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선의 완결인 6권을 읽고 고무림에 와서 감상 평을 뒤져 보았다. 역작이다. 훌륭하
다. 대단하다. 후회하지 않는다. 등등 찬사투성이다. 난 계속 찾아보았다. 나의 의견
과 같은 내용의 글이 있나. 없었다. 그래서 직접 써보겠다.
역작인가? 훌륭한가? 대단한가? 후회하지 않는가?
근데 왜 난 후회하지?
휴머니티가 잘 살아난 글이라는 게 비평을 보면 공통적인 반응이다. 주인공이 적덕
선의 길을 걷고 싸움을 중지시키며 이후에 많은 이로운 일을 한다. 슬프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만 따뜻함을 품고 있는 글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작
가의 의도가 그런 쪽이라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술법이 특이하며 기발한 시도라고 한다. 내용을 좀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꾸민다고
한다.
뭐 술법이 들어가 있으니 무공만이 펼쳐지는 각박함이 어느 정도 풀리는 감이 있었
다.
글 자체의 필력은 상당하다. 술술 잘 읽힌다. 스토리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흥미로
운 이야기이고 초반의 운녹산의 이야기를 너무 끌어 지루한 감과 감정이입의 혼란
을 주기도 했지만 이후의 흐름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럼 뭐가 불만이냐고 하면, 너무 벌려났다. 그리고 수습을 제대로 한 것 같지 않아
찜찜하다. 6권 보고 나서 음.....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이 들었다. 1~5권까지를 재미
있게 봐서 6권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쉬움에 대한 반발심인지
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가서 뒤 안 닦고 나온 마냥 찜찜하다.
주인공의 적대 인물들은 여타의 일부 소설과는 다르게 완전한 악이 아니었다. 각각
의 신념이 있고 사상이 있으며, 그 의지대로 맞서나간다. 서로간의 신념이 부딪힐 뿐
이다. 그런데 그 매력적인 인물들을 모두 모아놓고 대장끼리 한 판 뜨고 대장이 지니
까 모두 퇴장시킨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주인공의 라이벌 격인 인물은 그저 허허 하
고 한숨만 쉬는 엑스트라로 나오고 주인공의 맞수인 천군은 놀랍게 한 번 등장해서
허무하게 퇴장해 버린다. 주인공은 또 어떤가? 갑자기 눈 다치고 곤륜으로 돌아가더
니 1,2 년 사이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갑자기 강해져서 ‘하늘도 땅도 다 내꺼다’라고
하다니. 더구나 무공만 쎄진 게 아니라 아예 신선이 될 정도로 도를 깨치다니. 아무
리 전에 알게 모르게 배웠었다고 암시가 나오지만 그렇게 되면 대체 너무 당황스러
운 레벨 업이 아닌가. 그리고 모든 게 끝난다. 적은 물러가고 강호는 평화를 되찾는
다. 청산은 적덕신이 되기 위해 선행을 베푼다. 나중에는 도력이 더 올라갔는지 용왕
과 신녀에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허무하다. 6권을 보고 나서 뚜렷이 머리에 떠오르는 중심 사건이 없다. 천군과의 싸
움은 말도 안 되고 전체적 내용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했다. 가장 관심 깊게
봤던 인물의 감정적 갈등. 청산의 아버지와의 갈등, 라이벌과의 갈등, 정참파의 앞으
로의 미래와 사천의 전체적 세력 구도. 중원에서의 적들의 위치. 등등 모든 것이 풀
리지 않은 채로 끝났다.
아니, 사실은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내가 제일 싫었던 건 레벨 업 부분이다. 갑자기
박터지게 사천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데 청산이 날아와서 ‘다 내꺼니까 당장 그만 둬’
라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 난 독행강호 하는 주인공을 원한 게 아니다.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의심하고 부족함을 통감할 줄
아는 진짜 인간적이 주인공을 원했다. 5권까지는 좋았다. 아 청산이 상처를 입었구
나. 이제 어떻게 될까. 어떤 고뇌 뒤에 좀더 발전할까? 하는데 갑자기 대오각성! 그리
고 신선급. 그 당혹감과 실망감이란.....
괴선은 확실히 좋은 소설이긴 하지만 마무리가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의견 차이가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난 이렇게 괴선을 읽었고 지독한 아쉬움과 실망감과 허
무함 끝에 책을 덮었다. 난 그렇게 읽었다. 솔직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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