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스통 르루
작품명 : 오페라의 유령
출판사 : 문학세계사
사실 전 좀 오래된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책이나 교과서에 나올 법한 작품들은 거의 다 도서관에서 봤습니다. 고전을 약간 훑어 볼 때가 중고등학교 때 였는지라 돈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죠. 그 이후로 고전을 찾아보는 일은 거의 없었고(저하고 안맞더군요) 판타지, 무협, 라이트노벨 이외의 책을 산다고 해봐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나 기욤 뮈소,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였고 가끔 베르베르나 코엘료 소설을 샀었죠. 물론 라이트 노벨 쪽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본 라이트 노벨 중에 신기한 물건이 있었습니다. 문학소녀 시리즈인데, 이 시리즈는 각 권마다 테마로 삼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3권에서 배경으로 깔렸던 작품인데, 사실 이 책은 제가 중학교 때 쯤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독서가(?)로썬 삐약삐약하는 병아리 수준이였고 문체나 구성에 대해선 영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별로 재미없던 글로 기억하고 있었죠. 하지만 문학소녀 시리즈를 감명깊게 읽고 나니까 갑자기 이걸 지르고 싶어지더군요. 네, 질렀습니다.
아마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그만큼 엔드류의 뮤지컬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하고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정작 저는 못봤습니다.) 그 뮤지컬의 원작이 된 소설이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이 소설은 약간 특이하게 시작합니다. 작가가 과거의 괴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잘못 알려졌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척'을 하여 진짜 일어났던 사건인 것처럼 시작합니다. 중학교 때 읽은 책의 내용이 거의 희미해져 있었던 저는 깜빡 속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페라의 유령과 여가수 크리스틴, 라울을 중심인물로 하여 진행됩니다. 약간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어서 그쪽으로 즐길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는 이 세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감정입니다.
여가수인 크리스틴은 '음악의 천사'인 유령을 만나 노래를 배우게 되고, 공연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라울은 그런 크리스틴을 만나려고 대기실로 가다가 크리스틴과 유령을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유령과 라울과 크리스틴의 삼각관계(?)를 다루면서 인물들의 생생한 감정을 묘사해냅니다. 라울의 크리스틴을 향한 열렬한 애정, 크리스틴의 애정과 연민, 유령의 안타까운 사랑...오페라의 유령은 이 소설에서 분명히 악역을 맡고 있고, 크리스틴을 속이며 사랑을 갈구합니다. 하지만 이 불쌍한 유령은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세상에 지치고, 자신을 사랑해줄 단 한사람만을 원한 유령의 삶은 애틋함을 불러 일으킵니다. 결국 이야기가 끝나며 이 불쌍한 유령은 아름다운 파국을 맞게 됩니다.
이 책은 각각의 등장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읽을 경우에 조금씩 다른 맛을 냅니다. 읽을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아, 마지막으로 다시 일반소설을 지르게 해주신 문학소녀님에게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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