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일성
작품명 : 공간참
출판사 : 청어람
그의 글을 읽으면 시원한 배변을 한 것 같고,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것 같으며, 뒤에서 파도처럼 몰아치는 카타르시스에 희열을 하게 된다.
전작인 음공의 대가도 대단히 강렬한 소설이었다. 비록 뒤로 갈수록 그 맛이 약해졌지만, 기분 좋게 완결까지 읽은 몇 안되는 무협소설이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무협소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결국 서로 비슷한 무협이 줄 수 있는 재미는 매우 유사하기에, 피자가 아무리 맛있다고 매일 입에 넣으면 질리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하지만 내게 김치와도 같은 무협소설을 꼽으라면, 일성님의 무협을 꼽을 것이다. 흔히 하나 히트작을 내면 다음작은 오히려 전작만 못한 경우가 많은데, 그의 공간참은 음공의 대가보다 더욱 맛깔나는 글이었다.
일단 그의 글의 매력은 진행이 호쾌하며 적당히 자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완급 조절은 독자들이 그 속도감에 지치지 않도록 적당한 여백을 두고 있다. 그 불쾌감이 오지 않을 적당한 황금률을 귀신같이 집어내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일반인이 다루지 않는 부분을 다룬다. 그는 적당히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논리를 파괴해, 새로운 부분으로 재조명한다.
그게 억지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애시당초 무협이나 판타지는 억지인 것이다.
다만 납득하지 못할 만큼의 파괴가 아닌 적당한 범위 내에서 파괴해 남보다 더 새로운 비논리를 만들어낸다. 픽션 작가로서 독자가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질 선에서 그 논리를 파괴해낸다.
셋째로 그의 문장은 맛깔스럽다. 디룩디룩 살이 찐 돼지도 아니고, 빼빼마른 앙칼진 아가씨도 아니다. 적당히 살 찌운, 아! 그래 연한 보신탕이 생각나는 글이다.
대중소설의 미덕을 고루 갖춘 글이다.
다만 공간참에서 안타깝다면, 음공의 대가라는 전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짙다. 전작에서 겪었던 유사한 상황들이 펼쳐지고, 인물구도도 유사하다. 굳이 공간참을 표현하자면, 음공의 대가의 완전판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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