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무영자
작품명 : 영웅&마왕&악당
출판사 : 골든노블
제목 보고 읽을 생각을 쉽사리 못했던 소설입니다.
그런데 문피아 감상란에 영마악에 대한 감상글이 되게 많더군요.
그 수많은 감상글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갯수가 많다는 점에서 일단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1권을 빌려서 읽어보았습니다.
-미리니름.
제목에서 연상이 가능하다시피 이 소설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아니다, 그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기보다는 사건 하나에 대해 세 인물이 제각기의 시각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한 주인공이 조연들을 통해 빛을 내는 식의 여타 소설들과는 차별화를 둔 전개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소설이 독자로 하여금 집중하게끔 하는 캐릭터는 악당이라는 녀석이더군요. 이 점에서 세 인물을 동등하게 취급하려 한 작가의 의도는 틀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세 인물이 메인 캐릭터지만 진짜 주인공은 악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비중도 악당이 가장 많이 차지합니다. 책갈피의 절반을 악당이 차지하지요. 나머지 절반을 마왕과 영웅이라는 캐릭터가 반씩 나눠 차지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악당에게 가장 관심이 쏠리고 가장 집중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악당에게 가장 동화가 되지요. 악당의 이야기에 가장 공감을 하고 싶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악당녀석의 사건해결 방식은 너무 우연성에 치중된 것입니다. 제 딴에는 악당이랍시고 사건을 주도하는데 그게 영웅과 마왕에게는 깊은 감동을 주기만 하는데 그것이 좀 억지성이 다분했습니다. 이러한 전개방식은 황규영님의 소설에서도 좀 봐왔던 구조인 것 같습니다.
'그저 그런 머리의 주인공과 멍청한 조연들(혹은 적들).'
전개에 있어서의 인물간의 관계가 딱 그 정도로 비춰졌습니다. 그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 조금은 더 치밀한 전개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무분별한 현대어의 사용도 있는데, 그 점은 제게 반감을 샀습니다. 읽어보면 서양 중세기를 기점에 둔 판타지소설임이 확실함에도 이 소설에서는 마치 당연하다는듯이 현대어가 톡톡 튀어나옵니다. 읽다가 이 이야기에서의 시대는 현대인건가, 싶어서 계속 앞을 뒤적이기도 했습니다. 가끔씩 튀어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단어들은 정말 스토리에 대한 욕구를 반감시키기 충분했습니다.
한 사건에 대해 세 인물의 입장을 낱낱이 쓰다보니 사건의 전개가 좀 느린 것 같습니다. 여타 소설은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주인공 한 인물의 견해만 드러내면 되었기 때문에 전개속도가 평탄하지만 이 소설은 세 인물의 견해를 드러내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인지 눈에 띄는 큰 흐름 자체가 길지 않습니다. 그래도 인물들의 이동성이 별로 없는 소소한 사건이 여러개가 일어났다면 괜찮았을텐데 그나마 그러한 중첩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느린 전개는 더욱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 인물을 번갈아가며 그 인물들의 생각을 드러내다보니 어지러운 느낌도 다분했습니다. 그나마 소제목을 딱딱 붙여줘서 읽을만했지, 안 붙여줬으면 되게 어지러웠을 것 같습니다. 이미 독자들에게는 집중할 대상을, 가장 눈여겨봐야할 주인공을, 악당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했기 때문에 영웅과 마왕의 두 인물을 그렇게까지 부각시키려 노력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무쪼록 2권부터는 큼직한 사건들이 좀 있거나 소소한 사건들이 많거나해서 읽는 즐거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1권까지는 너무 조용하기만 한 느낌이 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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