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인지로 - 아직 끝나지 않은 그 무엇.
어떤 작품을 읽고 그에대한 감상을 쓴다는 것은 조금은 어렵고
또 조금은 조심스럽고 그리고 조금은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설픈 녹슨 칼로 치열한 창작의 고통을 재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함에도 자판을 두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컴
퓨터 앞에 앉게 되는군요.
읽은 작품은 정연란 백무잠님의 '낭인지로'입니다. 그리고 읽
은 분량은 낭인지로 1권 분량입니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앗참... 감상문은 평어로 쓰고자합니다.
1. 칼끝에 걸린 무엇.
율무연의 독백처럼 들리는 서장에서 누군가가 묻는다.
"너의 칼끝에 걸린 것이 무엇이냐?"
칼끝에 걸린 그 무엇이라... 빼문 담배연기 사이로 여러 상념들
이 흩어져갔다. 한편의 작품엔 늘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그것
무공의 단계를 넘어서는 성장의 과정일 수도 아니면 성장 무협
속에서 삶에 대한 깨달음 일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무엇일까.
그래 난 이 작품속에서 작가의 칼끝에 걸린 무엇과 내가 느낀
감정의 칼끝... 퍼즐을 맞추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설레임
을 느꼈다.
초반부는 성심장을 침입하는 무리들과 어린 율무연을 데리고
탈출하는 한우진,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추격.
어쩌면 이 글은 무협의 영원한 소재요 주제일수도 있는 '복수'
를 테마로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나이가
사물을 분간하지도 못하는 어린나이임에도 거듭되는 추격씬과
가문의 멸문이라는 내용이 겹쳐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이 오버
랩되었다.
그 치열한 추격과 추격. 살아남고자하는 처절한 생존욕구.
'독보건곤'에서 느껴지는 그 빠른 호흡과 긴장감 그리고 눈물
겨운 주인공의 의지와 한우진이 율무연을 지켜내고자하는 그
무엇이 한데 버무려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백야님의 '천하공부 출소림' 에서 초반부에 등장하는 혜능의
일화 그 굉장한 인상감을 주는 장면을 잠깐빌어 말하자면......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율무연은 장난꾸러기로 성장을 했고, '하늘'의 추적은 계속된
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율무연을 지켜주고자 했던 두 인
물 점소이 임식의 죽음에서도 후에 한우진의 죽음에서도 별다
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율무연에게 검을 들게하여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한우진의 죽
음과그가 남기는 말들... 생각하면 작가는 독자에게 이 부분을
비장하고 장중하며 쓸쓸하게 마치 '인정사정 볼것 없다'의 라
스트씬에서 비지스의 Holliday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던 안성기
와 박중훈의 결투장면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처절함과 음울함은 반쪽의 성공처럼 느껴진다. 가슴에 와닿
기보다는 작가가 먼저 느끼고 감동하여 독자에게 자신의 감정
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글은 차차 흡입력을 갖기 시작한다.
율무연은 검을 들었고 이제 바로 '칼끝에 걸린 무엇'을 찾아가
는 행로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2. 거듭되는 추격
아직 경험도 일천하고 나이도 어리지만 전역이후 복학을하고
미래에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어쩐지 쫓긴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준비하지 못한자는 늘 시간이나 그 어떠
한 것에 쫓기기 마련인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율무연은 알지도 못하는(그가 생각하기에)
세력에 계속된 추적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자신을 쫓는 것
이 물리적인 세력 혹은 사람이든 아니면 내면속의 자신이든지
간에 늘 잠을 깨고 일어나면 엄습하는 초조감에 시달리는 것
처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긴장의 연속. 그 나른하고 짜증날
정도의 처절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누가 누구를 쫓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장면을 그려낸
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지루함만을,
너무 흐름속에 섞이면 피곤함만을 느끼게 마련인데 중간중간
화선옥의 이야기던지, 광해의 이야기는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
고 맛을 돋구는 향신료처럼 적절하게 긴장을 완화시키기도 하
고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상상하게 하는 재미를 준다.
그래 그런것일게다.
청년실업이 수십만이니, 보험금을 노리고 자식의 손가락을 절
단하는 비정한 아버지니... 하고 떠들어대는 TV속의 씁쓸하고
그 빡빡한 이야기들과 내가 해야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사
이에서 마치 연속으로 거듭된 끊임없는 철로를 달리는 생활의
여정속에서 잠시의 휴식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앞으로 내앞
에 놓여있는 사막을 건널 것인가.
율무연에게 그런 것마저 없다면 그는 무엇으로 그가 헤쳐나가
야할 그 혼자만의 사막을 건너고 고장난 나침반으로 칼바람을
헤쳐 극점에 도달할 것인가.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차피 혼자사는 세상~'이라고 이정
수가 윽박지르는 말투로 웃음을 선사했지만 율무연에게도 그
리고 나에게도 생활에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가 없다면 무척이
나 쓸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이해할 수 없는 연관성의 문제들
한참 글에 빠져들어 율무연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그리고 그
아릿한 감정에 동화되면서도 때때로 글의 흐름에서 이해하기
힘든 몇가지 때문에 약간 껄끄러웠던 적이 있다.
주점에서 음식값을 점소이와 흥정하는 장면이나 - 여기서 작
가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웃
음을 선사하기에도, 율무연의 성격을 묘사하기에도 부족한
감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독해력의 부족인가. - 왕발의
율무연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은 글을 읽는 와중에 조금은 곤
혹스럽다. 사람을 미워한다는게 어쩔수없이 그냥 주는 것도
없이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살인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너
무한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1권밖에 읽지못했기에 섣부르게 단정짓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4. 아직 끝나지 않는 그 무엇.
그러함에도 '낭인지로'가 내게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율무연은 그를 세상에서 제거하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길을 갈 것
이다.
꿈마저 없다면 그 어떤것을 붙잡고 사막을 건너겠는가. 율무
연이 붙잡은 그 꿈.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칼끝에 걸린 무엇을 언젠가 찾기를 바라며... 흔들림없는 걸
음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그 무엇에 차근차근 다가서기를 기
대한다.
이상입니다.
스스로의 잣대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살아도 모를것 같기도 합니다. 글을 읽으며 느
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편하게 적어보기는 했는데요, 작가님
이나 고무림 동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만 않았으면 좋
기를 바라며... 고무림 동도님들의 낭인지로 일독을 권합니다.
^^;
날씨가 연일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경신하고 있답니
다.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한 겨울을 나시고요...모두들 좋
은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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