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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8 김휘현
작성
04.02.15 02:47
조회
1,769

요 몇일간 골라 읽은 무협들이 얼마나 밋밋하고 진부하던지 마요네즈에 밥 비벼먹었을 때 느낄법한 거북함을 떨칠 수 없었다.

새로운 재미, 색다른 작품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하던 즈음... 이곳 고무림 감평란에서 장상수의 '삼우인기담'에 대한 눈에 띄는 평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우인기담(三遇人奇談). 세 바보들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소설의 효용이 읽은 재미와 대리만족이라 할 때 삼우인기담은 이러한 원리에 너무도 충실한 의미있는 작품으로 평하고 싶다.

삼우인기담을 펼쳐 읽으며 3가지 측면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파격적인 형식미와 인상 깊은 등장인물과 대사, 너무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그것이다.

-.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파격적이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을 등장인물의 시점에 따라 다르게 풀어나가는 구성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는 듯한 지적 재미를 안겨준다.

전 4권중 3권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며 1권은 주인공인 그, 2권은 그의 직속상관이자 그와 애증 관계인 인각 각주, 3권은 그의 처의 시각으로 '그 때 그 사건'을 반복적으로 풀어낸다. 또 마지막 4권은 영화 '박하사탕'과 '메멘토'처럼 시간의 흐름을 역순으로 풀어나간다.

  이같은 파격적인 구성이 주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한데,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무척 뛰어나, 1권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행동들이 권을 더해가며 수수께끼 풀리듯 풀려나가는 등 한 편의 잘 짜여진 반전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파격은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단 명도 등장하지 않는 점이다. 평소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홍수 속에서 '얘가 누구였던가' 헤매곤 하는 나로서는 이름을 철저히 배제하고 그, 그의 처, 여도둑, 흑살수, 회주 등의 직위 또는 대명사로만 지칭되는 이러한 한 시도가 무척 친근하게 다가왔다.

-. 이 작품의 또다른 강점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심리묘사다.

  삼우인기담은 제목과 달리 똑똑한 사람들이 무척 많이 등장한다. 단순히 설정으로 "얘는 똑똑해"하고 우기는 여타 작품들과 달리, 왜 그 사람이 똑똑한지를 대사와 심계로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이 된 장원 침투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진 인각 각주와 그의 처, 여도둑 사이에 펼쳐지는 치밀한 두뇌싸움이 그렇고, 축융세가 살수행에서 주인공과 여도둑간의 속고 속이는 사기행각, 주인공 부부의 흑사회 탈출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의 처, 여보좌 등의 똑똑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때론 추리소설을 읽는 듯 때로는 전략소설을 읽는 듯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의 전개와 심리묘사는 이 소설에 들인 작가의 정성을 능히 짐작케 한다.

-. 무엇보다 삼우인기담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는 점이다.

삼우인기담의 줄거리는 단순하게 말하면 '무협으로 쓴 바보온달 이야기' 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거지출신의 성격 개같고 지지리 못생기고, 멍청하기까지 한 하급살수가 똑똑하고 현숙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아내를 만나, 그녀의 내조로 사람구실도 하게 되고 어여쁜 자녀들도 얻게 된다는 '인생 성공담'이 이 작품의 주요 골자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남녀간의 사랑, 애증과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매우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독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다.

사실 처음 1권을 읽을 때 주인공이 살수 견습을 나가 잠들어 있는 여성을 강간하고 그 여성이 그에게 순응하는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이 그 여자를 유곽에 팔아치우는 장면에서는 너무도 황당한 설정이요, 짜증나는 주인공이라 책을 덮을뻔한 적도 있었다. 그 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내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됐지만 혹시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작품 초반의 이런 이상한 부분들이 나중에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보자.

-. 삼우인기담의 내용이 지나치게 남성 우월주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분명 그러한 부분이 있다. 이 작품에서 맺어지는 부부관계가 모두 강간과 순응으로 이뤄진다는 점(그와 그의처, 그와 인각각주, 소회주와 여보좌), 소설 곳곳에서 남녀의 성관계를 '먹는다'고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부분은 본인으로서도 다소 눈에 거슬렸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삼우인기담' 전체를 놓고 평가할 때 아주 작은 흠일 뿐이며 그보다 더 나은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나의 변론이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은 것 같다.

  특히나 요즘처럼 취업난과 장기 불황으로 사람사는 것이 각박하기만 때, 삼우인기담을 통해 한동안 잊고 지내던 사나이의 낭만과 로맨스,통쾌함으로 잠시나마 세속의 고민을 잊을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좋은 일 아니겠는가.


Comment ' 12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4.02.15 09:24
    No. 1

    지금은 청어람에 계시는 장상수는 작품이지요.
    상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고 다음 작품인 금슬상화라... 도 엄청난 연간연재의 명성을 가지고 계시죠..ㅋ
    장독사님 인터넷선좀 그만 잘라요.(누구 불쌍해..-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세네카
    작성일
    04.02.15 10:36
    No. 2

    맞습니다.
    딴 사람 인터넷 선만 짜르지 말고 자기 선도 짤라 버려야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4 벽암
    작성일
    04.02.15 10:49
    No. 3

    (' ')???


    아무튼 장독사님의 연중신공이야...이미 주화입마에 빠진이들이 상당수지요.

    정상수님하고 장상수님하고 계속 헤깔린다는 쿨럭..

    아무튼 돌아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4.02.15 11:41
    No. 4

    아..위에 오타가 있었네요..첯줄..장상수님의 작품...ㅡ 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타짜형
    작성일
    04.02.15 11:43
    No. 5

    여기에도 장상수님의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이 있네요...
    금슬상화 기다리다 지친게 몇 년 전이더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이곳
    작성일
    04.02.15 12:24
    No. 6

    그렇게 표현된 것은 아마도 1권의 남주인공 성격이 그렇기에 그렇게 표현

    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으로 약간은 불쾌감을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주인공 성격이 워낙 개차반이라 -_-;;;

    개인적으로 삼우인기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케릭터는 딸내미가...

    광연선자... 였던가요? 읽었던게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그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이곳
    작성일
    04.02.15 12:26
    No. 7

    아..., 그리고 장상수님의 글은 포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_-;;

    예전에 하이텔 사용할시에 군대가기전에 책 내실꺼라는 말씀을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 전역한게 1년 넘었습니다. -_-;;;;;

    나오면 보려니... 하는 마음으로 그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한계령
    작성일
    04.02.15 13:09
    No. 8

    삼우인기담을 잘 표현하셨네요.
    저도 아주 의미깊은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슬상화라...
    이젠 포기입니다. 기다리다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아서요.
    가뜩이나 금슬상화라... 를 볼려면 오래 살아야 할 듯 한데
    아예 포기하고 제 명줄이나 늘려보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세검(洗劍)
    작성일
    04.02.16 00:43
    No. 9

    좋은 비평글입니다.
    아직 삼우인기담을 못 봤습니다만 꼭 찾아서 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군요.

    그런데 뭔가 착각을 하신 듯.
    본문에 적으신 제목대로라면
    삼우인기담(三遇人奇談) 의 遇 자는 "만나다"라는 뜻입니다.
    "조우하다" 할때 쓰이는 글자죠.
    그대로 풀면 "우연히 만난 세사람의 기이한 이야기" 쯤 될까요..

    어리석을 우 자는 愚 이렇게 써야합니다.

    태클은 아니고 이상해서 몇자 적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김휘현
    작성일
    04.02.16 13:31
    No. 10

    ^^ 세검님. 제가 그런 어이없는 실수를 했군요.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간혹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 더 헷갈리곤 한답니다.
    허험... 제가 한 실수지만 정말 너무 어이없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빛의 검성
    작성일
    04.02.16 14:10
    No. 11

    전 딱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강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절대평범
    작성일
    04.02.17 11:46
    No. 12

    저도 강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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