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기(時期)의 공교로움
이 책의 내용이야 읽어보신 분들이면 다 아실 줄 믿습니다. '혈성'이란 무림혼란의 장본인들을 물리치기 위해 백도단체에서 비밀조직을 결성합니다. 이름하여 '흑영'이란 단체이고 결성목적에 어울리게 결국에는 '혈성'을 꺾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그러나 혼란평정후 백도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심산유곡 혹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던 '흑영'의 생존자들은 한명씩 처단되기에 이릅니다. 백도로부터의 배신에 복수의 칼을 가는 단 6명의 '흑영'의 일원들, 칠파삼가의 한 축인 '남궁세가'부터 피의 장도(長途)를 시작합니다.
처음 이책을 접하면서 생각나는 단체가 있더군요. 설봉님의 '사신'에서 나오는 '천외천'이라는 단체말입니다. 살수단체의 씨를 말리기위해 정도라고 자처하는 구파일방의 주도로 지원자에 한해 특급무공을 전수받는 비밀결사단체를 만들지요. 살수의 기술들을 연마하고 더 나아가서는 배워서는 안되는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 어디까지인가를 실험하는 무공에까지(연공법 이름이 생각이 안남) 손을 대게 됩니다.
굥교롭습니다. 조돈형님의 '운하소회' 작품 구상이 어느시점에서 시작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막바지에 접어든 '사신'의 내용과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사신'과는 상관없다면 그 시기의 공교롭움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겠고 아울러 그만큼 '사신'의 영향력이 올 한해 막강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정도 작품구상에 '사신'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품구상하는데 자료수집은 필수이겠고 또한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신다고 해서 글만쓰고 책을 읽지않으리란 생각은 안듭니다. 또한 '무협작가'라는 특성상 다른 여타의 무협소설들에 특히 신경을 쓰시리란 생각도 아울러 들기도 하구요.
'사신'과 '운하소회'는 엄연히 다른 내용의 소설들입니다.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서 그렇지 '사신'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볼 경우 흥미를 끌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설령 '사신'을 봤더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라고 주장하기 힘듭니다.아니 거의 없을 경우도(특이한 정신구조를 가진 건가?)
아무튼 올 한해 줄곧 관심의 대상이었던 '사신'의 그림자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하는 한 인간이 뽑은 '운하소회'의 대략적 이미지였습니다.
2. 느슨한 대치, 떨어지는 긴장도
'한족들은 이상해, 싸우면서 무슨 그리 말들을 많이 하는지..."
또 '사신'에 대한 언급부터 시작하는군요.(빠져도 단단이 빠졌군..) 몇째권인지 모르겠으나 모진아가 이런 취지의 대사를 한 기억이 납니다. 확실한 대사는 기억이 잘 안나기에 모진아가 나타내고자 했던 의도를 토대로 제 나름대로의 기술(記術)이었음을 우선 밝혀드립니다.
'운하소회'의 전편을 통과하는 기류가 '복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수'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저 같은 경우는 냉혈함, 무뚝뚝함, 비장함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영 다른 캐릭터가 전면 배치되고 이야기를 이끌고 가더군요. 굉장히 말들이 많습디다. 말장난도 유별나게 하더군요. '흑영'의 수련이 '말빨(?)'느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또한 관정이 '화산파'의 일원들에게 가족을 잃는 부분에서도 가족을 제손으로 죽인 관정이 '화산파'의 인원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말을 합니다. 그것도 싸우면서 말이지요. 비참함, 살심이 가득한 심정에 무슨 말이 필요한지 묻고싶군요. 손가락 하나 까딱거면서 "와라!" 이 한마디면 충분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주먹이 오고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자주 이런 얘기를 듣곤 할 겁니다. "말로 하자고, 말로.." 행동하기전 두번, 세번 생각하고 또 말로 퓰다보면 그동안의 흥분이 가라앉혀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7년간의 녹슨 실력으로 생사를 장담하지 못한 상황, 거기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거기다 생사결을 매듭지으로 온 무리들에게 갇혀있는 상황에서의 넋두리는 불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라는 효과도 제때에 써야 할 듯...
'배는 곯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군요."
'흑영' 대주 혁련휘가 했다는 말입니다. 조금 힘들다를 곧이 곧대로 믿으실 분을 없으리라 믿습니다. 평범한 수련을 목적으로 했다면 비밀결사라는 단체는 무용지물일 듯 싶군요. 보통 힘이 부친 상황에선 말할 기운도 없는 것이 일반적이거늘.. 그런 경지들 넘어서고 또 겪었기 때문에 그런것인지 아니면 실력에 대한 과신에서 비롯된 것인지 몰라도 '말'들이 불필요하게 돌아다닌 듯한 느낌입니다.
3. 장유유서(長幼有序)
한글의 장점으로 '경어체'의 풍부함을 꼽습니다. 영어나 중국어와 달리 경어가 발달했지요. 무협이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해서 한글로 쓰이는 말까지 중국적일 필요는 없겠지요. 더군다나 배경만 중국일뿐 작가는 한국사람인 현실에서 한글의 사용에 주의 좀 요망될 듯 싶습니다. 설사 중국소설을 번안한다 해도 한국상황에 맞는 번안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오십니다"
할아버지 앞에서 아버지에 '께서'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거기다 '~시'라는 경어체를 쓸 수는 더욱 없지요.
'운하소회'에 화산파 장문인에게 급한 소식을 전하러 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 제자가 헐떡이면 이릅니다." ~사숙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장문인의 막내제자를 일컫는 말인데 장문인이 윗어른인 상황에서 무례의 한 표상인 부분입니다. 중국말에 높임알이 없음을 잘 알긴하지만 표현상으로 한글을 쓰는 경우에는 한국상황에 맞는 한번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째, 감상을 쓸려는 것이 작가님을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된 것 같습니다. 기분상하셨다면 양해를 바랍니다. 아울러 '경어체' 지적 부분을 어줍지 않은 실력을 바탕으로 의견개진이 이루어졌음을 알려드립니다. 정규교육 과정상에서 배웠던 내용인데 기억력이 딸리다보니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틀렸다면 많은 지도편달을 바라겠고 아울러 저의 '일천(一賤)'한 지식과 더불어 지력(知力)의 한계(限界)를 탓해주시길....
그럼,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윽! 쓰다보니 벌써 하루의 반이 지났군요
다시 인사드리지요. 즐거운 반나절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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