외로운 시하를 보게 됩니다. 홀로 나타났고 지금 혼자 있어 보입니다. 그가 선배의 무협영역을 잘 소화해서 그 흔적이 없어졌을까요? 그렇다면 그의 이야기에는 기존의 무협적 흥미와 호기심이 넘실거려야 되는데 그 보다는 새로운 호기심과 와 놀랍다 하는 탄성이 지배적인듯합니다.
역사 이전에 놀라운 고대문명*이 있었다거나 백두산 근처에 중국문화를 내리 보는 신국(神國)이 있었다 등의 민족우월적 배경이 그의 무협세계에 기둥처럼 서 있는데요, 이러한 설정은 선배들의 무협영역에 없었던 주장들입니다. 물론 금강의 [발해의 혼] 이후 민족적인 호의, 우월감을 등에 업고 등장하는 문파나 주인공이 지금도 있습니다만 시하의 무협처럼 강하게 서 있는 경우는 드문데요, 작가의 세계관 같습니다. 이런 배경이 그의 작품 안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이끌어갑니다. 그런데 관중이나 왕망 같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작가의 평 또한 아주 낯설고 단단합니다. 나 같은 상식적인 독자에게는 너무 나아간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 좁은 생각으로 이런 배경과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작가의 과잉지식과 주장인가 아니면, 아니라면 시하가 말하고 싶은 새로운 무협영역의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이런 새롭지만 낯설고 강한 이야기를 어떻게 무협이라 상상하고 읽어야 할지 난처합니다.
무협적 상상력을 상식적인 독자에게도 불어 넣어준다면 좋겠는데요, [무제본기]에서는 카멜론의 아바타 공중전과 비교불가의 삼묘족의 공중과 바다의 전투가 거대한 전장으로 등장합니다만 이런 극한의 상상적 무협영역을 내 자신이 감상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시하에 호평을 쏟는 독자들의 감상에도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명지검에서 법성종(?)의 악심 이후의 이야기에서 내 마음을 두드려서 펴는 무협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재미가 적었습니다.
아직은 작가가 일부분의 독자들하고만 소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극복하면 시하가 작가나 무협독자에게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는게 되겠지요.
*예: 기원 전 역사 이전에 삼묘족이 수 십층의 건물을 지어 살았다.(무제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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