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욱님의 저작(진가소전,농풍답정록,건곤불이기,촌검무인,그리고 괴선)을 저는 서슴없이 작품이라 칭합니다.
저는 감상/비평란에 이미 몇 번 언급된 소설은 올리지 않습니다만 괴선6권을 읽고 이렇게 마무리를 할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에 추천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괴선6권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12시가 넘어가자 마나님의 출근을 걱정하는 잔소리에 슬며시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아 굳세게 끝까지 읽고야 말았습니다.(변기 뚜껑을 덮고 앉으니 한시간쯤은 독서할만 했습니다만 괴선으로 인해 가장의 체통이 좀 ....)
임준욱님의 소설은 물흐르듯 부담없는 문체속에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생크림처럼 녹아 있습니다.
번잡한 설명없이 유장하게 이끌어가는 필력과 살짝 숨겨진 크고 작은 복선은 요란스럽지 않은 가운데 잠시도 긴박감을 늦추지 않습니다.
글을 읽노라면 어느새 2차원의 지면이 3차원의 입체영상으로 펼쳐집니다.
그의 작품엔 영웅도 없고 극악한 마인도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사람 냄새를 풀풀 풍깁니다.
운청산과 대결후 장포를 벗어주고 허허로이 곤륜으로 떠나는 악당두목(?) 백천휘도 사람냄새를 찐하게 풍기지요.
그리고 독자는 부지불식간에 진가소가 되고 반통미가 되고 사연홍이 되고 포이종이 되고 운청산이되어 임준욱이란 유사하에 빠져 모래 아닌 활자속으로 끝없이 끌려들어갈 것입니다.
괴선은 기환무협으로 일단 분류할수 있으나 괴이편벽함이 없습니다.(괴이편벽함의 최고봉은 박준서의 화산군도라고 봅니다)
괴선은 단역 엑스트라도 이유없이 죽이지 않습니다. 독자가 열받다 못해 '이놈은 꼭 죽여야지' 하는 인물(백진궁 같은)도 죽이지 않습니다. (독자의 카타르시스를 배려한듯 스스로 절벽에서 투신자살로 처리했죠 - 죽어도 싼넘)
백라천궁도 유업인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높은 이상을 포기하고 무력에 의한 강제적 지배를 택했을뿐(굉장히 위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잔인하지만) 처음부터 극악히 나쁜놈들은 아닙니다.
혹자는 독안괴선이 막강 술법과 무공을 통쾌무비하게 휘둘러 백라천궁의 무리를 싸악 정리하기를 원한 나머지 마무리가 너무 밋밋하다고 불평할수 도 있습니다만,
그 불평은 소위 먼치킨류의 무협에 중독된 탓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죽음직전까지 몰아 넣었고, 금강차혼강시(영혼과 인명을 존중하지 않는 백씨가의 어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출현 시킨듯)와 철골강시에다, 산신을 묶어두고 마물을 뿌리는등의 막가는 백라천궁의 무리조차 죽이는 대신 사천연합을 설득하여 온전히 본거지로 물러가게 하는 운청산,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스스로 평안을 버리고 사람을 위해 힘든 적덕선의 길을 택한 운청산
그리고 비정한 아비를 마음으로 용서하고 본인에게 빙의된 영혼들을 천도한 운청산
예전에 토가족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않고 무산신녀와 장강용왕에게 부탁하여 무협의 계곡을 넓히는 운청산
가슴 가득히 슬픔과 정을 담고 힘이 있되 힘을 남용하지 않는 운청산
당우리의 사랑을 먼저 받아 나라연을 받아 들이지 않은 순정파 운청산 (나라연은 결국 비구니의 길을 택했군요)
아아, 그리고 이청수의 가슴 절이는 모정과 아비 운녹산의 고뇌.....
푼수끼있는 외숙 청인자의 물불 안가리는 조카사랑
모두가 안타까워 눈시울 적시는 당우리의 슬픈 사랑
시시비비가 가려져 죽어야할 사람도 모두 살아서 제자리로 돌아가고 운청산은 적덕선의 길을 떠나는 군요.
그리고 남양군은 괴선을 사려고 동네서점으로 떠나는군요.
기환무협소설도 임준욱님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태어납니다.
세세한 평은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직접 읽고 느껴 보십시오.
그리고 행여나 내용이 어렵다거나 쉬이 읽히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독자님은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고 글을 읽는 능력이 아직 부족함을 먼저 생각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6권으로 마무리가 되어 버렸다는.......
그리고 운청산의 배다른형제와 본부인도 화해의 장으로 끌어들였으면 하는 것과 구미호 호연의 행로도 언급해 줬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마무리가 빨리 되어야할 몇몇 글은 끝날줄 모르게 편수가 이어지고 아쉬운 글은 마무리 되니 임준욱님은 화무십일홍의 진리와 듣기좋은 노래도 한두번이란 말을 스스로로 실천해 버린듯......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는 괴선을 아직도 읽지 않으셨다면, 오늘 화장실에 앉아 독안괴선 운청산을 만나 보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감수성 풍부한 여성 동도님들께도 강추드리오며 별도로 손수건이나 크리넥스를 준비하시기를 권합니다.
이제 무림동도들 앞에 독안괴선은 그 행보를 멈추었으니, 그 여운을 댓글로 남겨 음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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