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가 받은 국어 교육을 원망할 때가 종종 있다.
그 교육이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로 자기 뜻을 제대로 담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별로 키워 주지 못했다는 점은 여기서 더 들먹이기조차 짜증스럽고ㅡ
내 기억엔 분명 이게 옳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몇십 년이 지난 요즘 보면 그렇지 않고 저게 옳다고들 하는 사태와 마주치는 때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역활’이다.
맡은 직분이나 소임을 가리키는 그 단어가 역활이라고 난 어릴 때 배웠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역할로 적고들 있었다.
이상하다? 내 기억엔 분명 역활이었었는데?
무엇이 바른 말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나도 역활을 버리고 역할로 적기로 하였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자꾸 역할로 적다 보니 이젠 자연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 말고도 나이가 좀 되는 사람들은 역할 아닌 역활로 적고 있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띄는 것이었다.
역시 그랬군.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 땐 다른 사람들도 역활로 배웠던 것이었어....
또다른 사례는 ‘내노라하다’이다.
자기 분야에서 제법 인정받고 두각을 드러내고 있을 때 사용하는 그 표현, 난 내노라라고 배웠었다.
그런데 이것도 요즘은 내로라하다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 내로라하다를 보았을 땐 어이가 없었었다.
내로라가 뭐야, 내로라가. 내노라가 맞는 거야.
하지만 내로라하다로 적힌 걸 자꾸 보다 보니 이번에도 내가 틀렸구나 하고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어차피 내가 그 표현을 쓸 일이 없어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었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그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어지는 때가 결국은 생기게 마련이다.
(이 ‘~하게 마련이다’도 우리 땐 ‘~하기 마련이다’로 배웠었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언어 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세상을 따라야지 세상더러 나를 따르라고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라 그냥 내로라하다로 적으려 하다가ㅡ 아무래도 찜찜하여 daum 국어 사전을 확인해 보았다.
내노라하다와 내로라하다, 둘 다 사전에 있었다.
다만 내노라하다는 내로라하다를 참조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내노라하다라는 표현도 있긴 있는데 원체는 내로라하다가 맞는 표현인 모양이었다.
좀 화가 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도 있는데, 한 나라의 말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그런데 바르지도 않은 표현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놓고는 나중에 가서 이젠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라....?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나라 국어 교육을 근본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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