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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작성자
Lv.3 팔란티어
작성
10.08.11 16:03
조회
1,381

작가명 : 하지은

작품명 :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출판사 : 이타카(디앤씨미디어)

『얼음나무 숲』, 『모래선혈』 등을 노블레스클럽에서 출간한 하지은 작가가 디앤씨미디어에서 새롭게 내놓은 이타카 브랜드에서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을 출간했다.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서점에서 팔리는 장르소설을 지향한 브랜드에서 나온 장편소설이다. 노블레스클럽의 첫 타자였던 『얼음나무 숲』은 호평을 받았고 몇 번의 증쇄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장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은이라는 작가를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모래선혈』은 『얼음나무 숲』의 작가라는 점에서 기대한 작품이었으나, 구성상 초반과 후반의 불균형 같은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출간한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같은 경우는 『얼음나무 숲』과 같은 재미를 준 것은 아니었지만, 『모래선혈』에서 보인 아쉬움은 드러나지 않았다. 일단 구성이 안정적으로 짜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목차를 보면 ‘현관’에서 시작해서 1층부터 7층까지 쭉 올라가고 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앞과 뒤가 맞아떨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이 구성이라면 그 다음은 소설의 분위기였다. 앞선 두 작품과 차별화된 소설의 색깔이 마음에 들었다. ‘기묘한 저택’의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고딕 소설을 연상케했다. 사람들의 광기와 증오, 사랑이 다양하게 섞이면서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국내 저자가 쓴 수많은 환상소설들 중에서 이렇게 책 한 권이 확연한 색깔을 띠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희귀한 소설이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문장은 이미 『얼음나무 숲』에서부터 호평을 받은 만큼, 단아하고 뛰어나다. 걸리는 문장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읽히고, 문장을 읽는 맛이 있다. 다만 이전 작들에 비해 화려한 묘사는 줄어든 느낌이 있다. 그보다는 대사나 상황 전달에 더 치중한 문체였다. 그 덕에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여러 인물들이 나옴에도 혼란스럽지 않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미 전작을 통해 하지은 작가를 접한 독자라면, 걱정할 필요 없이 이 책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고, 안정적으로 쓰인 작품이다. 이 책에는 1층부터 7층까지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에 살고 있는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런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면서도 인물이 겹치는 느낌이 없이 각기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다 특성을 가지고 살아있게 묘사하는 것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여러 인물들과 상황들을 접하는 재미가 있다. 인물들마다 사연이 있기 때문에, 그 사연을 만나는 재미, 그리고 이야기들이 마치 연작소설집처럼 서로 영향을 주며 연결되는 구성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요 테마는 ‘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면, 당신은 무엇을 빌고 싶은가? 그러나 이렇게 쉽게 간다면 이는 소설이 성립 될 수 없을 것이다. 소원은 딱 한 번만 가능하며, 이 소설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이 소원을 빌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상황들을 맞게 된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소원을 빌어 그것이 때로는 진심이고, 때로는 진심에 반하는 것이고, 평생 후회할 만한 소원이고, 또 원했던 소원이고, 행복한 결말로 이끌기도 하고, 비극으로 이끌기도 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소원에 얽힌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주민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 한 권에 담겨 있다.

  층 마다 다른 화자를 내세우기 때문에 이 소설은 연작소설집처럼 읽힌다. 그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재미없는 에피소드가 갈릴 수 있다. 처음 1층 걸작의 방은 마지막 층까지 이야기의 중요한 발단이기도 하면서, 이야기 측면에서는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은, 프롤로그 성격의 글이다. 그러나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글에 호기심을 갖고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2층 시인의 방은, 전작 『모래선혈』에서 작가를 등장시킨 것처럼 이번에는 시인을 등장시켜서 기묘한 느낌을 주는 에피소드였다. 1층 걸작의 방이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였다면, 2층 시인의 방은 조금은 로맨틱하면서 의외로 밝은 결말까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에피소드 중 하나라고 할까. 3층 연인의 방은 한층 더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귀족의 영애와 도망을 친 남자의 뒷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을 상상해 본 작가의 결말은 충격적이면서도 충분히 납득이 될만한 이야기였다. 지나치게 암울하긴 하지만. 4층 부정의 방은 딸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결말이 상당히 씁쓸했다. 5층 여인의 방은 가장 인상에 남은 에피소드였다. 중년 여인의 속내로 서술되는 시점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잘 와닿은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확실히 남았다. 5층과 바로 이어지는 6층 의사의 방 이야기. 의외의 에피소드였는데, 조금 아쉬움이 컸다. 이야기가 결말에 가까워질 수록 흐름이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결국 후반부라고 할 수 있다.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나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누구나 소원을 빌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향해서, 케이크위에 꽂힌 촛불을 끄면서, 두 손을 깜싼 채 기도를 올리면서. 소원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니, 딱 하나의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무슨 소원을 빌게 될까. 무심코 빈 소원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에 감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소원은 그게 아니었다고 분노하고 후회할까. ‘소원’이라는 단어는 많은 소설이나 영화, 만화에서 다루어진 단어다.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는, 만능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그 ‘소원’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한 권의 장편소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었다.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소원은 빌 수 없는 한 남자와 그 남자에게 소원을 빈 여러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독자의 머리를 자극한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사람들이 각자 무슨 소원을 비는지 궁금하다면,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펼쳐들기를 바란다. 각 층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것이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에 초대장을 받은 셈이나 다름없다. 둘러본다면 아마 당신도 그 저택이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한 번쯤 거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롤랑 거리 6번가, 7층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건물. 그곳은 입주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는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이다.


Comment ' 2

  • 작성자
    Lv.28 EHRGEIZ
    작성일
    10.08.11 16:12
    No. 1

    좁은 소견이나마 밝히자면,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히 좋은점도 없었습니다.
    의외성이나 반전이라고 부를만한 상황과 사건은 볼 수 없었고 각자의 '소원'들 역시도 너무 판에 박힌 듯 뻔했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전작을 읽고 난 뒤의 기대치에는 다다르지 못했기에 낮은 평을 보냅니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어킁
    작성일
    10.08.11 20:24
    No. 2

    팔란티어님 감상글은 오랜만에 보네요! +_+

    예전에 얼음나무숲 감상문과 양말줍는 아이들 감상문 쓰신거 보고 감명받았는데 말이죠 =ㅁ=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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