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만선문의 후예를 다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비평하는 건 말도 안됨을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매니아 분들께 이점 사과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게 된것은 한가지 명확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무협소설을 말하면서 격을 논하는 것이 옳은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옳고 그르고는 분명치 않지만 격을 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그 길이에 따라서 꽁트, 단편, 중편, 장편으로 나눌 수 있지요. 물론 그 길이는 모두 다르지만, 단 세,네 쪽으로 끝나는 꽁트나 원고지 1000장이 넘어가는 장편이나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승전결이 있다는 것입니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 있습니다. 이 발단,전개,절정,결말이 단락단락으로 계속 이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트콤처럼요. 하지만 분명한 건 기승전결이 있다는 것이죠.
김용의 소오강호를 읽고나서 저는 그 내용의 애절함에도 감동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승전결의 완벽한 구성미에 감탄했습니다. 소오강호의 처음은 화산파 장문인의 딸이며 주인공 영호충의 사매인 악영산이 주점에서 일하는 여자로 가장한 상황으로 시작되는데 이 여덟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이 끝날 때 왜 처음에 명문대파 장문인의 딸이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로 가장하게 되었는지 설명됩니다. 그리고 이 첫 장면은 그냥 자연스럽게 설정된 듯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 장면이 사건의 발단으로 그 사건이 파국에 이를 때까지 단 한 점의 군더더기도 없이 끝나기 위해 바로 가장 적절한 첫 장면이었다는 것을 수긍하게 됩니다.
김용의 예를 차치하고라도 주옥같은 국,내외의 무협작품들은 기승전결의 훌륭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용의 소오강호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해서 더 늘려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장년기를 지나 노년이 되어 수명이 되면 죽듯이 소설의 스토리도 기승전결의 구조로 성장해서 파국이 되면 더이상 스토리가 늘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인기드라마가 처음엔 재밌다가 그 시청률 때문에 드라마가 끝나야 할 때 끝나지 않고 계속 늘리기를 하는 걸 보면서 비판을 합니다.
자, 이제 만선문의 후예를 이야기해 보죠.
만선문의 후예가 그처럼 길게 스토리가 이어질 극적 구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소설이 길면 장편소설일까요? 그안에 기본적인 플롯과 구성이 없는데도?
제가 만선문의 후예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소설은 어떻게든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 독자를 웃기고 스토리를 이어지게 해서 다시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 웃기고 또 웃기고 하는 반복을 목적으로 씌여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무협소설이 대중소설이고 그것이 꼭 소설 다와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플롯과 구성이 없는 소설이 권장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스토리의 이어짐 혹은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극적 구성을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즉 만선문의 후예가 여러 독자들로 부터, 재밌어요! 강추! 꼭 보세요!라는 평을 받는 반면 한편에서는 요즘 몇몇 신진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네버엔딩스토리 무협 -1부,2부 그리고도 모자라서 3부까지 진행되는- 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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