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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견인불발
작성
04.01.25 20:37
조회
893

낭인지로 - 아직 끝나지 않은 그 무엇.

어떤 작품을 읽고 그에대한 감상을 쓴다는 것은 조금은 어렵고

또 조금은 조심스럽고 그리고 조금은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설픈 녹슨 칼로 치열한 창작의 고통을 재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함에도 자판을 두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컴

퓨터 앞에 앉게 되는군요.

읽은 작품은  정연란 백무잠님의 '낭인지로'입니다.  그리고 읽

은 분량은 낭인지로 1권 분량입니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앗참... 감상문은 평어로 쓰고자합니다.

1. 칼끝에 걸린 무엇.

율무연의 독백처럼 들리는 서장에서 누군가가 묻는다.

"너의 칼끝에 걸린 것이 무엇이냐?"

칼끝에 걸린 그 무엇이라... 빼문 담배연기 사이로 여러 상념들

이 흩어져갔다. 한편의 작품엔  늘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그것

무공의 단계를 넘어서는 성장의 과정일 수도 아니면 성장 무협

속에서  삶에 대한  깨달음 일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무엇일까.

그래  난 이 작품속에서  작가의 칼끝에 걸린 무엇과 내가 느낀

감정의 칼끝...  퍼즐을 맞추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설레임

을 느꼈다.

초반부는  성심장을 침입하는 무리들과  어린 율무연을 데리고

탈출하는 한우진,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추격.

어쩌면 이 글은 무협의 영원한 소재요 주제일수도 있는 '복수'

를 테마로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나이가

사물을 분간하지도 못하는 어린나이임에도 거듭되는 추격씬과

가문의 멸문이라는 내용이 겹쳐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이 오버

랩되었다.

그 치열한 추격과 추격. 살아남고자하는 처절한 생존욕구.

'독보건곤'에서 느껴지는  그 빠른 호흡과 긴장감 그리고 눈물

겨운 주인공의 의지와  한우진이 율무연을 지켜내고자하는 그

무엇이 한데 버무려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백야님의 '천하공부 출소림' 에서  초반부에  등장하는 혜능의

일화 그 굉장한 인상감을 주는 장면을 잠깐빌어 말하자면......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율무연은 장난꾸러기로 성장을 했고,  '하늘'의 추적은 계속된

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율무연을 지켜주고자 했던 두 인

물 점소이 임식의 죽음에서도 후에 한우진의 죽음에서도 별다

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율무연에게 검을 들게하여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한우진의 죽

음과그가 남기는 말들... 생각하면 작가는 독자에게 이 부분을

비장하고 장중하며 쓸쓸하게 마치  '인정사정 볼것 없다'의 라

스트씬에서 비지스의 Holliday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던 안성기

와 박중훈의 결투장면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처절함과 음울함은 반쪽의 성공처럼 느껴진다. 가슴에 와닿

기보다는 작가가 먼저 느끼고 감동하여  독자에게 자신의 감정

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글은 차차 흡입력을 갖기 시작한다.

율무연은 검을 들었고 이제 바로 '칼끝에 걸린 무엇'을 찾아가

는 행로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2. 거듭되는 추격

아직 경험도 일천하고  나이도 어리지만 전역이후 복학을하고

미래에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어쩐지 쫓긴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준비하지 못한자는 늘 시간이나 그 어떠

한 것에 쫓기기 마련인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율무연은 알지도 못하는(그가 생각하기에)

세력에 계속된 추적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자신을 쫓는 것

이 물리적인 세력 혹은 사람이든 아니면 내면속의 자신이든지

간에  늘 잠을 깨고 일어나면  엄습하는 초조감에 시달리는 것

처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긴장의 연속.  그 나른하고 짜증날

정도의 처절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누가 누구를 쫓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장면을 그려낸

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지루함만을,

너무 흐름속에 섞이면 피곤함만을 느끼게 마련인데  중간중간

화선옥의 이야기던지, 광해의 이야기는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

고 맛을 돋구는 향신료처럼 적절하게 긴장을 완화시키기도 하

고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상상하게 하는 재미를 준다.

그래 그런것일게다.

청년실업이 수십만이니, 보험금을 노리고 자식의 손가락을 절

단하는 비정한 아버지니... 하고 떠들어대는 TV속의 씁쓸하고

그 빡빡한 이야기들과  내가 해야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사

이에서 마치 연속으로 거듭된 끊임없는 철로를 달리는 생활의

여정속에서 잠시의 휴식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앞으로 내앞

에 놓여있는 사막을 건널 것인가.

율무연에게 그런 것마저 없다면 그는 무엇으로 그가 헤쳐나가

야할 그 혼자만의 사막을 건너고 고장난 나침반으로 칼바람을

헤쳐 극점에 도달할 것인가.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차피 혼자사는 세상~'이라고 이정

수가 윽박지르는 말투로 웃음을 선사했지만  율무연에게도 그

리고 나에게도 생활에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가 없다면 무척이

나 쓸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이해할 수 없는 연관성의 문제들

한참  글에 빠져들어  율무연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그리고 그

아릿한 감정에 동화되면서도 때때로 글의 흐름에서 이해하기

힘든 몇가지 때문에 약간 껄끄러웠던 적이 있다.

주점에서 음식값을 점소이와 흥정하는 장면이나 - 여기서 작

가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웃

음을 선사하기에도,  율무연의  성격을 묘사하기에도  부족한

감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독해력의 부족인가. -  왕발의

율무연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은  글을 읽는 와중에 조금은 곤

혹스럽다.  사람을 미워한다는게 어쩔수없이  그냥 주는 것도

없이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살인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너

무한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1권밖에 읽지못했기에 섣부르게 단정짓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4. 아직 끝나지 않는 그 무엇.

그러함에도 '낭인지로'가 내게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율무연은  그를 세상에서 제거하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길을 갈 것

이다.

꿈마저 없다면 그 어떤것을 붙잡고 사막을 건너겠는가.  율무

연이 붙잡은 그 꿈.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칼끝에 걸린 무엇을  언젠가 찾기를 바라며...  흔들림없는 걸

음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그 무엇에 차근차근 다가서기를 기

대한다.

이상입니다.

스스로의 잣대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살아도 모를것 같기도 합니다. 글을 읽으며 느

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편하게  적어보기는 했는데요, 작가님

이나  고무림 동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만 않았으면 좋

기를 바라며... 고무림 동도님들의 낭인지로 일독을 권합니다.

^^;

날씨가 연일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경신하고 있답니

다.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한 겨울을 나시고요...모두들 좋

은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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