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영훈
작품명 : 보표무적
출판사 : 청어람
근래 들어 이처럼 깔끔하고 담백한 종결을 보여준 무협이 있었던가요.
언어의 마술사, 장영훈님은 필자의 무성의한 예상을 여지없이 깨트리며 실망이 아닌 기쁨을 주시는군요.
지난 1권에서 6권까지는 논외로 치고 이번 완결된 부분에 대해서만 필자의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최근들어 모든 장르의 문학작품에 전반적인 풍조가 강렬한 마무리인것 같습니다.
이른바 울컥!하고 피를 토하게 만드는 절단마공과 같이 에필로그를 싹둑 잘라버리며 마무리를 합니다.
그와 같은 기술이 노리는 효과는 첫째로 독자의 뇌리에 뚜렷하게 그 작품을 각인시키려하는 뜻이 있으며, 둘째로 작품의 여운을 독자가 즐길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뒤의 상황은 독자가 나름으로 유추하게 하는 즐거움을 제공하지요.
그 뒤의 이야기는 독자 저마다 그 성향에 따라 틀릴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기법이 요즘들어서 무협장르에 너무나 정형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며, 또한 위에 나열한 세가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데 있습니다.
작가 장영훈은 '보표무적'이라는 작품에서 독자들의 예측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만행(?)을 여러차례 선보여 이미 많은 찬사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무리마저 요즘의 유행과 그 궤를 달리하였습니다.
오히려 모든것을 밝히고 보여주는 그런 전통적인 방식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다른 작품들처럼 '작품의 절정'부분 이후 급격한 마무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사건이 종결된후 책을 보니 아직 절반가까이나 남아있어서 필자를 의아하게 만든 그(작가 장영훈)이기에 더욱 그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오년이란 시간이 지난후 주요 등장인물의 그 뒷얘기를 특유의 잔잔한, 부드러운 필체로 독자들에게 구경시켜줍니다.
그렇다고 그냥 날림의 ( 누구는 이러했다,저러했다 등)마무리도 아닌 작품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는 그 특유의 인간애와 '강호를 떠나는 것'이란 화두를 멈추지 않고 마지막까지 가져갑니다.
또한 마냥 '이제 진짜 끝!'이란 완벽한 마무리인가 싶었는데 이 영리한(사실 영악한,교활한,악랄한 등의 단어를 찾던 끝에 가장 무난한 단어이다 싶어서 영리한이란 표현을 씁니다^^;)작가는 끝에 끝까지 필자를 배신하더군요.
독자에 대한 마지막 보너스로 우이와 아연,소향,단목혜의 사랑의 향방을 적어서 휴지인척 꾸깃꾸깃 구겨서 저만치 던져놓고 '한번 맞춰보세요. 약오르지롱. 메롱!'하고 놀립니다.
하하하!
정말 고무림 신춘무협 금상에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론 금강문주님 이하 심사위원들이 만약 이 완결까지 읽고서도 금상을 주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드는군요.
분명 장영훈님은 신예작가입니다.
그러나 그런 신인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아니 중견의 톱 작가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의 한결같은 흐름, 끊이지 않는 일정한 호흡등- 저 개인적으로는 사건의 구성,인물의 개성부여,반전등의 기법 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을 떨어뜨리지 않고 그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대단합니다.
한가지 아쉬운것은 그 흔한 작품후기하나 없어서 작가의 생각과 앞으로의 동향등을 알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 얼마나 기다려야 '보표무적'같은 작품성,오락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하이 퀄리티작품을 만나게 될지 매우 기다려집니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그게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럼 이만 못난 글재주로 끄적거린 감상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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