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검무객'은 전통무협에 가까운 소설입니다. 말장난이나 웃긴 주변인물이나 사건들 없이, 주스토리가 거의 내용을 이끌어갑니다. 수십년전, 사소한 오해로 정파무림에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 당한 북해빙궁이 복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별로 연관 없을 것 같은 주인공이 빙궁과 정파에 얽혀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어쩌면 이게 스토리의 전부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처음에 언급된 마교의 등장도 어쩌면 이루어질지 모르지요.
'구검무객'의 독특한 점이라면, 우선 선악의 구별이 모호한 세력들입니다. 모두들 어떤 면에서 보면 피해자들이고, 어떤 면에서는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심어주는 나쁜 (그것을 잘 감추느냐 아니면 드러내놓고 하느냐의 차이) 무리들이요. 다른 소설들에서도 가끔씩 정파의 일부가 음흉한 나쁜 무리들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모든 등장 세력들이 치부를 가지고 있고, 또한 정의로운 면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더 현실적인 설정이기는 하겠지요. 인간사에서 어느 누구도 하나에서 열까지 착하고 정직하기만 한 존재는 없지요. 요즘 제가 보는 드라마 중에 'Desperate Housewives'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가정들은 모두들 남에게 들키길 원치 않는 자신들만의 치부가 있고 그것들을 감추려하나,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이죠. 미국 시청자들이 보면서 매우 공감하는 스토리라고 하더군요. '구검무객'의 주제도 이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자신의 과오와 치부는 감추려 하면서 남의 잘못은 밝히고 드러내려하며, 자신이 겪은 고통과 피해는 돌려받으려 하는 모습들..
또 하나의 '구검무객'의 독특한 점이라면 장님인 주인공입니다. 아직도 저는 주인공이 진짜 장님인지, 금안공을 숨기기 위해서, 아직 경지에 이르지 못해 수련의 일환으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또한 그는 사부의 유언을 받들어 진정한 무인(武客)이 되길 꿈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춤꾼(舞客)이 되길 갈망하는 인물이죠.
잔잔한 진행이지만 여기 저기 숨어있는 복선들을 파악해가면서 읽어 가다보면 참으로 작가님이 잘 짜여진 뼈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九劍舞客'과 같이 춤춰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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