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백천유
작품명 : 악마전기
출판사 : 발해
처음 문피아에 연재될 때 부터 제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 마침내 완결이 되었습니다. 사실, 요 근래에 들어서 위선적인 정파, 호쾌한 사파(혹은 마교)를 표방하면서 나온 글들은 많았지만...(아, 그리고 악인 주인공을 내세운 글도 많았죠) 이만큼 "순수한 욕망"을 향해 달려간 주인공을 표현한 글은 흔치 않은 듯 싶습니다.
말 그대로, 백도의 인물들은 백도답게(그중에서 위선자도 있고, 진정한 협의지사도 있었죠.), 마도의 인물은 마도답게 잘 그려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나 백천유 작가님의 글 쓰신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각 진영의 절대자들의 성격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다른 몇몇 글들처럼, 그의 성격은 어떠했다 라는 식으로 작가가 완전 일일이 다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그의 대사로 인물을 잘 표현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적화린. 강함. 오직 강함. 적화린에게 붙여진 마지막 별호, 여의공자. 적화린은 이 별호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죠. 여의. 적화린이 추구했던, 강해지려고 했던 그 마음, 그 욕망의 결정체를 가장 잘 표현해준 말이 아니었을까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한다.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적화린 바로 그 자신이.
게다가, 말 그대로 자신의 방식으로 빚을 갚았죠. 당가에게는 핏빚을 피로, 자신의 무기를 만들어준 장인가문의 소원을 들어주고(덕분에 천하는 더욱더 혼란에 빠졌다는 말이 참 안타깝기도 했지만..^^;) 백정마을에 가서 자신을 잘 따랐던 아이를 치료해주고, 마지막으로 팽은설...
적화린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자신의 욕망을 이룬(전 이 욕망을 이룬 것이야말로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는 사라지면서, 자신의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안배를 남깁니다.(이것이 그가 나름대로 팽은설에게 한 빚갚기였을까요? 아니면 그저, 정말 궁금해서 왔다가 마음이 동해서 해준 것일까요? 마지막까지 팽은설의 절규에 뒤돌아보지 않는 적화린의 모습 또한 흔들리지 않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책에 나오지 않은 2번째 안배는 뇌전심의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팽불망의 이야기로 2부가 나온다면, 그것 역시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가만...그럼 제목을 악마전기라고 하면 안되지 않나?흐음..;;)
마지막으로, 적화린의 물음은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가지게 될, 그런 의문이자, 이 책에서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적화린은 팽불망 역시 자신과 같은 존재는 아닐까 하는 마음에 팽불망에게 물었죠.
"너는 누구냐?"
어쩌면 이건, 독자들이 이 기괴한 주인공에게 해야할 말이 아닐까요? 너는 누구냐, 적화린? 너는 어떻게 왔으며,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 이런 수많은 여운을 남긴 채, 악마전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간만에 책 산 돈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써주신 백천유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2부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사족.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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