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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옛날 무협영화들을 보고 있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09.18 13:44
조회
2,104

어릴 때 봤던 중국 영화들이 그리워져 검색해 보았다가 썩 괜찮은 카페를 찾아내었다.

요즘은 거의 하루에 한 편씩 어린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던 중국 영화를 보며 산다.

그런데ㅡ

어릴 때는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던 중국 미녀들이 지금은 그저 그런 얼굴들로밖에 안 보인다. 리칭도 정패패도 초교도....

그저 촌스러워 보인다는 말이 아니다.

이목구비 자체가 완전히 ‘일반인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지금 하려는 얘기는 그 얘기가 아니고....

 

 

사람의 기억이란 게 참 요물인 것 같다.

분명히 내 기억 속에 뚜렷이 각인돼 있던 명장면들이 몇십 년 만에 다시 보게 된 그 필름에서는 아예 나오질 않는 것이다.

‘손오공과 철선공주’에서 요괴들이 천신들로 위장하여 구름을 타고삼장법사 일행 앞에 나타나 뭔가 거짓말을 한 다음 사라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내 기억 속에서는 구름 위에 앉은 천신의 몸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며 마치 공기 속으로 분해되는 것처럼 보이는 특수 효과로 처리되었었다.

그런데 막상 필름 속에서는 아무 효과도 없이 뻥 사라진다.

 

 

왕우 주연의 ‘외팔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문의 위기를 해결한 왕우가 이제부터 초야에 묻혀 무명인으로 살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에게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ㅡ

내 기억 속에서는 두 연인이 풀밭을 가르며 마주하고 달려와 서로를 안았었는데 실제로는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여인에게 왕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홧김에 왕우의 팔을 자른 성질 나쁜 사부의 딸이 간계에 넘어가 적의 소굴에 갇히게 되는 장면이 있다.

동아줄로 기둥에 묶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은 오래도록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엑조틱한 소재였고,  그 장면에서 여배우가 입고 있던 금박 찍힌 보라색 의상 역시 내 심미 감각에 깊은 인상을 남겼었는데, 막상 필름을 보니 그 옷은 보라색이 아니었다.

도대체 내가 뭘 봤었던 거지?

 

제목도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아 찾을 수 없는 중국영화가 또 한 가지 있다.

그 영화에서 내가 기억하는 것은 마지막 시퀀스 하나뿐이다.

여주인공이 혼자서 적의 본거지에 처들어가 수십 명의 적들을 모두 죽이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 위아래로 온통 새하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귓불에는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모양의 초록색 구슬 귀걸이를 달고 있던 여배우의 패션 감각이 내게는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설마.... 그 초록색 귀걸이마저 내 상상의 소산은 아니겠지?

 

 


Comment ' 5

  • 작성자
    Lv.30 자견(自遣)
    작성일
    13.09.18 13:59
    No. 1

    저도 왕우의 영화는 하나 기억나는 것이 있네요, 창을 쓰는 고수로 나왔는데 마지막에 적의 수괴를 쓰러뜨리고 나서 창을 바닥에 꽂은 채 서서 죽음을 맞습니다, 우연히 정을 준 여자와 아이가 그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중에 말이죠...
    그 고독했던 남자의 비장한 최후가 기억 속에 선명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8 15:41
    No. 2

    왕우가 창을 다루었다면 제가 보지 않은 영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크크크크
    작성일
    13.09.18 15:22
    No. 3

    사람 기억이란게 쉽게 왜곡되더군요,... 저도 어렸을 때 봤던 영화를 다시 볼때 어라 이게 이 장면이었던가? 헐 이랬던 적 많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8 15:41
    No. 4

    쿤데라 소설에 비슷한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암향소영
    작성일
    13.09.20 05:42
    No. 5

    옛날 홍콩 무협영화의 지존은 전설로 남을만한 유성호접검(流星胡蝶劍)입니다.
    원작인 고룡작가의 소설을 동명으로사용해 1979년에 홍콩에서 제작된 걸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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