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의민
작품명 : 팔만사천검법
출판사 : ?
지금으로부터 23년전 충청도 한 시골의 중학교 1학년 시절 어느날 친구가 읽고 있는 처음 보는 형태의 책을 우연히 접한 이후 저도 무협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습니다. 당시 친구가 보던 무협지를 빌려서 그야말로 밤을 새워 보았던 기억이 새롭네요. 얼마나 재미있고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첫 무협지 제목이 아마도 "쌍검혈해"였죠. 용모가 추해 사랑을 얻지 못하고 좌절하다 기연을 얻어 천하제일의 고수가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첫 작품이라 그런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몇몇 있네요. “천년영지”, “고루객”, “음총삼절장”, “공래파를 평지로 만들리라” – 지금은 공래파라는 것이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공래파를 사용하는 무협지가 있었습니다. 고루객은 당대의 제일 고수였는데 공력이 80년 정도였죠. 요즘처럼 몇 십 갑자의 공력.. 대비 좀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가상의 세계에 좀 더 현실적이라는 말도 우습군요).
각설하고 이렇게 무협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일년 정도 지났을 때 얼마 되지 않는 무협 경력으로 비춰 보아도 당시 여타 작품과는 다소 다른 충격적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팔만사천검법”입니다. 지금도 기억이 선하군요. 예전에 비슷한 시점에 이 책을 보신 분 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혹시 책 표지의 색깔이 무엇인지 기억 나시는지요? 100% 자신은 없지만 오렌지 색깔이었고 세로로 한자로 “八萬四千劍法”이라고 써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팔만사천검법이 3권, 속팔만사천검법이 3권 해서 총 6권으로 되어 있는데 전자는 와룡생, 후자는 김의민씨가 저자라고 되어 있지만 기실은 모두 김의민씨가 저자입니다.
내용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완벽하게 기억이 나질 않네요. 대강의 줄거리는 기억 나는데 어떤 상황에서 “왜 그랬지” 하는 부분들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군데군데 이상한 부분이 있겠지만 최대한 기억을 살려 내용을 요약을 해보겠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라며 최소한 지금까지 작성된 어떤 감상평 보다 내용면에서 더 정확함을 자부합니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을 혹시 볼 수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 봤고 몇몇 감상평을 보았지만 내용의 정확성이 좀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제가 감상평을 작성할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하선재. 그에 대한 출신 배경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고아로 알려져 있고 선재라는 이름으로 미루어 불가에서 그를 키웠을 것이라는 추측 정도였죠 (관세음보살을 보필하는 동자가 선재동자인데 아마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왜 강호를 떠도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데 하여튼 강호를 떠돌다 우연히 전대 고수가 남긴 삼절마검이라는 무공을 얻게 되며 이 무공을 통해 제법 고수로서 행하게 됩니다. 하선재의 성격은 정사 중간으로 어떤 때는 협의의 일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도 하여 자연히 강호의 고수들과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당대 천하제일고수인 금검령주의 주의를 끌게 되고 역시 무공이 높고 신비한 천원관의 사람들과 시비가 붙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무공에 대해서 짚고 넘어 가면 당시 강호에는 4개의 절정 내공이 있었는데 바로 태양공, 태음공, 소양공, 소음공입니다. 금검령주는 바로 태양공을 대성하였고 천원관주 민성학은 소양공을 대성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여튼 천원관주의 아들인가와 (이 사람 역시 소양공의 고수) 대결을 했는데 패했던 것으로 기억되고 패한 후 은하군주라는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구함을 받게 됩니다 (죽임을 당할 순간에 구함을 받은 것은 아니고 패한 후 대결장에서 어떤 이유로 빠져 나와 어디론가 가다가 어떤 장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이 은하군주를 만났던 것 같습니다). 은하군주는 몹시 병약하고 행동거지가 신비한 소녀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선재에게 “팔만사천검법”이라는 검법을 줍니다. 그러나 하선재는 이미 삼절마검이라는 검법을 알고 있고 팔만사천검법이 별로 특출나 보이지도 않아 이를 연마하지 않고 은하군주와 작별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천원관주의 딸인 민소저와도 알게 되죠.
이후 금검령주와 조우하게 되고 (왜 조우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도 하선재의 일부 악행에 대해 하선재를 응징하려고 금검령주가 하선재를 찾아 다녔던 것 같습니다) 무공이 미치질 못해 금검령주에 붙잡히게 되고 금검령주의 거처에 연금되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하선재는 금검령주의 두 딸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첫째 딸인 난지와 둘째 딸인 벙어리 소녀 소설이지요.
난지는 매우 아름답지만 냉냉하고 차가운 여자이고 하선재에 별 관심이 없고 차갑게 대하죠. 난화산수라는 절세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 고수입니다 (난화산수는 출수할 때 마다 쩌러렁 하는 금속성의 소리가 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하선재가 가진 무공 중에서 자기가 꼭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하선재에 가식적으로 잘 대해 주게 됩니다 (하선재가 원래 알고 있던 무공에서인지 아니면 금검령주가 하선재에 무엇인가를 주었는데 그것이 필요해서였던지가 아리송합니다). 하여튼 급기야는 원하지 않는 정사를 갖게 되고 결국 난지는 하선재에게서 필요한 것을 얻습니다. 소설은 무공을 전혀 하질 못합니다.
여기서 잠깐 하선재와 소설의 출생에 대해서 말씀 드립니다. 하선재의 어머니는 (이름이 하선초였고 천원관주와도 어떤 관계가 있었는데…천원관주가 아버지였던가…아..기억이..) 전대 대마녀로서 곡마 소마와 함께 삼마의 일원이었습니다 (왜 마녀가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악행을 일삼다 결국 금검령주와 충돌하게 되고 금검령주의 십이성 태양신공에 의해 진상 삼마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삼마는 죽어가면서 “이백접혼공”이라는 대법을 사용 금검령주에 저주를 거는데 벙어리 딸을 낳게 될 것이고 그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죠. 이 이백접혼공이라는 것이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이는 나중에 설명을 하죠. 하여튼 하선재의 어머니는 금검령주에 죽임을 당하고 삼마는 강호에서 사라졌습니다.
다시 시점을 달리하여 금검령주가 첫 부인에서 난지를 낳고 (이 첫 부인은 사망했는지 하여튼 내용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후 부인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젊은 처자를 제자로 받아 들였던가 했을 것입니다. 이 제자를 어찌어찌하다가 동굴에서 범하게 되고 (금검령주가 의도한 것은 아니고 상황이 그렇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딸을 하나 낳게 되는데 이 딸이 바로 소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자가 곧 충격을 받고 금검령주를 떠나게 되고 한세궁을 세워 궁주가 되고 금검령주를 매일 백번씩인가 저주를 하게 됩니다. 음…이 부분의 기억이 정말 힘든데 이 아가씨가 금검령주의 이전 정인과의 (첫 부인 이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었고 이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되어 여자가 충격을 받게 되어 나간 것으로 기억됩니다 (음..감상문 쓰면서 소설을 새로 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하여튼 소설은 벙어리였고 금검령주는 이에 삼마의 저주를 떠올리면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삼마의 저주를 상기하면서 금검령주는 소설을 없애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귀엽고 예쁘고 착한 딸에 차마 손을 쓰지 못했고 한편으론 설마 하는 심정도 있었으므로 소설이 처녀로 성장할 때 까지 계속 번민을 하였습니다. (하선재를 데리고 온 이유가 하나 기억 났는데 차마 자기 손으로 딸을 죽일 수 없어 하선재에게 소설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던 내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난지는 하선재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었으므로 그 동안 무척 싫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잘해 주어야 했던 것에 대한 분노로 하선재를 죽일 결심을 합니다. 어느날 소설, 하선재와 같이 어느 산에 갔는데 (왜 갔는지는 기억이..) 거기서 하선재에 일장을 때려 절벽 밑으로 떨어 뜨려 버립니다. 하선재를 떨어트린 후 소설까지 죽이기 위해 몸을 돌리고 난지는 헛구역질을 하게 되고 자기가 하선재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고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한편 뒤에서 망연자실하게 하선재의 추락을 지켜 본 소설은 (소설은 하선재를 좋아했죠)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여기가 1부의 마지막 장면인데 이 부분은 제가 기억나는 대로 당시 소설상의 묘사로 대신하지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높고 비분에 찬 웃음소리가 들려 난지가 몸을 돌리자 소설이 몸을 삼장 높이로 뽑아 올려 공중에서 몇 바퀴 회전을 하여 땅에 내려 서는데 마치 뼈가 없는 사람 같아 보였다”
난지는 벙어리인 소설이 소리를 내고 무공을 모르는 소설이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경공을 보이자 혼비백산해서 도주합니다. 이후 소설이 하선재를 구했는지 하선재가 어떤 기연으로 절벽에서 살아 났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소설의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왜냐면 이후 마녀로 변하기 시작하는 소설과 계속 같이 다니게 되거든요.
하여튼 소설의 무공은 계속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집니다. 이는 이백접혼공의 특성인데 이백접혼공으로 무공을 시공을 초월해 어느 사람에게 옮겨 놓으면 그 사람은 이백접혼공의 효력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전에 배운 적이 없는 이백접혼공으로 옮겨진 무공을 사용할 줄 알게 되며 그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강한 무공을 생각해내고 곧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소설이 처음 마녀로 변하게 되었을 때는 아직 정신이 남아 있고 무공도 아주 강하진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무적의 고수로 바뀌게 되고 마성에 깊이 물들게 됩니다. 하선재는 소설의 충실한 부하 비슷한 것이 되고 같이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게 됩니다 (소설의 무공 중에 최면 무공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소설과 조우하게 되는 고수들도 정사를 가리지 않고 죽임을 당하거나 최면 무공에 포섭을 당한 후 철저하게 악인으로 변하게 되고 악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소설과 같이 다니면서도 중간 중간 하선재는 제정신으로 돌아 오게 되고 난지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당시 어떻게 조우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난지는 이미 임신중이었고 임신으로 인해 하선재에 정이 생겨 둘은 소설로부터 도망을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무공과 경공은 실로 무서워 둘은 곧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이때 장백신마라는 고수로부터 도움을 받습니다.
이 장백신마는 이전 천뢰신군이라고 불렸는데 바로 하선초의 남편이자 하선재의 아버지가 되죠. 아마도 장백신마는 하선재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장백신마는 하나의 기문진을 설치하여 하선재와 난지를 숨게 하고 자신이 소설과 대결을 합니다. 한 때 삼마와 같이 이름을 떨친 대마두의 무공은 과연 대단하여 한때나마 소설에 우세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소설은 새로운 무공을 깨닫게 되고 결국 장백신마도 소설에 의해 죽음을 당합니다. 진 안에 있던 하선재와 난지도 발각을 당하고 난지는 소설의 일장에 머리가 박살이 나서 죽게 됩니다. 그리고 난지의 배를 발로 밟아 하체를 피로 물들여 버리죠. 그리고 자신의 부하인 월영대사에 명해 시간을 하게 됩니다 (옷으로 난지의 머리를 가리고 나서 아주 징그럽게 웃으면서요). 생각해 보세요. 중학교 2학년이 요즘 봐도 엽기적일 내용을 23년 전 읽었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습니까.
어떤 장소에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물건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세력이 그리로 집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천원관주 및 그 세력과 대결하게 되고 천원관의 독모래 세례에 한 때 열세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소설은 궁극의 마공인 “마공교연”이라는 무공을 터득하게 되고 이를 이용 천원관주 민성학을 비롯해 천원관을 말살하게 됩니다 (마공교연은 약 5장 범위의 독가스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범위가 넓어 절정 고수라도 피할 수 가 없는 것이죠). 여기서 하선재에 연정을 품고 있던 민소저도 윤간을 당하게 되고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차마 글로 쓸 수가 없군요).
이어 금검령주와 조우하게 되고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기 시작합니다. 금검령주는 소설의 마공이 워낙 무시무시하여 초식이나 수법으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가슴에 금검을 꽂은 후 이전에 삼마를 격상시켜 죽일 때 처럼 태양신공을 운용하여 소설을 내력 대결로 몰아 가서 우위에 서게 됩니다. 소설이 몰리는 것을 본 하선재는 금검령주를 동요하게 하여 (어떻게 동요시켰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하선재가 금검령주의 위에 설명한 부끄러운 과거를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금검령주는 한세궁주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을 것입니다). 그 충격으로 내력 대결이 풀리게 되고 소설의 독연 무공에 금검령주는 죽음을 당합니다.
이윽고 중요한 물건이 있다는 사당에 소설 일행이 도착하고 사당 주위에 설치된 진에 이미 들어 가 있던 사람들이 소설 일행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특히 예쁜 아가씨들이). 소설은 하선재와 함께 사당에 들어가고 거기서 은하군주를 그린 그림을 보게 됩니다. 그림을 본 소설은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그림에는 은하군주가 팔만사천검법의 최후 초식인 “마하겁륜공”을 풀어 집어 넣었고 이는 소설 무공의 상극입니다. 저주가 풀리면서 본래의 소설로 돌아오게 됩니다만 소설은 하선재의 품에서 숨을 거둡니다. 하선재는 수많은 지인들을 잃고 결국 은하군주의 시녀였던 녹의 낭자와 함께 어디론가 떠나면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지금 다시 돌이켜 보아도 엽기적인 내용이 많은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하지만 내용 전개가 대단히 빠르고 흥미진진해서 아주 몰입해서 보았던 작품입니다. 내용이 어떻든 밤을 새워 단번에 전권을 읽을 수 있는 무협지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팔만사천검법은 그 중의 하나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난지의 죽음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 이쁜 아가씨를 그리 잔인하게 죽이다니…거기다 임신까지 했는데.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는 하선재의 마음도 많이 괴로웠겠죠. 소설도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을텐데요. 자기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것 그것이 환타지 세계의 도산검림을 거니는 강호인들의 숙명이겠지만 실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 이 팔만사천검법이 “삼절마검” 제목으로 1995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어디서 대여를 할 수 있을까요? 혹시 동네 책방에 이 책이 있으면 알려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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